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서 엄마가 되어 간다는 것
워킹맘이 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고, 직장에서는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집에서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건이며, 무엇보다 ‘완벽’ 이란 단어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완벽이란 단어를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하고 싶었던 것도 많고, 이것 저것 관심사도 많던 20대 시절,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이거다.
“우리 중에 네가 제일 늦게 시집갈 거 같아~”
나 역시도 당연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나였기에 ‘결혼’이란 건 정말로 먼 나라 얘기요, 시크한 도시 여자, 멋진 커리어 우먼을 동경하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2013년 10월의 어느 날, 나는 뜬금없이 친구들이 잔뜩 모인 단체 카*방에 쿨하게 한 마디를 날렸다.
“얘들아, 나 12월에 시집간다!!”
이 야심찬 한 마디에 돌아온 친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야, 뻥치지마.”
“요즘 만우절 10월이냐?”
하지만 그건 진짜였다고! 그도 그럴 것이, 어디에 얽매어 사는 걸 죽어도 싫어했던 나를 잘 알기에 나의 ‘결혼’선언은 친구들에겐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소리로 들렸을 것이고, 말하는 나도 왠지 거짓말 같고, 사고(?) 쳤냐는 둥 어쨌냐는 둥 시끌시끌한 반응일 수 밖에 없었다. 자유와 음주가무와 흥을 사랑했던 내가 ‘OOO씨의 처’가 된다고? 그 좋은 걸 뒤로 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열혈 여행에 목숨 걸었던 자유부인이었다. 태국 마하탓 사원에서.
이십 대의 마지막, 신나는 아홉 수의 바다에서 열심히 표류하던 나에게 좋은 인연이 생겼고,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가 만나다 보니 ‘결혼’이라는 것이 당연한 귀결점(?)이 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서른을 앞두고 왠지 모를 마음의 허함과 이런 저런 슬럼프를 겪던 나는 ‘결혼’이 어쩌면 큰 돌파구가 될 거란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2013년 12월의 어느 날, 나는 결혼식 장 버진로드 한 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사실 신혼은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하고 달콤하긴 했다. 보통의 ‘여자’ 사람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긴 했지만, 남자친구와 소꿉놀이 하는 기분이 더 컸다고 해야 할까? 결혼을 하게 된 상실감보다는 의지가 되는 가족이 늘어나고, 때로는 투닥투닥, 때로는 콩닥콩닥한 것들이 모두다 신나는 경험이었기에. 그리고 밖에 있을 땐 결코 유부녀스럽지 않을 수 있었고, 결혼 전보단 물론 자주 보진 못했지만, 아직 미혼인 친구들과도 가끔 회포를 풀며 20대 못지 않게 잘 놀 수 있었기에 크게 아쉬운 건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신혼 1년이 지나고 있을 무렵, 유독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비실비실한 저질 체력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그런 비실비실함이라고 해야 할까? 감기 같기도 하고, 장염 같기도 하고. 몸살인가 싶다가도 어느 날은 장염 걸린 사람처럼 배가 너무 아프고 제대로 먹지도 못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3주 가까이 괴로워하고 있던 그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설마…. 혹시…. 임신??’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길로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무려 3개나 사왔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는 ‘두 줄’. 3개 다 명백한 두 줄이었다. 내가… 내가 엄마가 된다고!!!
첫 심장소리를 듣던 날. 왠지 모르게 감격해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 아, 엄마가 되는구나 했던 순간.
아기를 갖겠다는 생각은 늘 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준 아기 덕분에 나와 남편은 처음, 적잖게 당황했었다. 물론 기쁜 일이고, 좋은 일이었지만 경제적으로도 더 준비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둘이서 더 편하게 신혼을 즐겨보잔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준 아기. 임신과 동시에 나에겐 엄청나게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특히, 임신 초기를 너무나도 혹독하게 보냈다. 출근길에 몇 번 쓰러지기도 하고, 갑작스런 하혈에, 현기증에, 극심한 입덧에 임신 전보다 살도 빠지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다행이 아기는 너무나도 건강하게 잘 자랐지만. 그래도 그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정말 순전히 뱃속에 아기 때문. 기절할 만큼 아프다가도, ‘내 안에 아기 있다’ 이 생각만으로도, 이겨내야겠다 싶은 ‘모성’이 발동을 하더라는 것. 그래, 나도 엄마는 엄마구나.
아기 용품만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걸 신고 걸으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엄마들이 아들바보, 딸바보가 되는 구나를 느끼며.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어느 덧, 임신 기간에 절반을 보내고 그 어떤 때보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임신 중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중기를 보내는 지금 가장 많이 고민 되는 건 바로 이거.
‘내가 일하면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계를 위해, 나의 삶을 위해 ‘일하는 것’은 좀처럼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과연 아기를 낳고, 맘 편하게 일은 할 수 있을지, 아기는 어디에 맡겨야 할지, 일하는 나를 아기가 이해해줄 수 있을지 그게 너무나도 큰 고민이었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일하는 엄마라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속에서 이렇게 행복함과 새로운 인생을 준 아기를, 내가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앞설 수밖에.
그러다 우연히 찾아 보게 된 책이 있었는데, 바로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 비밀: 10년차 워킹맘이 욕심 있는 후배들에게』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막연하게 ‘워킹맘’을 검색하다 발견하게 된 책인데, 의외로 이 한 권에 책은 나에게 많은 용기와 힘을 줬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직장여성이자 엄마로서 많은 고민을 겪었던 경험자로,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예비엄마에게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란 얘기를 들려줬다.
3개월만 쉬고 나와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용기부터 워킹맘이 되기 위해 남편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법, 일하는 엄마의 스마트한 인생 전략, 아이에게 ‘나답게’ 사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들,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직장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적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까지 그녀의 모든 경험담들은 머릿속에 가슴속에 콕콕 와 박혔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은 바로 ‘골드미스보다 더 반짝이는 다이아몬스 미세스가 되어라!’
결국 모든 것은 나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고, 직장에서는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집에서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건이며, 무엇보다 ‘완벽’ 이란 단어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완벽이란 단어를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어쩌면 나는 ‘완벽한 커리어우먼과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싸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내가 희생하고 있어’라는 막연한 동정심에 호소가 아닌, 가정과 직장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방법은 그 안에서 내가 나의 중심을 똑바로 잡고, 감정이나 주변의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가짐, 여자에서 엄마가 되려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지금 막,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직장 혹은 본인이 처한 상황 속에서 너무도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라본다. 그래도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고, 하나의 생명이 내 안에서 자라는 경험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이 땅의 모든 워킹맘이 다이아몬드 미세스로 반짝이기를!!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 비밀권경민 저 | 위즈덤하우스
직장여성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출산 이후, 자신의 멋과 인생을 위해 살지 못하는 엄마들의 삶을 통렬하게 묘사한 이 책은 가족에게는 미안해서, 동료에게는 눈치가 보여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일하는 엄마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워킹맘 선배가 아니면 해줄 수 없는 생생하고도 현실적인 조언들을 속 시원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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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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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고 해서 왜 성공에 대한 열망이 없을까? 애가 아플 때 일을 포기하고 가는 것은 직장인이기 전에 ‘엄마’이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여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고 주위의 시선 또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출세한 여자인 여성 검사들조차도 가정과 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