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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름 검색

검색에 임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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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관점과 취향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그것은 그것대로 나름 안도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분명히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고로 자기이름 검색하면서 자학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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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석 자가 흔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기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유혹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터이니. 이름이 그리 흔하지도 않거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내가 가장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보니, 일하다가 심심하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다가 심심하면 내 이름 석 자를 검색하게 된다.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이들에겐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유혹이다. 꼭 대중을 상대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자신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너무너무 궁금한 것이다. 

 

“이름 검색은 기왕 할거면 속속들이 죄다 찾아서 끝까지 읽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아무 것도 보지 말아야 해.”

 

아는 한 유명인은 그런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그의 경우 자기 이름을 거론할 글은 아마도 하루에만 가뿐히 수십, 수백 개는 올라올 것이다. 정작 그 자신은 전자의 경우로, 매일 밤 스케줄이 끝나고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지쳐서 잠들 때까지 자기 이름으로 걸리는 문서를 속속들이 검색해서 가급적이면 다 보고 잔다고 했다. 아는 또 다른 유명인은 여느 사람들처럼 자기 이름 석 자를 즐겨 검색하다가 한 번 거대한 악플에 시달린 후, 그 일을 기점으로 더 이상은 인터넷에서 자기이름검색을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호기심을 누르는 일은 힘들었지만 반 년간 단 한 번도 자기이름검색을 안 하고 버틴 그는 자신이 그간 한 일 중에서 가장 용기있고 힘든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삶이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 이름 검색에 관한 한 내가 들었던 가장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가 있다.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 그 업계에서 알만한 한 저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어느 날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다가 한 개인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신간 책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고 격분한 그는 블로그의 주인에게 온라인으로 연락을 취해 그 게시글을 당장 내려달라고 했다. 황당해하는 블로그의 주인이 이유를 물으니 이유인즉슨 그 비판적인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그것은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라고 역설했다고 항의했다. 블로그의 주인은 반쯤은 저자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으로 비판을 한 것임에도 불구, 저자 그 자신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아 글을 지우라 마라 소리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라 당황했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그 저자가 평소에 얼마나 칭찬과 좋은 말만 듣고 살았으면 타인의 의견 하나에 파르르르 떨까 안쓰러웠다. 명예훼손 수준의 악성글이 아닌 정당한 비판과 ‘나 너 싫어’소리를 듣는 일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에 포함된 직무내용 아니던가. 

 

나의 ‘자기 이름 검색’의 경우, 우선 서점 사이트의 리뷰나 기사의 댓글형 코멘트는 일절 보지 않는다. 대신 개인 블로그에서 언급된 내용만 검색한다. 그 이유는 블로그는 개인 일기장 같은 매체이기 때문에 나는 내 책을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어떻게 생긴 독자들이 어떤 맥락에서 읽는 것인지가 무척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거 마케팅전공자로서 나름의 독자시장조사인 셈이다.
 
‘작가님! 소설 쓰지 말고 그냥 에세이 계속 쓰세요.’

 

어떤 분들은 아예 검색당할 걸 안다는 듯이 내게 대화투로 글을 쓰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바짝 긴장한다. 검색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같은 것을 가지고도 어떤 독자들은 너무 좋게 평가하고 또 다른 독자들은 무척 좋지 않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뒤편에 수록된 김현철 정신과의사와의 대담 부분에 대한 평가도 첨예하게 갈리기도 했다. 그렇게 치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관점과 취향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그것은 그것대로 나름 안도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분명히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고로 자기 이름 검색하면서 자학할 일은 없다.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저 | 한겨레출판

《태도에 관하여》는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신뢰하게 된 삶의 다섯 가지 태도들에 관하여 쓴 솔직하고 명쾌한 에세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태도(attitude)는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문제이자,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자산이다. 《태도에 관하여》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가지의 태도의 틀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삶의 문제들을 통찰하고 접근해 나가지만, 일방적인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들에게 ‘그렇다면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독자 스스로의 기준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자극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관련 기사]

- 임경선 “사랑은 관대하게 일은 성실하게” 〈Across the universe〉
- 완전한 개인의 탄생을 환영하며 : 임경선 ‘나라는 여자’
- 좋은 편집자란
- 밥벌이의 덫
- 읽을 책이 없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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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경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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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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