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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두 남자의 서툰 청춘 이야기

「예스터데이」,하루키의 새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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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남자에 대해 잘 알던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의 남자가 남자로 보이던 시절이라고 해두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는 오래 전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스무 살의 남자에 대해 잘 알던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의 남자가 남자로 보이던 시절이라고 해두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는 오래 전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스무 살 여자 입장에서 스무 살 남자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나는 그 이유가 속도 탓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또래 여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리듬이 극 아니면 극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너무 급히 가거나 너무 천천히 가거나. 어떤 쪽이든 그건 미숙함 때문이었음을 눈치 채게 되었을 땐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린 뒤였다.


「예스터데이」는 하루키의 새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가장 유쾌하게 읽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나머지 여섯 편을 합친 것보다 더 자주 웃었다. 물론 소리 내어 웃지는 않았지만 굳이 소리를 상상해보자면 '킥킥'에 가까울 터였다. 그러니까 그건 하루키의 어떤 단편을 읽을 때만 맛볼 수 있는 느낌이다.(그리고 그건 감동이나 여운 같은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예고도 없이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올해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예스터데이」에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온다. 둘 다 스무 살이다. 한명은 ‘나’고, 또 한명은 ‘기타루’다. 둘은 도쿄의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구가 된 사이다. ‘나’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 2학년이고 간사이 지방 출신이다. 그런데 도쿄에 올라오는 순간 간사이 지방 사투리를 쓰지 않고 완벽한 도쿄 억양을 사용한다. 그동안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럴 때의 상징적인 수단이 언어라고, 그 나이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하루키


이런 ‘나’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기타루다. 그는 도쿄 토박이 임에도 아주 찰진 간사이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후천적으로 습득한 실력이다. 간사이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까지 다녀오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기타루는 그 지역 출신도 속아 넘어 갈만큼 유창한 간사이어 실력을 가지게 된다. 이런 그는 주변에서 엉뚱한 괴짜로 취급당하곤 한다. 보통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기에 아무 의미도 없는 일에 과도한 열정을 쏟는 젊은이에 대해 그 정도 취급밖에 해주지 않는다. 그를 이해하려 하는 순간 복잡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기타루는 진지하다. 자신에 대해서도, 삶에 대해서도. 명색은 삼수생이지만 실제론 과연 대학에 가야할지 스스로 계속 의심하고 있다. 그에게는 유년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동갑 여자친구가 있다. 기타루가 ‘나’와 구리야 에리카를 앉혀놓고 둘이 한번 사귀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장면이 이 소설의 백미다. 얼떨떨해하는 여자친구를 향해 그는 말한다. “이녀석하고 만나봐. 문화교류 같은 느낌으로.” (…) “말하자면 이쯤에서 조금 다른 시점을 도입해보는 것도 우리에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않겠냐는…….”


그는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무사히 대학졸업하고 어디 회사에 취직하고, 그대로 에리카랑 결혼해서 모두의 축복 속에 잘 어울리는 부부가 되고 아이도 둘쯤 낳고…… 일요일에는 온 가족이 강변에 가서 노는’ 그런 십년 후의 삶이, 그 천편일률의 삶을 천편일률적인 표정으로 살아갈 자신이.


스무 살을 지나왔으므로 나는 기타루를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딱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다. 너무나도 안정적이어서 두려운 미래 속의 그녀, 구리야 에리카도 실은 밤마다 얼음으로 만든 달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단단히 얼어붙은 투명한 달, 그 한없이 차고 고독한 달의 꿈을.


하긴 스무 살의 남자가 스무 살의 여자를, 스무 살의 여자가 스무 살의 남자를 그토록 잘 이해하고 있다면 그 시절은 하나도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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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문학동네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하거나(「드라이브 마이 카」), 혹은 이유도 모르는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기도 한다(「셰에라자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의 「예스터데이」와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를 무대로 한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데,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현실적이고 진중한 분위기가 강하고,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훨씬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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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이현(소설가)

1972년 서울 출생으로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 등이 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14,220원(10% + 5%)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일본어판 수록 6편 +「사랑하는 잠자」, 총 7편 수록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년 『도쿄 기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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