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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을 반딧불이> , 우리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가족의 탄생, 그 좌충우돌 명랑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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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상대를 걱정하면서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할 것이다. 그게 바로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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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사람들

 

가족이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혹은 단순히 한 집에 같이 사는 관계? 이리 생각해보고 저리 생각해봐도 가족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사전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도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정의 내리는 건 더더욱 어렵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가족의 경계에 애매모호하게 놓여있는 관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다모쓰는 9살 생일날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삼촌인 슈헤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다모쓰와, 아내도 자식도 없던 슈헤이는 부자지간처럼 친밀하게 20여년을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함께 보트선착장을 운영하며 소소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남자의 평화로운 삶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긴다. 슈헤이의 아이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마스미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찾아온 것. 마스미는 자신도 앞으로 이 집에서 살 거라는 선전포고(?)를 하고 집 한 자리를 차지한다. 손님으로 선착장에 찾아온 사토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자기도 얹혀 지내게 해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한다. 난데없이 찾아온 반갑지 않은 두 손님으로 인해 다모쓰는 혼란에 빠지고, 삼촌 슈헤이와의 사이에도 균열이 생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신이 된 아버지 분페이까지 나타나면서 다모쓰의 분노와 스트레스는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가족이라는 소재에 초점을 맞춰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전달한다. 근심 걱정이라고는 없는 듯 보였던 평화로운 선착장을 순식간에 갈등의 폭발지점으로 변신시킨다. 마스미와 사토시, 분페이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이 갈등은, 허를 찌르는 유머와 잔잔한 감동을 버무리며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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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족이 뭔데? 

 

생판 모르는 여자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집에서 나와 함께 살게 된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이 불청객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성격 좋다고 소문난 사람이라고 한들 흔쾌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생판 모르던 남과 하루아침에 한 집에 함께 살아야 된다니. 이 무슨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인가. 한 집에 함께 산다는 건,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되는 아주 민감한 문제이다.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낸 다는 것은 곧, 자신 일상의 한 부분을 공유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결국 내 삶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건 ‘가족’이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대체 가족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연극의 첫 시작부터 이 질문은 끈임 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아 연극이 끝날 때 까지도 답을 찾지 못할 뿐.

 

누군가와 자신의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다는 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론 상대로 인해 어떤 불편이 야기될 수도, 혹은 내가 상대에게 불편을 주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사이 이상적인 교류는 그러한 상처와 아픔을 주더라도 이내 다시 그 상처를 치유시켜 주고, 다시 같은 감정을 공유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가족 이야말로 그런 이상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지지고 볶고 다신 안 볼 것처럼 상처주고 다투다가도, 이내 다시 손을 내밀고 서로를 향해 웃어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다시 함께 식탁에 앉아 같은 찌개를 먹을 수 있는 것. 그런 존재가 가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혈연관계로 이어진 것도, 단순히 한 집에 사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이해하는 관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제 나름의 상처를 숨기고 있던 그들은 조금씩 네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 절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원수지간의 모습에서 조금씩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단계로 발전된다. 무더운 한 여름 뒤에 선선하고 편안한 가을이 오듯, 정신없고 시끌벅적했던 사건을 겪으면서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인다.

 

사실 <가을 반딧불이>에 나오는 인물들의 상처나, 전체적인 줄거리는 조금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이 연극이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건, 무심한 모습 뒤에 진실하고 애정 어린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이내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인물들의 모습이 진짜 우리의 가족과 닮아있다. 네 사람이 처음보다 가까워진 건 맞지만, 앞으로 쭉 그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 그들은 때때로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또다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상대를 걱정하면서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할 것이다. 그게 바로 가족이니까. 마스미가 끓인 전골을 함께 나누어 먹는 네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진짜’ 가족 같이 보이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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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 가을 반딧불이
    • 부제:
    • 장르: 연극
    • 장소: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 등급: 만 7세 이상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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