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수의 끝에서 방황중인 스물아홉에게
스물아홉이 어쨌길래
2013년, 그러니까 내가 스물 아홉을 맞이했던 해였다. 그 해엔 유독, 내 나이를 물으며 스물아홉이란 대답을 듣는 이들이 ‘아.. 이제 승연씨도 꺾일 때네~ 힘들겠어, 아홉수야 아홉수!’ 이런 류의 반응을 보였었다. 도대체… 스물아홉이 어쨌길래?
2013년, 그러니까 내가 스물 아홉을 맞이했던 해였다. 그 해엔 유독, 내 나이를 물으며 스물아홉이란 대답을 듣는 이들이 ‘아.. 이제 승연씨도 꺾일 때네~ 힘들겠어, 아홉수야 아홉수!’ 이런 류의 반응을 보였었다. 도대체… 스물아홉이 어쨌길래?
회사 같은 팀에 올해 딱 스물 아홉을 맞이한 처자가 있다. 종종, 그 친구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그대의 스물 아홉은 어떠냐고. 그녀는 ‘막연하게 두려운 뭔가가 있는 거 같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스물 아홉, 겪어보니까 별거 아니야. 서른이 딱 지나가니까 마음이 너무나도 편해. 얼른 삼십대로 건너오기를!’
그림자 마냥 어둡던 나의 스물 아홉 살같은….
2013년, 어느 봄날에 찍어둔 우중충한 나의 그림자.
사실, 나의 스물 아홉을 다시 들여다보면, 나 역시도 막연한 두려움에 쫓겼던 것 같다. 남들 다 하는 대로, 초중고를 거쳐 대학교에 들어가고, 꾸역꾸역 어설픈 해외 연수를 쫓아 다녀와보기도 했고, 2년이나 졸업을 유예시켜가며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치열한 20대 중반을 지냈다. 부끄럽고 어이없지만, 고등학교 때만 해도 28살 정도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자그마한 나의 공간에서 독립 생활도 누려보고, 딱정벌레 같은 근사한 외제차도 한 대 끌면서 친구들과 여행 다니는 상상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스물 아홉이나 됐지만, 독립? 마이카? 택도 없는 소리. 여전히 난 부모님이란 그늘 아래, 캥거루마냥 나이만 찬 어른아이였고, 그 많던 월급은 늘 카드 대금으로 빠져나가기 바빴고, 내 앞으로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었다.
그런 스물 아홉을 절반 정도 보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에 조바심이 생기고 점점 더 두려움만 쌓여갔다. 결국은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골드미스도 아닌 그냥 올드미스가 되어 가버리면 어쩌나… 심지어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청첩장을 받아들 때면, 누군가가 내 심장 한 쪽을 쪼여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던 참으로 가혹했던 나의 스물 아홉.
그렇게 한참을 고민과 방황을 거듭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던져준 한 마디.
“스물 아홉? 그게 대수야? 그래도 넌 나보다 매일매일 젊고, 내일보다 오늘이 훨씬 더 젊잖아. 숫자 따윈 그냥 잊고, 즐겨!”
그 한 마디를 듣고 나니, 저 깊숙한 곳에 가려졌던 빛 줄기 하나가 반짝 하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난, ‘이십 대’라는 단어가 주는 내가 만든 편견 안에 갇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서른이 되기 전에 뭔가 다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을까… 했던 쓸데 없는 걱정부터 집어치우자 싶었다. 그리고 스물 아홉을 제대로 기념하며 즐겨주고, 다가올 서른을 근사하게 맞이하겠노라 스스로 다짐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스물 아홉의 친구들과 함께 ‘아홉 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아홉 수 프로젝트. 사실 이름이 거창할 뿐, 스물 아홉 친구들과 남은 이십 대를 열심히 즐겨보자꾸나~ 하는 본격 놀자판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그 중에서도 가장 뜻 깊은 일이라면, 우리의 마지막 20대를 예쁘게 간직하자란 의미로 찍었던 우리만의 아홉 수 화보. 무려 열 한 명의 스물 아홉 처자들이 모여 다시 없을 20대의 모습을 기념하기로 한 것. 마치 모델이 된 것처럼, 스튜디오를 빌려 저마다 가장 근사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아홉 수의 모습을 남겼다.
‘아홉 수 프로젝트’, 문제의 그 화보(?). 제대로 걸그룹 빙의 됐던 2013년 10월의 어느 날.
올해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 2년 전의 나처럼 막연하게 아홉 수 안에서 방황 중이라면, ‘나만의 스물 아홉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내 스물 아홉이 의미 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이뤄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두려움이라는 건 내가 지금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 나의 방향에 확신이 없을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그런 두려움 앞에서 내가 해야 할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 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방향만 확실하다면,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서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책 중에서..
이십 대의 마지막에서 괴로운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것 한 가지는 바로 이것. 시간이 더 걸려도, 스스로 맞게 간다고 느낀다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멈춰서 충분히 방향을 찾아도 된다. 지금은 충분히 그래도 된다. 서른 하나가 된 지금 생각해보면, 스물 아홉은 충분히 고민해도 되는 때더라. 이제 고작, 그 때로부터 2년도 채 안되게 떠나온 나이지만, 그래도 가장 가깝게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현재의 스물 아홉의 불안감을 보듬어 주고 싶었다. (사실, 스물 아홉 때보다 더 스펙터클한 고민거리들과 불안감은 서른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주하게 된다는 거… 그러니 맘 편한 스물 아홉을 보내시라~)
스물 아홉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아홉 수 인생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수영,전성민 공저 | 루이앤휴잇
삶의 방향이 분명하면 온 삶이 분명해지지만 삶의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모든 삶이 불안해지고 문제투성이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도라는 허망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천천히,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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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
<수영>,<전성민> 공저7,650원(10% + 5%)
방향(목표)만 확실하다면,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삶에서 누가 먼저 앞서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작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삶은 몇 살까지 반드시 뭘 해야 하고, 어디에 도착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맞춰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