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건실한 싱어송라이터, 브랜든 플라워스 〈The Desired Effect 〉

브랜든 플라워스 〈The Desired Effect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가 '이 시대의 건실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3.jpg

 

브랜든 플라워스가 열망(Desire)하는 인물은 2015년의 듀란 듀란과 펫 숍 보이즈, 피터 가브리엘이다. 짙은 1980년대 감성에서 다양한 층위의 매력을 끌어내는 밴드 킬러스의 프론트맨이라면 응당 당연한 목표겠지만, 기존 킬러스 스타일에서 벗어났던 < Battle Born >이나 새로운 스타일의 < Flamingo >에 비춰보면 이 선택은 복귀에 가깝다. 드라마틱한 전개에 달콤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역설의 멜로디는 브랜든의 오랜 장기지만 내용 대신 '형식'에 집중했다.

 

밴드와 솔로 커리어 전체를 지탱해온 스타일의 개인화는 든든한 팝으로 보상된다. 뉴웨이브와 신스 팝, 소프트 록의 요소요소를 잘 조합해 가녀리면서도 거친 목소리에 담아냈다. 웅장한 출발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박동하는 드럼 사운드로 긴장과 쾌락을 유지하는 「Dreams come true」, 점층적으로 음을 쌓아나가며 보폭을 넓히는 「I can change」 등 장거리부터 힘 있는 훅의 합창을 유도하는 메인 싱글 「Can't deny my love」의 단거리 스프린트까지 두루 능하다.

 

같은 1980년대라 하더라도 킬러스는 여러 장르를 가져와 기 센 에너지의 팝 록으로 발현하는 반면, 브랜든 플라워스의 이번 앨범은 시대를 대표하는 사운드에 보다 집중하여 '재현'과 '재구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거친 기타 리프 대신 옅은 기타 리프와 전자음을 더한 「Diggin' up the heart」와 매끈하게 뽑힌 신스 팝 「Lonely town」에서 모(母) 밴드의 어렴풋한 향취와 새로운 손길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선명한 멜로디라인이 언뜻 과거의 ELO나 최근의 펀(.fun)을 연상케 하는 「Never get you right」이나 「Untangeld love」는 '온순해진' 뉴 킬러스 트랙이다.

 

이 분명한 인용의 흔적이 솔로 활동 정체성의 당위나 독창성을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 The Desired Effect >가 산만함 대신 높은 '열망의 효과'에서 온 집중력을 바탕으로 잘 짜인 팝 앨범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브랜든의 자화자찬대로 킬러스가 '이 시대 가장 훌륭한 밴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 시대의 건실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15/05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 색의 부재, 김예림 〈SIMPLE MIND〉 
- 과감한 변화, 멈포드 앤 선즈 〈Wilder Mind〉 
- 핫한 신인, 제임스 베이 〈Chaos And The Calm〉
- 샤이니의 낯선 신보, 〈Odd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Brandon Flowers - The Desired Effect

17,800원(19% + 1%)

꽃보다 브랜든 플라워스 (Brandon Flowers) The Desired Effect 자신이 생각하고 관찰한 모든 것을 담다 록 밴드 킬러스(The Killers)의 목소리, 그 만의 생각과 가사로 들려주는 두번째 솔로 앨범! 프로듀서 에이리얼 레잇셰이드 (Ariel Rechtshaid) 참..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