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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신인 앨라배마 셰익스
앨라배마 셰익스(Alabama Shakes) < Sound & Color >
희로애락 온갖 감성을 다 담은 목소리만큼이나 '사운드와 컬러'까지도 잘 꾸며낼 줄 아는 뮤지션의 등장.
과거의 우수한 재현도 혁신으로 인정해주는 현 시장에서 앨라배마 셰익스는 그야말로 모범 신인이다. 진득한 블루스를 바닥에 깔고 1970년대 서던 록, 소울, 로큰롤과 펑크(Funk)를 층층이 쌓아올린 음악 케이크는 마니아들의 입맛은 물론 국경과 세대를 넘나들며 취향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광기의 여인' 브리트니 하워드의 절대 잊히지 않을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밴드는 드문 성공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기세를 몰아 빌보드 앨범 순위 1위까지 차지한 소포모어작 < Sound & Color >는 보다 진화한 면모를 보인다. 뼈대는 그대로지만 보다 몽환적이고,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찌르는 멜로디를 보강하며 레트로 프레임에 새로운 모습을 더했다. 언뜻 듣기에 큰 변화는 아니지만,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한 적재적소의 보강인 셈이다.
첨가 요소로는 몽환적인 사이키델릭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R&B 소울과 블루스, 로큰롤 등이 알맞게 간을 맞춘다. 나른한 울림으로부터 소울 성향의 보컬을 점층적으로 더하는 「Sound and color」부터 두꺼운 코러스의 「This feeling」, 「Future people」을 거쳐 「Gemini」로 도달한 사이키델릭의 흐름은 1960년대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나 빅 브라더 앤 홀딩 컴퍼니를 연상케 할 정도다. 후자의 경우 본인은 부정했음에도 브리트니 하워드의 재니스 조플린적 캐릭터가 덤으로 얹혀져 더욱 그렇다. 일렉트로닉 중심의 사이키델릭이 익숙한 씬에 빈티지한 터치는 낯선 시도다.
공명하는 사운드 실험 속에서도 전개는 오히려 깔끔해졌다. 블루지한 펑크(Funk) 기타 리듬의 「Don't wanna fight」는 싱글 차트에서도 선전할 법한, 귀에 들리는 멜로디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전작의 「Heartbreaker」에서 느낄 수 있었던 파워풀한 보컬은 느린 소울 「Gimme all your love」나 블루스 트랙의 후렴에 뇌관을 심어 터트리고야 마는 「Miss you」에 고스란히 옮겨심었다. 동명의 장르와 달리 간결한 구성으로 리듬감을 더한 「Shoegaze」 같은 곡도 인상적이다. 들리는 실험이라 공감의 폭도 넓다.
앨라배마 셰익스의 음악은 복고 하나로 규정하기엔 넓다. 혼란스러운 사운드와 실험적 면모도 의도된 도전으로 잘 버무려내며 레트로의 모범 사례를 세웠다. 이 모든 결과를 만들어낸 브리트니 하워드의 재능이 놀랍다. 희로애락 온갖 감성을 다 담은 목소리만큼이나 '사운드와 컬러'까지도 잘 꾸며낼 줄 아는 뮤지션의 등장.
2015/05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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