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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보헤미안 랩소디
또는 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션의 랩소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어찌 보면 이야기 구성의 경제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한 눈 팔지 않고 작품의 핵심을 무엇보다도 잘 아는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는 조지 밀러 감독이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2>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물론 데뷔작이자 초기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매드 맥스>의 세계를 그가 간만에 부활시킨 것, 그게 창작력이 무뎌져서 과거의 영광으로 회귀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원래 감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다시 멜 깁슨을 불러다 <매드 맥스> 시리즈를 부활시키고자 했었다. 그러나 그 때 운명이 만들지 말라 했었나 보다. 몇 년의 시간 동안 9.11 테러의 발발과 촬영지로 점찍어뒀던 사막의 변화, (호주에 있었는데 굉장한 폭우로 꽃이 피었다고.) 유태인 비하 발언으로 잘 나가던 멜 깁슨이 영화계에서 매장당하는 일까지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감독은 새로운 맥스로 배우 히스 레저를 점찍어 뒀지만, 그가 요절해 버렸다. 프로젝트는 더이상 진척되지 못한다.
거의 테리 길리엄 감독이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를 찍으려다 겪었던 일들에 준할 법한 수난사다. 하지만 조지 밀러 감독은 이 공백기를 '수련의 장' 으로 삼았다. 그는 3D 애니메이션인 <해피 피트>를 만들면서, 3D 상영을 염두에 둔 공간감을 익혀나갔다. 더불어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게 된다면 어떤 감각으로, 혹은 어떤 범위까지 활용해야 하는지도 익혀나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기회가 왔을 때는 멜 깁슨이 나이 들어 있었지만, 곧 놀라울 정도로 젊은 날의 그를 연상시키는 배우가 떡하고 나타난다. 톰 하디. 그는 멜 깁슨의 조언을 받으며 새로운 맥스 로카탄스키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보통 이전 시리즈들로부터 몇십년 만에 후속작이 만들어지면, 많이 위험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시대적으로 너무 많은 간격을 두게 되어, 과거의 시리즈와 공유했던 감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혹은 과거에는 의의가 있었던 그 시리즈의 특성이 현 시대에 와서 평범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과거의 명성이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통하리라고 착각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기도 한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반대다. 일단 감독이 동일한 덕에, 전작의 장점만을 완벽하게 챙겨간다. (이는 이야기 상으로는 큰 관련 없을지라도 과거의 시리즈와 연결되는 지점들을 만들어 시대적인 위화감을 줄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추격 시퀀스는 2편 <로드 워리어> 에서, 기본적인 세계관 설정은 3편 <썬더돔>의 것을 가져왔다. 1편의 폭주족 두목이자 악역이었던 토 커터를 맡은 휴 키스-번은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악역인 임모탄 조를 연기한다. 전작의 팬이라면 분명 반가울 일이다. 그러나 작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3편이 시대적이나 예산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지점들까지 구현해 버리며, ‘전편들이 좋았어’ 라고 생각하는 행위마저 차단시키는 박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덕분에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척, 무척, 무척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70세 노장이 만든 강철 같은 영화
작품의 줄거리 자체는 무척 간결하다. 황페화된 세계 속에서 보헤미안처럼 혼자 떠돌던 맥스 (톰 하디) 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외팔이인 퓨리오사 사령관 (샤를리즈 테론) 과 함께 독재자 임모탄 조 (휴 키스-번) 의 손아귀로부터 달아난다.. 물론 더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기본 줄거리는 이게 끝이다. 심지어 정식 속편이지만, 줄거리로 따지면 이전 시리즈와의 연관성이 거의 없으며 인물들에 대한 설명들도 상당수 생략되어 있다. 대사조차 적다. 신기한 건 이런 불친절함 속에서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전편들에 대해 많이 안다면 그만큼 보이는 재미가 있겠지만, 여하튼 그렇다.
이는 작품이 대사에 대한 의존도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얻은 성취가 아닐까 싶다. 대사가 적기에 관객이 알아서 비어있는 이야기를 보충해 간다. 주연 배우들의 표정과 육체적인 연기를 상황과 세계관에 대입시키고, 자연스레 이들의 사연을 지레짐작 하면서 말이다. 관객이 여러 가능성을 통해 인물들의 사연을 상상할 때, 감독은 액션, 액션, 또 액션으로 작품을 구성하는데 집중하고 공을 들인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것’. 계몽이 등장하든, 철학이 등장하든 간에 작품은 철저하게 핵심을 부각시키는 보조 도구로 사용한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어찌 보면 이야기 구성의 경제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한 눈 팔지 않고 ‘살아남기’ 라는 핵심을 향해 돌진하는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핵심이 저렇다 보니,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영화의 역사 속에서도 손꼽힐 스턴트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정의 할 수 있겠다. 작품 속에서 수없이 폭발하고 뒤집히는 자동차와 맨몸 액션을 모두 배우들과 스턴트맨이 직접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훈장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불가능한 영역까지 창조해내는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의 능력은 때때로 아날로그의 노력을 가소롭게 잡아 먹어버리곤 한다. 때문에 아날로그라는 단어가 일종의 사기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존재한다. 이 작품은 관객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이 SF 액션을 디지털 영사기로 관람’ 해도, 사람이 차 바퀴 밑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육중한 차들이 뒤집어 지는 광경이 실제라는 사실을 쉽게 알게 만든다. 그저 ‘멋지기만 한 액션’ 을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그런 작품들의 제목 열댓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크린을 뚫고 나올 정도의 속도감과 체감, 쇠맛이 어떤지를 당장 느낄 수 있을 법한 둔탁함을 연출해낸 액션 영화는 분명 많지 않다.
비상이다. 마이클 베이나 J.J. 에이브람스 같은, 요즘 '나 재밌는 영화 좀 잘 만드는 듯' 이라고 자칭하는 감독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은밀히 조지 밀러 암살단 같은 거 조직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보고 나니까 드는 생각인데, 이 중에서도 특히 마이클 베이. 위험하다. 조지 밀러 감독이 이 정도로 쇠와 쇠의 충돌을 맛깔나게 표현할 줄 아는 걸 보면, 당장이라도 그를 쫓아내고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를 담당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영화적 성취를 떠나 한 자리 하는 젊은 액션 감독들의 밥그릇까지 깨부술 듯한 핵폭탄 급 성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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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전혀 유명하지 않은)파워블로거, 대학졸업생, 딴지일보 필진, 채널 예스에서 글 쓰는 사람. 혼자 작품을 보러 다니길 좋아하고 또 그런 처지라서 코너 이름을 저렇게 붙였다. 굳이 ‘리뷰’ 라고 쓰면 될 걸 뭐하러 ‘크리티끄’ 라고 했냐 물으신다면, 저리 해놓으면 좀 고상하게 보여서 사람들이 더 읽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거 보시는 분들 글 마음에 드시면 청탁하세요. 열과 성을 다해 써서 바칠께요. * http://sega32x.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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