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장난감 찾아 삼만리

『시장이 두근두근』 전국의 장난감 시장을 찾아서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나는 미키마우스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뽀로로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뽀로로가 그려진 버블머신을 보면 나이와 체면을 잊고 비눗방울을 만든다. 그렇다. 나는 키덜트이자 시장을 사랑하는 남자다.

다 자란 어른에게 장난감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려서 가지고 놀던 레고나 자동차 모형이 아니더라도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해 즐거움을 좇는다면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장난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은 내게 장난감이자 장난감 천국이다.

 

연남동 동진시장에 가면 ‘Neon Moon’이라는 상점이 있다. 이곳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캐릭터 상품을 취급하는 곳인데 기즈모, 감자부인, 트롤 등 때마다 다른 캐릭터 컬렉션을 구경할 수 있고 물론 구매도 가능하다. 동진시장 골목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어서 Neon Moon에 가려면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Neon Moon이 캐릭터 장난감의 아지트라면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시장은 이미 소문난 보물창고다. 일단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두근거리는 동심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 드론처럼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대형 장난감부터 전통적으로 사랑받아온 레고와 레이싱카, 로봇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형성된 이곳은 가까운 거리에 동대문이 있어서 동대문 문구완구 거리로도 불리는데 100여 개의 상점이 500m가 조금 넘는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각종 문구류와 완구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국내 유일의 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장난감은 모두 창신동을 거쳐 간다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창신동문구완구거리 (1).jpg창신동문구완구거리 (2).jpg

백화점에 없는 장난감도 창신동엔 있다!

 

일단,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시장에 들어서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손님이 많아서 흡사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엄청난 물량의 장난감을 보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상점을 여러 군데 들러서 가격 비교를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시중보다 30~50% 정도 저렴한 가격이지만 가게마다 차이는 분명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상품별 가격 비교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발품을 팔면서 가격을 직접 확인하는 일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과정을 즐긴다.

 

내가 창신동에서 눈독을 들였던 것은 어벤저스 레고 세트였는데 첫 가게에서는 13,000원, 두 번째 가게에서는 11,000원, 마지막 가게에서는 10,000원이었다. 당연히 마지막 가게에서 지갑을 열었고 사장님께 장난감 시장의 대목은 언제인지 물었다. 역시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와 추석 같은 명절이 대목이었고 새학기가 되어도 발 디딜 틈 없이 거리가 꽉 찬다고 답해 주셨다.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서 외국인 손님들이 점점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도 알려 주셨다.  

 

 팔부자문구거리 (2).jpg팔부자문구거리 (1).jpg
<사진 설명> 수원 팔부자 문구거리, 뽀로로 너로 정했다!

 

나는 국내에 이런 장난감 시장이 더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지만 정보가 많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을 취재할 때마다 장난감 가게를 유심히 살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장난감 시장이 있었다. 바로 수원 화성행궁 앞 장안동 팔부자 문구거리다. 골목 곳곳에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팔부자 문구거리의 장난감 가게들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꼭 안에서 살펴야 한다. 상점이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고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많은 장난감의 무게로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어린 시절 문방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구경하던 마음이 될 것이다. 동심에 젖은 마음을 간신히 현실로 돌리면 자신도 모르게 손에 가득 쥔 장난감을 발견하게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나랑 똑 닮은 뽀로로 버블머신을 2개나 샀다. 이걸 불면서 동네 놀이터에 앉아 있으면 적어도 동네 꼬마들에게 뽀로로에 버금가는 인기 스타가 되지 않을까?

 

[전국 장난감 시장 정리]

 

1.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시장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2길 36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직진 50m 또는 서울 지하철 1, 6호선 동묘앞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직진 30m

 

2. 영등포 남서울상가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중로14길 11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3번 출구에서 영등포시장 사거리 방향으로 도보로 직진 250m 하여 영등포전통시장 안으로 150m 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에서 직진 450m 후 영등포뉴타운지하쇼핑몰 3번 출구에서 영등포 전통시장 안으로 150m

 

3. 수원 팔부자 문구거리
주소: 경기도 수원 팔달구 행궁동 일대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1호선 수원역에 하차하여 11, 13, 35, 46번 버스 환승 후 화성행궁 정류장 하차 행궁동 일대


 

 

[관련 기사]

- 산타가 되고 싶은가?
-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통시장을 찾아 다니다
- 여행지에서 안 좋은 날씨를 만난다면
- 시장이 꽃보다 아름다워
- 자연 가까이 자리한 또 하나의 거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이희준

『시장이 두근두근』의 작가. 전통시장 도슨트를 자처하며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장을 직접 누비고 있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