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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송라이터, 알버트 해먼드 주니어
알버트 해먼드 주니어(Albert Hammond, Jr.) < Momentary Masters >
솔로 초기보다 도발적이고 거친 펑크 록 사운드가 신보 내에서 점유율을 크게 가져간다.
애매하다. 과도기라고도 할 수 있을까. 솔로 초기보다 도발적이고 거친 펑크 록 사운드가 신보 내에서 점유율을 크게 가져간다. 2년 전에 발매했던 EP 음반 < AHJ >에서의 양상이 이번 작품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어느 정도 예고한 바 있다. 스타일 이전이라는 행위는 자체는 사실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 순서에서부터 발생한다. 까칠한 개러지 펑크로 방향을 수정하다보니 스트록스에서의 사운드가 만성처럼 붙는다. 음반 도처에 자리한 단순한 기타 배킹과 심플한 드럼 라인으로 세운 리듬 섹션은 앨범 전반에 밴드 특유의 분위기를 퍼뜨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스트록스의 프론트 맨인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의 감성과 겹치는 지점도 많다. 가볍게 왜곡시켜놓은 보컬 톤에서부터 보컬 멜로디, 뉴웨이브 풍의 「Power hungry」에서 보이는 신스 터치에 이르기까지 중첩을 이루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당연한 결과로, < Yours to Keep >, < ?Como Te Llama? >로 대표되는 솔로 초창기의 컬러는 줄어들게 됐다. 당시의 모습과 크게 겹치는 지점은 「Born slippy」, 「Don't think twice」로 모이는 두어 곡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에서 한 번 돌이켜보자. 일찍이 솔로 아티스트로 알버트 해먼드 주니어라는 개별 브랜드 영역을 조성함과 동시에, 찬사와 기대가 따르게 했던 주요한 요인은 스트록스와의 분명한 차이를 만들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서프 록, 선샤인 팝에서 가져온 달콤한 멜로디와 간편하게 직조한 리프들, 여유 있는 사운드 메이킹에 있었다. < AHJ >에 괜찮은 평가도 붙었던 이유도 위와 비슷한 지점을 공유한다. 별 이물감 없이 다가왔던 해당 단계에서의 변이에는 예의 밝은 색채를 기초로 한 고유의 스타일링이 큰 양분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음반에 아쉬움을 표할 사유는 충분하다. 스트록스와는 다른 노선을 구축해 주목을 받았던 이 아티스트는 자신의 새로운 음반에 밴드의 소리를 다수 이식했다. 특히 「Razor's edge」부터 시작되는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된다.
하지만 음반으로만 본다면 나쁘지 않다는 말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 정말이지 알버트 해먼드 주니어는 뛰어난 송라이터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와 캐치한 기타 리프들은 한시도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흡입력 높은 성분들이 최소 단위를 구성하기에 트랙 라인업에서도 딱히 버릴 곡들이 없다. 음들이 아기자기하게 찰랑거리는 「Born slippy」와 「Coming to getcha」, 개러지 펑크 사운드가 날카롭게 지나가는 「Caught by my shadow」, 「Razor's edge」, 감도 높은 선율을 보유한 「Drunched in crumbs」, 「Side boob」 등 놓치기 아쉬운 트랙들이 음반을 가득 채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남은 얘기를 풀어보자면, < Momentary Masters >가 가진 애매함은 장단 모두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데서 발생한다. 능력의 측면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방향 설정의 측면에서 큰 빈틈이 보인다. 절반의 성과만을 남긴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작품은 듣기에는 더 없이 좋다. 직관성을 건드리는 멜로디가 단점의 대다수를 덮어, 단순 소비의 과정에서는 어려움을 생성하지 않는다. 판단을 기함에 있어 아티스트의 행보라는 배경에 얼마나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앨범에 대한 평가는 상이하게 바뀔 테다. 여기에서는 그 배경보다는 개개의 곡이 가진 위력에 초점을 두어 조금은 후하게 작품에 값을 매기고자 한다.
2015/08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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