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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사랑은 관대하게 일은 성실하게”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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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장편소설 『기억해줘』를 낸 임경선 작가가 2015년에는 에세이로 돌아왔다. 『태도에 관하여』는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5가지를 중심으로 그녀의 삶과 생각을 풀어낸 책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닮는다. 그래서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임경선 작가는 하루키와 닮았다. 어떤 모습이 닮았느냐고 한다면, 꾸준히 계속 쓴다는 점이다. 하루키가 3~4년에 한 번씩 장편을 내고, 그 사이에 단편집과 산문집을 썼듯 임경선 작가도 장편소설과 소설집, 산문집을 꾸준히 출간했다. 이런 다양한 글쓰기 덕에 독자 층이 넓은 것은 두 작가 모두 비슷하다.

 

이번에 임경선 작가가 낸 『태도에 관하여』는 에세이다. 부제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이 말하듯, 이 책은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총 5가지인데, 자발성ㆍ관대함ㆍ정직함ㆍ성실함ㆍ공정함이 그것이다. 자칫 훈계가 될 주제이지만 임경선 작가는 그녀 특유의 담백한 필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폭을 넓힌다.

 

『태도에 관하여』의 또다른 매력은 책 끝에 실린 대담이다. 임경선 작가와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사이에 오간 대화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책을 해설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래서 이 책의 대담을 보고 처음부터 읽어나가는 것도 훌륭한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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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을 지탱한 5가지 태도

 

『태도에 관하여』는 어떻게 나온 책인가요.

 

쭉 돌아보니, 제가 라디오 방송이나 신문 칼럼에서 인생 상담을 꼬박 10년을 했더라고요. 라디오 방송 원고를 모두 갖고 있는데, 그게 몇 박스가 되죠. 너무 많아서 폐품하려다가, 다시 보게 됐어요. 버리기 전에 예전에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결국은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했던 것 같아요. 하나의 태도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 나는 이런 삶의 태도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스스로 깨달으면서 5가지 태도에 관한 책을 썼죠.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셨나요?

 

특별히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았어요. 이 책은 그저 제가 믿는 가치들에 대한 제 이야기니깐요. 독자들은 그것을 읽고 저마다 다르게 느끼겠죠. 저마다 상황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 다르니까요. 다만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거나 단정짓듯이 쓰지 않으려고 거리감을 지키려고 한 부분은 있어요. 제가 잘난 사람도 아니고요.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누구를 구제하나요. 제 이야기가 자신의 태도를 되새김질하는 데 자극제나 참고가 되었으면 해요.

 

그래도 작가님을,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많이 듣지 않나요.

 

가끔씩 저를 좋아해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좋아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부끄러워요. 이거 뭔가 거꾸로 된 느낌인데… 그래도 좋아해주시니 저도 행복하지만 그 중에서 특히 남성 독자들이 좋게 읽어줄 때 기뻐요. 왜냐하면 남성 독자들이 제 책을 읽어주는 건 여성들에게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거든요.

 

『태도에 관하여』의 표지가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단순한 것 같습니다.

 

보통은 책 커버가 아름답고 눈에 띄길 바라지만 이번에는 다 필요 없고 도리어 ‘절제와 여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파란색 줄무늬처럼 깔끔하고 심플한 게 책에서 말하는 태도들과도 이미지면에서 어울릴 것 같았죠. 제가 개인적으로 줄무늬 광이기도 해서 옷의 대부분이 세로 줄무늬나 가로 줄무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태도에 관하여>커버의 줄무늬를 자세히 보면, 줄이 반듯하지 않고 자유롭게 울퉁불퉁해요. 견고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단하지만 융통성이나 유연성이 있는, 그런 느낌이라 저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5가지로 정리하셨는데요. 5라는 숫자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아니요, 그냥 모으니까 자연스럽게 5가지로 정리된 거예요. 그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가치가 자유로움, 수줍음 정도가 있지만 자유로움은 너무 큰 이야기고, 반대로 수줍음은 너무 작은 이야기라서 책으로 묶기에는 딱 5가지가 적절했어요.

 

저는 본문도 좋았지만, 대담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대담이 일종의 해설 역할을 하더라고요.

 

한국 책을 보면 대담이 인기가 없는데, 일본에서는 대담 책이 많이 읽혀요. 저도 대담 책 읽는 걸 좋아하고요. 대담자를 정신과 의사인 김현철 선생님으로 한 이유는, 가치관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 더 듣고 싶어서였어요. 대담을 보면 시대적 분석도 담겼고요. 현철 선생님은 제가 좋아하는 가치관을 몸소 체득하고 구현하고 계시죠. 성실함이나 자발성으로 자유롭게 사시는 분이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성실한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결국은 자유에 관한 책

 

대담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5가지 태도가 결국은 자유로 귀결된다고요.

 

5가지가 태도의 밸런스를 유지하면 인생이 그래도 덜 우울하고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다운 인생을 살 수 있죠. 자유롭다는 의미는 돈이나 세상이 주는 시선, 자신을 옭아매는 콤플렉스 등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일 텐데요. 자유롭게 살려면 노력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고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타인을 품어줘야 할 때도 있고요. 남을 품어야 자기 자신도 품을 수 있으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할 수 있는 혜안도 갖춰야 하고요.

 

사실 30대 중반까지는 쉽지는 않죠. 할 것도 많고, 불안하고, 뭘 챙겨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주변을 보면서 나대로 가는 게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눈치 보며 살 수는 없거든요. 그런 삶이 계속 되면 속물이 되거나 소진되어버려요. 저는 30대 중후반이 갈림길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속물로 사느냐, 자유롭게 사느냐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는 시기죠. 이건 돈을 벌었다, 성공했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작가님은 자유로운 길을 택하신 것 같아요. 전업작가로 삶을 계속 살고 계신데요.

 

11년 동안 11권 썼으니 매년 한 권은 책을 쓴 건데, 어쩌다 이런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해요. 애초에 꿈은 소소했어요. 전업작가로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제 이름이 들어간 칼럼을 갖고 싶었거든요. 글 쓰는 커리어가 확장되고 깊어지면서 칼럼만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글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길게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덕분이에요.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모두 원서로 읽고 되게 좋아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도 정말 열심히 활동했잖아요. 작가가 되었다고 바로 원래 하던 재즈카페 일을 바로 관두지도 않았고, 전업작가가 되어서는 꾸준히 쉼없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왕성하게 발표해왔죠. 이런 일관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저를 심적으로 지탱시켜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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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거실에 걸린 하루키 액자

 

자유라고 하면,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뭔가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책에서는 타자와 일(?)을 강조하셨습니다.

 

어떤 직업이 낫느냐 안 낫느냐를 떠나서 그 일을 할 때 어떤 태도로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일은 타인에게 가치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에 있어서 당연히 타인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죠. 그래서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성실해야 할 것 같아요. 프로답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조직 안에서도 자발적으로 일을 해야죠.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자기 일의 테두리를 스스로 설정 못하니, 조직 밖을 나가면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해도 스스로 일을 해나가는 것이 잘 되질 않아요. 자발적으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일을 직접 만들어내고 테두리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갈 수가 있죠. 자기 통제력, 규율의 문제는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적인 관계에서 저 사람이 좋다 나쁘다 등, 사적인 인격으로 판단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마음이 소모될 뿐이니까. 대신 그만큼 사적인 관계에서는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데 한국에는 거꾸로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공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호불호를 따지면서도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의무감에 지배된 사람들이 흔하죠. 모임에 나가기 싫어도 억지로 나가잖아요. 인간관계가 즐거운 게 아니라 의무감으로 챙겨야 하는 무언가로 간주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그런 걸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은 관대하게, 일은 성실하게 하라는 선생님 말씀과 이어지네요.

 

사랑의 전제는 이별이에요. 이별할 때 아프잖아요. 아프고 속상하고 상처받는다고 해서 이별을 씁쓸하게 생각하거나 피해의식을 느끼거나 원망하면 다음에 사랑하기가 힘들어져요. 다음 사랑할 때 힘들고 겁 먹고, 마음을 안 열고, 새로운 상대에 과거의 망령을 투영시켜서 사랑을 시험해보려고 하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고 느끼는 순간인데, 사랑에 관대하지 못하면 이런 행복을 놓쳐버려요.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 성숙해진다,라는 말은 거창한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이해하는 만큼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별의 상처를 입더라도 시간이 되면 우뚝 일어서서 나는 나대로 인생을 걸어나가자는 뜻인 것 같아요. 고통을 받아들이고 견뎌내고 마침내 재생하는 것이지요. 사실 제대로 아파한 사람들, 정면으로 고독과 고통을 관통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랑을 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전업작가로 살아가려면

 

전업작가로 살기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데요. 조언을 해주신다면?

 

저는 전업작가를 사실 권장하지 않습니다(웃음). 뭐 그래도 꼭 하셔야겠다면 작가로 살기 위해서는 글을 재미있게, 잘, 계속 부지런히,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공백기 없이 가급적 쭉 썼으면 좋겠죠. 저는 기왕이면 전업작가가 되기 전에 다른 직업을 체험하거나 사회경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병행이 가능하다면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같이 갖고 갈 수 있을 때까지 갖고 가는게 나을 것 같아요. 돈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면 글이 팍팍해지거든요. 또한 글쟁이 초기에는 인지도가 올라갈 때까지는 매체 연재를 해서 자신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 홀로 예술’은 정신건강에 안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변명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한국에서 책이 안 팔리네, 책을 안 읽네, 이렇게 한탄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본다고요? 저도 집에서는 책 많이 보지만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 봐요.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죠. 한탄한들 바뀌나요. 책 써서 생활이 안 된다고 자포자기하면, 독자에게는 점점 더 읽을 책이 없어져요.
 
당차다는 평과는 달리 실은 소심하다고 쓰셨는데요. 실제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소심해지지 않으려 보이려는 건 후천적인 훈련 덕분이고, 사람 앞에서 하는 건 뭐가 됐든 아직 떨려요. 부끄럼을 많이 타기도 해요. 기본적으로는 혼자 있는 게 좋아요. 사생활에서는 가능하면 혼자 있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죠. 그렇게 겉으로는 정적인 상태를 좋아하지만 속으로는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를 좋아합니다.

 

소설과 에세이 중에 어떤 글을 더 쓰고 싶나요?

 

소설은 아직 신인에 가깝죠. 그런 의미에서 소설 쪽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요. 그렇다고 에세이를 잘 쓴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에세이는 삶의 한 부분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저도 즐겁고, 글을 함께 공유하는 독자도 즐거워해요. 에세이는 솔직히 쓰지만, 그래도 완전히 솔직하게는 못 쓰는 부분은 있어요. 그런 부분은 소설로 표현할 수 있겠죠.

 

흥미로운 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보면 소설은 한국소설이 별로 없어요. 에세이는 반대죠. 한국 작가의 에세이가 보통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데요, 아무래도 공감되는 정서 때문에 그런 것 같긴 해요.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외국 작가의 소설만 상위권에 붙박이로 있는 건 좀 아쉽습니다. 소설은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이 들어오니, 실제로 한국소설보다 더 잘 써서 더 많이 어필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한국소설들이 더 분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차기작은 어떤 글인가요?

 

두 번째 장편소설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아련하고 애틋한 첫 작품보다는 조금 더 독하게 쓰고 싶네요. 몸과 마음이 시큰시큰 타들어가는,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지독한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 사진 : 임경선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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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임경선 저 | 한겨레출판
《태도에 관하여》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가지의 태도의 틀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삶의 문제들을 통찰하고 접근해 나가지만, 일방적인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들에게 ‘그렇다면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독자 스스로의 기준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자극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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