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읍 서쪽 방면에 놓인 석문방조제의 일몰 풍경.
am 10 : 00 아미미술관
폐교를 문화 공간으로 바꾼 사례는 전국 각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인 당진 순성면의 아미미술관(041 353 1555)은 옛 학교의 원형을 자연스럽게 살린 박기호 관장의 심미안이 돋보이는 곳이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단층 건물의 외관부터 잔디밭이 깔린 아담한 운동장까지 정감 어린 교정 풍경은 방문객의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박기호 관장은 20여 년 전 유동초등학교이던 이곳을 개인 작업실로 사용했고, 널찍한 공간을 홀로 쓰기 아깝다는 생각에 2011년부터 설치미술가인 부인과 함께 미술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옛 교실 5개는 상설전과 특별전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복도에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잘 어우러지는 아기자기한 모빌을 설치했다. 이곳에는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나무 바닥의 교실을 조심스레 거닐며 작품을 하나씩 감상한 뒤, 운동장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겨보자. 학교 뒤편에 있는 옛 교장 선생님의 한옥 사택은 작가가 머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작업을 이어간 작가 8명의 작품을 모은 전시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가 내년 3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아미미술관 본관 뒤에는 학교의 창고이자 보일러실, 숙직실이던 건물을 개조한 카페 지베르니가 있다. 미술관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테이블 사이를 누비는 이곳에서 커피와 홍차, 허브티 등(모든 음료 3,000 원)을 마시며 잠시 쉬어보자. 부부 내외가 직접 만들고 모은 소소한 장식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아미미술관 복도에서 만나게 되는 스테인리스 사과 조각상.
pm 12 : 00 솔뫼성지
성지 순례를 위해 꼭 머나먼 스페인 북부로 떠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의 기념비적 천주교 유산이 모여 있는 당진에서도 순례 여행이 가능하니까. 서해안 물길이 내륙 깊숙이 이어져 내포라 불리던 당진 일대에서는 조선 후기 평민층이 일찍이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신앙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솔뫼성지는 당진 순례 여행의 상징이자 시작점이다. 증조 할아버지부터 김대건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 가문이 머물던 이곳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찾았을 정도로 종교적 가치가 드높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솔뫼성지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교황의 동상이 놓인 김대건 생가 뒤로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기 때문. 성지 한복판을 가르는 십자가의 길 입구에는 높다란 나무 십자가가 청명한 하늘을 향해 처연하게 솟아 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
SIDE TRIP 버그내 순례길
솔뫼성지부터 인근 합덕면의 합덕 성당, 신리성지까지 약 18킬로미터 구간으로 이어진 순례길이다. 내포 지방의 신자를 위해 세운 합덕성당은 충청도 최초의 천주교 본당. 1890년 설립 이후 1899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으며, 2개의 고딕 양식 주탑과 붉은 벽돌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합덕성당에서 남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신리는 400여 명의 천주교 신자가 모여 살던 조선 최대의 교우촌이다. 당시 숱한 박해 때문에 순교자가 끊이질 않았고, 오늘날에는 다섯 성인을 기념하는 야외 경당과 기념관, 성당이 하나의 단지를 이루고 있다.
신리성지 입구를 알리는 설치 작품.
충청도 최초의 천주교 본당인 합덕성당.
pm 1 : 30 소들강문
서해를 낀 당진의 대표 먹거리로 실치, 가재미 등 해산물을 꼽곤 한다. 그러나 논밭이 지천에 널린 당진에서 꺼먹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향토 음식이다. 가을에 수확한 무청을 소금에 절인 뒤 기름에 볶아 먹는 꺼먹지는 당진과 이 일대의 밥상에서 무시로 올라오는 반찬 중 하나다. 일상에서 먹는 소박한 음 식인 까닭에 도리어 일반 식당에서 접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 이를 내세운 식당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솔뫼성지에서 신평면으로 향하는 길가에 자리한 소들강문(041 363 9494)은 꺼먹지를 전문하는 농가 식당이다. 식당 텃밭에서 기른 콩과 파 등 각종 채소로 찬을 만들고, 대표 메뉴인 꺼먹지 백반(1인분 1만5,000원)을 주문하면 꺼먹지를 넣은 구수한 된장찌개를 메인 메뉴로 낸다. 얼핏 우거지와 비슷한 맛을 내는 꺼먹지는 먹을수록 짭조름한 맛이 우러나 찌개의 풍미를 더한다. 꺼먹지, 사과, 해초를 곁들여 먹는 수육과 조개젓, 고등어, 두부전 등 정갈한 반찬 또한 윤기가 번지르르한 당진 쌀밥의 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꺼먹지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를 당진에서는 깨묵찌개라 부른다.
pm 3 : 00 신평양조장
지역마다 이름난 술이 하나쯤 있지만, 이를 제대로 맛보고 경험할 공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1933년부터 신평읍에서 술을 빚어온 신평양조장(041 362 6080)이 더 반가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올해 3 월 양조장 바로 옆에 시음은 물론 막걸리 빚기와 누룩전 만들기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백련양조문화원을 열었다. 3대째 대를 이어온 이곳의 대표 술은 백련생막걸리다. 양조장 뒤편 연못에서 자란 백련의 잎으로 향을 더한 생막걸리는 보통의 막걸리보다 한층 맑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아버지와 함께 양조장을 경영하는 김동교 부대표는 술을 빚은 뒤 2~5일 정도 지나야 최상의 맛을 낸다며 딱 알맞게 숙성된 생막걸리를 따라준다. 막걸리의 맛도 훌륭하지만, 애주가라면 도수가 좀 더 강한 약주, 백련맑은술을 시음해보자. 그윽한 연잎 향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8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답게 문화원 내에는 술의 종류와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안내도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 술의 현황을 정리한 책 『조선주조사』 등 술과 관련한 다양한 물품을 전시한다.
3대째 대를 이어온 신평양조장의 백련 막걸리.
pm 4 : 30 필경사
학창 시절에 배운 『상록수』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진 여행이 한층 풍성해질 터. 소설가이자 영화인이던 심훈이 일제강점기 당시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쓴 소설 말이다. 그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1933년 부모님의 고향인 당진의 송악 부곡리로 내려와 팔작지붕의 목조 가옥 필경사를 지었다. 이후 이 아담한 집에서 심훈은 농촌계몽운동가이자 큰조카인 심재영과 최용신을 모티프로 『상록수』를 집필했다. 필경사 앞 널찍한 잔디밭에선 상록수를 형상화한 청동 오브제가 방문객을 맞이하며, 가옥 뒤에는 대나무가 숲을 이뤄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필경사가 있는 부곡리 마을에는 상록수에 등장한 학교 터와 심재영이 살던 가옥 등 소설의 배경지가 남아 있어 문학 기행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심훈의 후손이 살고 있는 심재영 고택을 거닐며 소설 속 남주인공이 고뇌하던 장면을 떠올려보자.
*필경사 바로 옆에는 지난해 문을 연 심훈기념관(041 360 6883)이 있다. 심훈의 작품 사본을 일대기별로 전시해놓았으며, 널찍한 옥상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과 시비를 세워놓았다. 오후 5시까지 운영하므로 늦은 오후에 방문한다면 필경사에 가기 전에 들러보자. 안내 데스크에서 해설사 안내를 신청할 수 있다. 무료 입장.
SIDE TRIP 해어름 카페
왜목마을은 당진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해변으로 각광받고 있다. 당진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이 해변에 가려면 당진 시내에서 1시간 남짓 이동해야 한다. 여정 막바지 가볍게 일몰을 감상할 요량이라면 서해대교 초입에 있는 해어름 카페를 선택해보자. 통유리로 건물 외관을 덮어 모던한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이곳의 실내 혹은 루프톱에 자리를 잡으면 로맨틱한 일몰과 야경을 바라볼 수 있다. 카페를 둘러싼 널찍한 야외 공간은 산책을 즐기기 좋은 정원으로 조성했다. 커피 6,600원부터, haearumcafe.com
데이트 명소로 각광받는 해어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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