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그려도 좋아!
이제는 사진 말고 그림으로 남겨 보세요
사진 만큼이나 그림이란 건 추억을 남기기에 좋은 도구들이다. 일상이나 여행을 사진 대신 스케치 하는 사람들의 책도 많이 소개 되었다.
나의 학창시절 그림 실력은 너무나 형편 없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사람, 집, 산 그리는 수준은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 이상 나아지지 않았을 정도로 처참했다. 조각 시간에는 친구가 만들다가 못쓰겠다고 버리는 걸 얻어 와서 제출하기도 했고, 수묵화 숙제를 위해서는 방 한 가득 버려지는 한지에 둘러 쌓여가며 무릎에 땀 차도록 엎드려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학에 와서 미술시간이 무척 재미있어져 교양으로 현대미술, 근대미술 관련 수업들을 찾아 들었다. 또 여행을 가면 미술관에서 그림을 오래도록 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자료를 찾아 모으기도 했다.
그러니 10여 년간 “나는 미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라고 확신을 하고 살아왔던 나는 뒤늦게 새로운 미술 세계에 눈을 뜨고 차츰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고갱에 빠져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달과 6펜스>를 몇 번이고 읽으며 “나는 여생을 꼭 타히티로 가서 마칠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런던에 머물고 있을 때에는 시내의 미술관들을 자주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나중에는 미술관에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어린 아이들이 와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작은 낚시 의자 가지고 와 작품 앞에서 모작을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미술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미술 시간에 좋은 그림을 많이 보고 미술관을 다니며 설명을 듣고 했더라면, 좀 더 행복한 미술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않을까? 적어도 내 자신이 미술을 너무 싫어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전히 난 사실화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 그리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다라는 변명 아닌 변명. 그 대신 아이패드로 초등학생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남편이 “나는 당신 그림이 좋더라” 라고 얘기를 해서 번개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한 명 생겼다라는 생각과 함께 아기 손톱 만한 자신감과 흥미가 생겨 그 날 이후로 열심히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그림이 어디가 좋아?”
해맑게 묻는 내게 무심하게 남편이 말한다.
“응. 못 그려서. 못 그린 당신 그림이 편해” “….”
요즘 일러스트들을 보며 열심히 그림 연습 중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린 일러스트레이트들을 보면 뭔가 나도 그림 그려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리틀 빅 북 :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100』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감각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얼마나 잘 그렸냐 보다는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하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리와 로저 / 람나르 울부 / 리틀 빅 북 중
사진 만큼이나 그림이란 건 추억을 남기기에 좋은 도구들이다. 일상이나 여행을 사진 대신 스케치 하는 사람들의 책도 많이 소개 됐다. 지금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실력에 구애받지 말고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이라도 한 번 그려 보는 건 어떨까? 사진과 다른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리틀 빅 북 Little big books조혜진 역 | 아트인북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올리버 제퍼스, 오웬 데이비, 세르주 블로크, 볼프 에를브루흐, 조엘 졸리베 등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포함한 많을 작가들이 그들만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이미 단순한 그림책의 의미를 넘어 매력적인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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