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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기회의 다양화

7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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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출판의 기회와 소개의 기회를 주는 창구가 많아지길 바란다. 출판물과 저자들이 다양하게 늘어날수록 그 나라는 보다 자유롭고 다원주의적인 사회가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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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일

 

지난 주말 <제7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다녀왔다. 서울 아트북 페어,라는 제목이 달려있지만 아트북 외의 다양한 독립출판서적도 많은 북페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는 기나긴 대기줄이 생겼다. 90분 가량을 기다려서 겨우 들어갔지만 기다리는 데 지루하진 않았다. 현장은 한껏 멋을 낸 개성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어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찬찬히 돌아보며 디자인 굿즈도 구경하고 독립출판서적들을 하나하나 들쳐보며 보물을 발견하고자 했다. 기존 출판사에서 펴내는 평이한 책들에 비해 톡톡 튀고 재기발랄한, 고유의 매력을 가진 책들이 있는 반면, 내용이 얕고 거칠기만 하다는 느낌인데 가격만은 버젓이 높게 책정된, 솔직히 조금 보면서 화가 나는 책들도 있었다. 가령 91세 최윤건 할머니의 삐뚤삐뚤 손글씨체를 그대로 옮겨서 손녀딸이 만든 창의적 레시피북 <할머니의 요리책>을 보면 소장하고 싶은 반면, 어떤 책들은…(이하 생략). 당연히 많고 다양한 독립출판서적들 사이에서도 옥석이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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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일


매력적인 독립출판서적을 발견하는 일은 일반 서적을 고를 때와 감흥이 조금 다르다. 거기에는 다소 거칠지만 저자의 가다듬어지지 않은 본질적인 것, 날것을 그대로 접하는 흥분이 있다. 예전에 그렇게 찾은 책 중 하나가 카숲님의 『제주의 작은 작업실』이었다. 제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자 고군분투하는 정직한 모습을 담은 책이었는데 기성 출판사의 에세이보다 곱절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후, 그는 기성 출판사를 통해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라는 책을 내게 되었는데 분량이 훨씬 더 많아지고 문장이 편집자에 의해 매끄럽게 가다듬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보다 작고 얇지만 걸러지지 않은 속마음을 아무런 검열없이 써내려간 『제주의 작은 작업실』이 훨씬 더 나를 매료시켰다. 책은 결국 콘텐츠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언리미티드 에디션>처럼 기성 출판계에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는 행사가 하나의 기쁨인 것은, 이런 기회나 채널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직접 저자와 대면하며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기성 출판업계는 신인저자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등단을 하거나, 아예 유명해진 다음에 책을 쓰거나, 다른 전문적인 직업을 이미 갖고 있어서 그걸 소재로 책을 써야만 저자로 채택이 된다. 아무리 근사한 소재와 글 실력을 갖춰도 무명이면 출판의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반면 출판업계 입장에서는 가능성 있는 신인필자 찾기가 어렵다며 하소연이며, 불황이다보니 판매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저자들에게 의존하고 싶어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창작자들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출판의 기회와 소개의 기회를 주는 창구가 많아지길 바란다. 출판물과 저자들이 다양하게 늘어날수록 그 나라는 보다 자유롭고 다원주의적인 사회가 될 거니까.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의 매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어떤 가능성과 희망을 본다.  
 
 
책소개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저 | 큰나무

나고 자란 시골을 벗어나고 싶어 도시를 선망했지만 도시는 금세 지겨워졌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서 선택한 제주에서의 삶. 도시를 떠나기 싫다는 아내를 설득했다. 딱 2년만 제주에서 살아보자고. 제주 자연의 품이라고 해서 안 먹어도 배부를 리 없고, 못 벌어도 쪼들리지 않을 리 없다. 그리고 가장의 경제적 무능력이 합리화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제주에 정착한 3년 차 이주민의 리얼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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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경선 (소설가)

『태도에 관하여』,『나의 남자』 저자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저11,520원(10% + 5%)

제주 동쪽의 어느 시골마을 까칠한 도시인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살아가기 나고 자란 시골을 벗어나고 싶어 도시를 선망했지만 도시는 금세 지겨워졌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서 선택한 제주에서의 삶. 도시를 떠나기 싫다는 아내를 설득했다. 딱 2년만 제주에서 살아보자고. 제주 자연의 품이라고 해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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