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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살인사건> 세 치 혀와 세 마디 손가락이라는 흉기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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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SNS와 사람들의 구전으로 자꾸 왜곡되는 이야기 속 진실을 되짚어간다. ‘백설공주’라는 비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미모의 여직원 노리코가 숨진 채 발견된다.

사람들은 정말 사실만 얘기할까? 사람들은 늘 거짓말을 하지만, 누군가가 한 말을 너무나 쉽게 사실로 믿어버린다. 특히 방송을 통해 전달된 이야기라면 혹은 언론인이 전하는 이야기라면 ‘공신력’이라는 포장까지 더해져 맹신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여론은 참 쉽게 조작가능하다. 게다가 손쉽고 재빠르게 정보가 퍼져나가는 SNS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말은 깃털보다 가볍고, 총알 보다 더 빨리 전달된다. 반대로 누군가는 사실만을 이야기 하지만, 이미 오해는 불신이 되고, 언론은 SNS를 퍼 나르고 SNS는 그런 언론을 다시 인용하면서 오인된 채로 한 개인을 뒤흔들어 버린 마녀사냥은 끝나지도 않고, 해명되지도 않는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그렇게 무심코 툭 던져버린 말과 오해로 믿어버린 말, 그리고 무책임하게 퍼다 나르는 이야기들이 선량한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가해자가 우리 모두 일수 있다고 되짚어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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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SNS와 사람들의 구전으로 자꾸 왜곡되는 이야기 속 진실을 되짚어간다. ‘백설공주’라는 비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미모의 여직원 노리코가 숨진 채 발견된다. 사건을 접한 TV 조연출 유지(아야노 고)는 비누 회사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며칠 째 연락두절인 회사 동료 시로노 미키(이노우에 마오)가 유력한 용의자 같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지는 잠시라도 트위터 없이 살지 못하는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유지는 피해 여성의 동료를 차례로 인터뷰하면서 미키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취재 내용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린다. 인터뷰 내용은 자극적으로 편집되어 방송으로 나간다. 방송 직후 순식간에 일어나 미키의 실명과 고향, 출신학교가 까발려지는 등 일명 신상 털기가 시작된다. 모든 정황은 미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탄탄하고 치밀한 원작의 구성을 바탕으로 SNS를 통한 악성 댓글,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이 난무하고 SNS가 기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드러낸다. 나카타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를 비롯한 각본으로 재능을 인정받고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등 원작을 구현하는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재능은 자칫 다양한 복선과 등장인물로 어수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단정하게 재단한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유지가 한 번 툭 던진 말이 어떻게 변질되고 확장되면서 한 여인의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왜곡시키는지, 그 과정을 농밀하게 들여다본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이야기는 섬뜩하게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아 차가운 냉기를 전한다.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종종 되풀이 되는 온라인상 마녀사냥의 여러 이야기들이 겹쳐 떠오른다. 일명 신상 털기가 진행되는 속도는 ‘지하철XX녀’, ‘무개념XX남’ 등의 동영상이 퍼지고 유통되는 속도만큼 빠르다. <백설공주 살인사건> 속에는 크게 두 그룹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미키를 기억하고, 미키와의 일화를 늘어놓는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네티즌이 그들이다.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보다 자극적인 뒷담화에 열을 올리고 열광한다. 유지는 트위터를 통해 가십을 쏟아내고, 네티즌들은 순식간에 동조하는데, 요시히로 감독은 그 과정을 영화 화면에 트위터 창을 띄워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관객을 네티즌의 자리로 소환하면서, 세 마디 손가락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그들이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렇게 벌어진 마녀사냥의 끝, 익명의 가해자들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건은 또한 누구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오롯이 피해자만 남는다. 동시에 툭 던진 한 마디로 가해자가 된 나 역시, 언제든 되돌아온 부메랑에 맞아 골병이 드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를 통해 귀엽고 발랄한 매력으로 사랑받은 이노우에 마오는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열등감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 같은 못난이에서 내면이 아름답고 따뜻해서 호감을 주는 미키의 진짜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아야노 고 역시 어눌하면서도 밉지 않은 허당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영화는 줄곧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오랜 기억 속 따뜻한 이야기로 기억되는 『빨강머리 앤』을 인용하면서 마오의 과거와 그녀의 친구의 과거를 현재 속으로 다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나를 끝까지 믿고 진심어린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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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미나토 가나에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소설 『고백』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초등학교 친구가 살해당한 뒤 남은 4명의 친구들의 이야기 『속죄』, 자살을 꿈꾸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소설 『소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서간체 소설 『왕복서간』 등 그녀의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서로 주고받은 상흔들이 영구히 한 사람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 『백설공주 살인사건』 번역본도 곧 출판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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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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