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짓말 진짜 맞죠? - 연극 <라이어 1탄>
기막힌 거짓과 어색한 진실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지 않고, 메시지를 찾으려 하지 않고 즐기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뛰어나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극 <라이어>의 주인공 스미스는 이름도, 얼굴도, 성격도 지극히 평범한 택시운전기사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는 1년 넘게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천하의 못된 놈(!)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의 완벽하고 철저한 계획 덕분에 주변 사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으면서 평범했던 스미스의 일상에 태풍이 휘몰아친다. 그의 완벽했던 이중생활이 들통 날 위기에 처하게 된 것. 현모양처인 메리와 섹시하고 매력적인 바바라를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찌질남은 나름 머리를 굴려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다. 친구인 스탠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두 사람은 어떤 결말로 끝날지 모르는 거짓연극을 시작한다.
스미스에 의해 강제적으로 연극에 함께 하게 된 스탠리는, <라이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라이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캐릭터이자 <라이어>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비교적 잔잔하게 시작했던 연극은 스탠리가 등장한 뒤부터 상당히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정신없이 흘러가면서, 그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 터진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또 다시 거짓말을 낳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황당한 상황들이 계속 생겨난다. 그 황당한 상황들이 주는 어이없음에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떻게든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처절하게 노력하는 스미스와 스탠리의 처량한 모습 역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
연극 <라이어>는 1998년 초연된 이후 무려 18년째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간혹 훌륭하고 좋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여도 대중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극찬을 해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어>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가진 성공적인 작품이다. <라이어>가 18년째 공연되면서 오랜 시간동안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건, 쉽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기발한 스토리는 2시간여의 러닝타임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다소 억지스럽게 연결되는 뒷부분이 아쉽지만,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지 않고, 메시지를 찾으려 하지 않고 즐기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뛰어나다. 스미스와 스탠리의 자연스러운 거짓연극이 어떻게 끝날지, 언제 찌질남 스미스의 비밀이 탄로 날지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거짓말에 깊이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고 그들의 연기에 속지는 말자. 그건 진짜 같은 거짓말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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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