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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보다 ‘사색’이 더 중요한 이유

『생각사전』 유영만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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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생각사전』의 저자 유영만 저자(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의 토크콘서트가 펼쳐졌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사전 : 나의 생각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이라는 제목으로, 유영만 저자는 이전과 다르게 생각할 것을 권했다. 이를 위해 생각의 껍질에 펀치를 날려 생각의 속살을 터치하는 ‘생각망치’를 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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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사전? 당신만의 사전!

 

“사전하면 무슨 생각이 나나?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에 나온 단어를 보고 감명을 받아 계속 읽고 싶었던 적이 있나? 오늘 말하는 사전은 생각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전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사전이라고 했을 때의 고정관념이 아닌 여러분만의 사전을 만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생각과 느낌을 여러분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여러분만의 사전이다.”

 

이어 유영만 저자는 나폴레옹의 유명한 말을 꺼냈다. 나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 이 말의 ‘사전’ 앞에 생각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이전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단다. 이에 자신의 어디까지가 한계이고 가능성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을 꺼냈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알고 있으나, 정작 이 조각상을 따라하라고 하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틀린 포즈를 취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자세히 보면, 조각상의 오른쪽 팔꿈치가 왼쪽 무릎에 올라가 있다. 이 조각상의 포즈를 취하라고 했을 때 똑같이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생각 없이 바라봤기 때문이다. 사물과 현상을 대충 봤기 때문이다. 대충 보면 대충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는 ‘생각의 종류’라며 같은 생각이지만 같지 않은 생각들의 갈래를 제시했다. 우리말로는 생각이지만, 한자로 따지면 뜻이 각기 다른 생각들이다. 

 

- 상(想) : 퍼뜩 떠오른 생각 또는 이미지로 떠오른 생각
- 사(思) : 곰곰이 따져 하는 생각
- 고(考) : 과거의 것을 거슬러 곰곰이 따져보는 생각
- 념(念) : 맴돌아 떠나지 않는 생각
- 려(慮) : 호랑이가 올라탄 듯 짓누르는 생각

 

이렇게 다양한 생각의 종류가 있는데, 생각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보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것은 사색이다. ‘사색’하기보다 ‘검색’에 익숙한 시대를 지적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숙제도, 친구와 밥 먹는 것도 검색으로만 한다. 검색하지 않으면 쇼핑도 사랑도 못할 지경이다. 현대인의 생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꼽았다. 경박한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주는 지식(지혜)은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 그는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자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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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의 『통상관념사전』이 있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사전을 만든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말하길, 바보는 ‘지능이 떨어지는 자’가 아니라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사랑이란, 국어사전에선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등으로 정의돼 있다. 그런데 최승자 시인이 쓴 시를 보면,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이라고 표현했다. 국어사전에서 사랑은 추상명사라고 돼 있으나, 나는 사랑은 보통명사, 아니 매일 실천하는 동사라고 생각한다.”

 

그는 문정희 시인의 「응」이라는 詩를 꺼내들었다.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응’이라는 우리말을 놓고 어떻게 이런 시적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루에 한 번씩 삼행시를 써보라. 생각을 남다르게 하는 가장 파워풀한 일상의 툴이라고 본다. 삼겹살, 뚝배기 등을 놓고 삼행시를 쓰는 순간, 여러분의 언어와 어휘수준을 절감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언어를 모르고 그만큼 생각의 폭이 좁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개봉한 <행복한 사전>이라는 영화가 있다. 사전편찬과정이 곧 삶의 여정임을 보여준다. 여러분의 사전을 보면 여러분의 삶을 반추하고 기억할 수 있다. 그게 여러분의 삶의 편찬 과정이고 그 과정이 삶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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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체험으로 만드는 개념

 

저자는 개념과 체험의 관계에 대해 말을 이었다. 사전에는 개념이 들어있으나, 교과서적 정의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체험은 없으나 개념이 있는 사람, 즉 책으로 세상을 읽은 사람의 예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를 들었다. 처음의 월터는 체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흐르면서 어마어마한 체험을 겪은 월터는 달라진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개념 없는 체험은 무모하거나 위험하고, 체험 없는 개념은 지루하거나 관념이다.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인 생각은, 개념과 체험의 교차점에서 비롯된다.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를 보면 여성을 공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 얘기한다. 10대 여성은 축구공. 여러 남성이 서로 뺏으려고 달려들지. 20대 여성은 럭비공. 가지면 놓치지 않으려고 전력질주하지. 30대 여성은 탁구공. 한두 명 정도가 주시하지만 그래도 집중력을 잃지 않지. 그 이후는 골프공. 멀리 보내려고 애쓰기만 한다고. 여성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고 그만큼 메타포가 중요하다. 내 생각을 좀 더 분명하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책은 전자신문에서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구조를 만들었다. 그 구조의 콘셉트는 ‘사계절을 사색하라 : 사찰(四察)’이었다. 봄(spring)은 봄(watching) 즉, 관찰로 규정했다. 여름은 ‘열음(opening)’으로 고찰(考察), 가을은 노을로서 통찰(洞察), 겨울은 거울로서 성찰(省察)로 묶었다.

 

“꿈꾸는 ‘동안’은 ‘동안(童顔)’이다. 꿈꾸는 사람은 눈빛에 광채가 난다. 그래서 꿈꾸는 사람은 뒷모습, 발걸음이 다르다. 꿈은 꿈(borrowing)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꾸어오는 것이다. 아이가 꿈을 꿀 때는 엄마나 아빠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꾸어온다.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야성(野性) 없는 지성(知性)은 지루하고 지성 없는 야성은 야만이다. 재미없는 의미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고 의미 없는 재미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어느 하나든 빠지면 인생은 행복하지 않다. 재미는 일정기간 감정적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상태다. 웃음과는 또 다르다. 재미있는데 의미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또 의미는 있는데 재미가 없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두 단어가 쌍두마차가 돼야 한다.”

 

“사람은 의미에 살고 의미에 죽는다. 의미가 없으면 마음도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의미는 누군가가 강제로 부여한 의미가 아니라 나 스스로 찾은 의미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재미가 없다면 지루할 수 있고, 재미는 있지만 의미가 없으면 한바탕 웃음으로 끝날 수 있다.”(p.79)

 

저자는 곤경(困境)으로 보이는 근경(近境)도 원경에서 보면 풍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즉, 전경과 배경을 바꿔보는 연습을 해볼 것을 저자는 권했다. 이것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경으로 늘 보던 것을 배경으로 하고, 관심 없는 것을 전경으로 끄집어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 그렇다면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그는 남다른 경력을 쌓고 싶다면 역경을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역경도 경험하지 않고 경력을 쌓으려는 것이 문제다. 아름다운 경력은 역경이 낳은 자식이다. 걸림돌과 디딤돌은 같은 돌이다. 똑같은 돌이라도 누군가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기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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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여러 가지’는 결국 ‘마찬가지’다. 살면서 발생하는 숱한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마찬가지에서 비롯된다. 말장난 같지만 여러 일을 하는 와중에 한 가지, 마찬가지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할 화두다. 생각을 바꿔야 행동도 바꿀 수 있는데,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딴 짓’을 해야 ‘딴 생각’을 할 수 있다. 딴 짓은 내가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체험이다. 안 해 본 일을 해봐야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안 해 본 일을 해봐야, 안 쓰던 근육을 써야 신체적 자극이 바뀌고 뇌세포가 꿈틀거린다.”

 

저자에 의하면, ‘한 우물’을 파면서 ‘한 눈’을 팔아야 눈이 멀지 않는다. 한 우물만 파다가 매몰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눈을 팔면 내가 모르는 물줄기를 만날 수도 있다. 사람이 모든 분야에 능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과 소통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변화도 가능하다. 저자는 생각을 바뀌기 위해서는 네 가지 눈(四眼)으로 보고 듣고 말하고 읽고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 뇌안(과학적, 분석적) : 성분관찰
˙ 심안(시적, 감성적) : 욕망관찰
˙ 영안(예술적, 총체적) : 한계 너머 관찰
˙ 육안(육체적, 물리적) : 외양 관찰

 

“생각은 이연연상과 이종결합 또는 잡종교배를 통해 무한 확산과 심화가 가능하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내가 꼽은 명대사가 있다. 극중 <라이프>지의 모토인데,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최근 안나푸르나에 가서 깨달은 점이 있다. ‘보는 것’과 ‘가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포기하고 싶은 욕구도 강렬해진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상황 판단도 어려워진다. 순간이 영원을 지배한다. 우리는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살지 말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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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생각사전 유영만 저 | 토트출판사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사람, 얽히고설킨 생각의 실타래를 풀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생각씨앗 사전. 생각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색다르게 보며 남다르게 생각하면 인생을 보다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관찰을 심화해 고찰하고, 부단한 고찰을 통해 통찰력을 키우자. 이 통찰의 집합체 속에서 성찰을 이어가면 반드시 자기발전, 자기완성을 이루게 된다. 사계절 찰찰 넘치는 생각의 우물에서 생각을 갖고 생각하며 사는 법을 배워라. 그 생각의 끝에서 창조가 일어난다.


 

[관련 기사]

- 용접공 출신 교수, 니체에 빠지다 - 유영만 『니체는 나체다』

- 창의적인 인재를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 -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옮긴이 유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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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생각사전

<유영만> 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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