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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라따뚜이

하루한상 – 두 번째 상 :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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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되면서 거짓말같이 선선해졌다. 아니 살짝 추운 기운마저 든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뜨신 국물! 그래서 두 번째 상은 만들어 먹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 된 라따뚜이다.

스튜인가 수프인가


텃밭을 하시는 부모님은 종종 둘이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소출을 주시기도 한다. 여름 내내 냉장고를 가장 많이 차지했던 건 다름 아닌 토마토. 저번 파스타 편에서도 쓰였던 식재료이지만 늦여름까지 제철인 채소이기 때문에 계속 우리의 상을 채워주고 있다. 다루기 편한 토마토라고 하지만 오래 보관하면 물러지기 마련. 한 번에 주스를 만들어 보관하고 아침에 한 잔씩 마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차가운 주스는 먹히지 않았다. “저걸로 뭐 해 먹지?” 하다 생각난 게 따뜻하고 든든한 토마토 스튜!


지금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스튜는 고기가 들어가며 야채가 큼직하고 국물이 자작한 요리를 말한다고 한다. 수프는 그것보다 건더기가 작고 국물의 비중이 큰 것을 지칭한다고 한다. 그럼 이건 스튜인가? 어렵다.


여하튼 토마토와 감자, 양파는 있고… 자, 요리를 완성시켜줄 다른 재료를 찾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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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딴 토마토, 꼭지가 살아있다.

 

재료 찾아 삼만리? 아니 오리. 로컬푸드 어렵지 않아요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식재료 찾으러 가는 길. 최근에 읽기 시작한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라는 책이 떠오른다. ‘도시 남녀의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라는 부제답게 커플이 사는 캐나다 밴쿠버를 중심으로 100마일 이내의 로컬푸드로만 밥상을 채우는 일종의 실험기 같은 것이다. 100마일이면 161km. 서울을 기점으로 동쪽으로는 강원도 초입인 원주 정도 일테고 남쪽으론 태안이나 서산 정도인데 나는 완전하게 지키면서 먹고살 자신은 없다. 그래서 이 커플도 1년 동안 실험해보는 걸로 도전한 게 아닐까? 책에서 보면 농사를 지은 농부가 직접 나와서 파는 ‘파머스 마켓’을 종종 이용하던데.. 마침 근처 공덕 늘장에서 ‘서울시 농부의 시장’이 열려서 거기부터 돌아봤다. 크고 신선한 호박을 1천원에 득템했다. 비슷한 장터로 혜화와 명동, 양재 등에서 월 1회 열리는 ‘마르쉐@’도 있다. 이제 광흥창역 근처에 있는 옥상텃밭으로 향한다.


우리의 올여름 라이징 스타, 오크라가 하늘을 향해 솟아 나있다. 오크라는 일본에 가서 처음 접하게 된 작물인데 마침 이번 여름 첫 재배가 성공했다. 고추 같지만 자른 단면이 별 모양이며 끈적하고 고소한 식감이 있어 여러모로 음식에 각을 살려준다. 주변을 살펴보니 샐러리도 있다. 청귤 모히토를 위한 민트도 땄다. 당근과 양송이버섯은 근처 마트에서 구매하고 주섬주섬 집으로 가본다. 둘이 자전거를 타고 먹을 것을 구하러 나서면 대략 2km, 그러니까 주변 5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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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라를 바삐 수확하는 손놀림. 자세히 보면 오각진 자태가 보인다.

 

늘장 소개 블로그 //blog.naver.com/neuljang365
마르쉐@ 페이스북 //www.facebook.com/marchewith

 

이게 라따뚜이라고?


모든 재료는 약지 손톱 크기로 자른다. 감자는 녹말을 빼기 위해 잠깐 담가 놓고 먼저 볶을 단단한 당근, 양파를 썬다. 그리고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다가 앞의 재료들을 달달 볶는다. (여기까지 하다가 물 붓고 카레 분말을 넣으면 카레가 된다.) 갈아둔 토마토 주스를 넣고 끓이다 양송이버섯, 가지, 오크라, 샐러리를 썰어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완성! 원한다면 치즈를 솔솔 뿌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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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준비 완료! 냉장고를 탈탈탈


후후 불며 한 입 넣어본다. ‘맛있는데? 이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은 뭐지?’ 채소만을 사용해서 그런가. 부담스럽지 않고 속이 따스해진다. 자투리 빵도 꺼내고 청귤모히토도 만들어서 함께 먹는데 갑자기 남편 왈. “이거 라따뚜이인데요?” ‘음? 난 토마토 스튜를 만들려고 한 건데?’ “토마토와 야채를 다 썰어서 볶다가 물 넣고 간 맞춰 먹으면 그게 라따뚜이에요.” 갑자기 내 요리가 프랑스 가정식이 된 느낌이 들었다. <라따뚜이>라면 생쥐가 요리사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는데 본 적은 없다. 막연히 라따뚜이는 ‘꼬꼬뱅’처럼 닭고기 정도는 들어가는 요리로 생각했는데.. 아 이게 라따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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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라따뚜이 한상. 청귤모히토와 자투리빵으로 만든 치즈피자도 곁들였다.

 

늦여름에 먹는 남부 프랑스의 찌개, 라따뚜이 그리고 프랑스 요리


그래서 알아본 라따뚜이. 토마토, 가지, 애호박 등등을 넣고 끓여먹는 남부 프랑스의 음식으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집에서 끓여먹는 섞어 찌개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와! 신기해라. 어쩜 사람은 다 똑같을지도 모른다. 선선해지는 환절기가 되면 제철 재료로 국물요리를 해 먹을 생각을 하다니. 프로방스 사람이든 마포 사람이든 찬바람이 불면 따땃한 음식이 생각나나보다. 


그러고 보면 바게트를 제외하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프랑스 음식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라따뚜이 정도라면 파스타만큼이나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할 수 있는 다른 나라 요리가 하나 더 생겼다. 이러다 연재가 ‘하루 한 상’에서 ‘식탁 위 세계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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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끓인 모양. 남부 프랑스 향취가 나는 것만 같다. 킁킁

 

 

(부록) 남편의 말


지난 회에 고대한 크림 파스타를 먹고야 말았습니다. 아침에 예고한 저녁 메뉴가 파스타였는데 구내식당 점심 메뉴로 미트볼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강력하게 크림 파스타를 외쳤는데 마침 그 시각 여편님은 마트에서 생크림을 집어들고 있었답니다. 처음 접하는 크림 파스타 앞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길래 제가 주방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라따뚜이를 하고 남은 당근, 호박, 양송이버섯과 양파를 잘게 썰어 볶다가 생크림을 넣어 졸이고 냉장고에 오크라, 부추, 방울토마토, 적양배추, 치즈까지 총출동시켰습니다. 하얗고 빨갛고 색깔 차이를 빼면 라따뚜이랑 다른 점을 모르겠네요.


사실 제 생애 최고의 크림 파스타는 유럽 여행 시절, 포르투갈 리스본에 체류 중이던 친구 집에서 전날 먹고 남은 치즈, 우유, 호박, 당근, 양파, 버섯을 볶고 졸여 만든 모닝 파스타입니다. 그때처럼 알프스 산맥 잔디밭에 양떼가 뒹구는 맛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파스타도 보랏빛 양배추까지 넣은 덕분에 알록달록 한라산에 무지개 걸치는 풍경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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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크림 파스타와 오이 샐러드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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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공저/구미화 역 | 나무의마음
이 책은 “1년 동안 거주지 기준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는다”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두 남녀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자의 관점에서 이어 쓴 기록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대자연과 먹거리,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조리법,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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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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