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난다,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엄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은 썩 반갑지만은 않다. 아련하고 애처롭고 슬픈 마음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올드걸의 시집
은유 저 | 청어람미디어
엄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은 썩 반갑지만은 않다. 아련하고 애처롭고 슬픈 마음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은유 저자의 『올드걸의 시집』은 나 자신을 위로하고자 읽은 책인데, 읽자마자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가 전업주부라서 참 좋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란 나는 지금 워킹맘이 돼서 친정엄마에게 내 아이를 맡기는 불효를 저질렀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보다 친정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이 더 큰 지금.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한 줄 한 줄 그냥 넘겨지는 장이 없었다. 저자는 전방위적으로 글을 쓰는 생활밀착형 작가, 여성들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문장이 삶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여자라면 이 책은 무조건 읽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무조건' 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이유가 있겠구나' 싶었으면 한다. (꾸러기)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김곰치 저 | 한겨레출판
제목에서부터 엄마 생각이 나게 만드는 이 소설은 제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내가 나고 자란 부산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지명이 나올 때마다 반가워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 작가는 평온해 보였던 가정이 병마로 흔들리는 모습과,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서울에서 기자로 일하는 주인공이 뇌에 종양이 생긴 어머니와 함께 추억을 쌓아간다는 줄거리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던 때가 7년 전인데, 그 사이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번 명절 전에 읽어보고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먹어봐야겠다. (드리트리)
침이 고인다
김애란 저 | 문학과지성사
내게 "읽는 내내 '엄마'가 떠오르는 소설이 뭐냐?" 라고 묻는다면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김애란 작가의 「칼자국」이라고. 소설 속 주인공의 어머니처럼 음식을 잘하진 못하는 땡감네 엄마. 그래서 내겐 엄마의 '음식'이 각별하지 않고, 심지어 지금도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머리가 크면서 반찬투정을 시작하고 거부해도, 끊임없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음식을 먹여 온, 우리 엄마의 삶에 관해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장은 이 문장뿐이다. 비록 서투르고 솜씨 없는 엄마의 음식이지만, 그 속의 '무수한 칼자국'은 지금의 내 몸 곳곳에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그리고 그 '칼자국'이 엄마와 나의 이해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해본다. 슬픔이 되도록 늦게 오면 좋겠지만, 그러긴 쉽지 않겠지. 그래도 엄마를 떠올릴 때, 느낄 무수한 칼자국들이 나에겐 늦게, 그것도 엄청 늦게 찾아오길 기원해본다. (땡감)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 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칼자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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