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만만치 않은 두께지만, 이 소설을 쉽사리 덮을 수 없을 거라 자신한다. 다 읽고 나면 우리야말로 ‘눈뜬 장님’으로 살아온 동안 수많은 대화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마사지사
비페이위 저/문현선 역 | 문학동네
내가 좋아하는 시간 보내기 중 하나가 '내가 들으며 끄덕거리고 상대방이 말하는 대화'이다. 그러니 내 자신이 행복 하려면 그런 대화를 내내 필요로 하고 갈망할 수 밖에. 어쩌면 나는 대화 내용보다는 상대방이 열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동안 빛내는 눈동자, 흥분할 때 앞뒤로 흔드는 몸, 탁자를 때리거나 깍지를 끼는 손동작 등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대단히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내 눈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어떤 대화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음성과 높낮이로만 상대방을 추측해야 하는 답답함을 견뎌낼 수나 있을는지. 그래서 궁금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보이지 않는 세상 속의 대화를 만날 수 있는 소설이 있었다. 『마사지사』는 한 맹인 마사지센터의 내부 풍경을 그리는 소설로 맹인들만이 할 수 있는 '손끝의 대화'를 수려하게 그려낸다. 보이지 않는 이들만이 볼 수 있는 세상,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들으며 상상하고, 손끝으로 더듬어가며 배워나가는 그들만의 '체험형' 대화. 어느 누가 주인공이라고 할 것도 없이 마사지센터의 마사지사 모두의 이야기를 당신은 충실하게 488 페이지에 걸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두께지만, 이 소설을 쉽사리 덮을 수 없을 거라 자신한다. 다 읽고 나면 우리야말로 '눈뜬 장님'으로 살아온 동안 수많은 대화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땡감)
곁에 서다
김중미, 권해효 외 공저 | 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요즘 말로, 이 책을 읽자마자 '심쿵'했다. "도대체 이 길바닥에는 무슨 권리가 있을까요?"라는 철학자 고병권의 추천의 글에서부터 나는 얻어터졌다. 퇴근길 지옥철에서는 딱히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옆에 선 사람들의 시큼한 땀냄새를 맡다가 가방 속에 들어있는 책을 꺼내 몇 장 읽는 게 다인데, 『곁에 서다』를 읽으며 몇 정거장을 놓쳤다. 이 책은 인권재단 사람이 운영하는 인권도서관 동화에서 기획한 강연 '사람, 거리에 나서다'의 내용을 엮은 책이다. 동화작가 김중미, 배우 권해효, 판화가 이윤엽, 영화감독 김일란, 의사 공유정옥, 노동 변호사 권영국, 목사 임보라, 가수 윤영배의 강연을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공저자 박희정 작가가 글로 정리했다. 강연자 여덟 명의 공통점은 누군가의 '곁'에 서기 위해 거리의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강연은 나에게 '대화'로 들렸다. 나는 이 책이 진심으로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초등학생도 취업준비생도 주부도 퇴직자들도 교수도 대통령도 이 책을 좀 읽어줬으면 좋겠다. 대화를 하기 전 우리의 '곁'을 한 번 응시하면 좋겠다. (꾸러기)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저 | 사계절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불통이 심하다. 불통의 원인으로 관점의 차이도 문제겠지만, 관점의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사실 관계 파악일 테다. 실제로 대한민국사회는 근현대사 쪽으로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다. 필자 시절 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었으나, 선생님들은 근현대사 부분은 나와봤자 한 문제 나올까 말까이니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졸업을 하고 나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파헤쳐 본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고찰해온 김동춘 교수의 『대한민국은 왜?』 출간 소식이 반갑다. 이 책은 1945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일반 독자가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담아냈다. (드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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