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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계하지 않고 시간개념 가르치는 방법
백지의 힘
아이에게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고 훈계해본 적 있는가? 아마도 100%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시간 지키는 일이 참 어렵다.
훈계하지 않고 시간개념 가르치는 방법
아이에게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고 훈계해본 적 있는가? 아마도 100%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시간 지키는 일이 참 어렵다. 필자의 딸아이도 늘 시간관리가 문제였다. 밀린 숙제를 늦은 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이런 생활의 반복이 종종 엄마와 아이의 사이를 갈라놓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돌봐줄 시간이 없는데, 아이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 입장에서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 때문에 폭발한 적도 많았다. 어느 날 시간 때문에 우리 사이가 벌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초등학생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시간을 잘 지키라고 야단치고 훈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많이 참았다(물론 그러다가도 가끔 폭발하기도 했지만).
아이도 시간을 어기고 싶어 어기는 게 아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잔소리는 절대 약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직접적인 훈계보다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먼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도 백지의 힘을 빌려 보기로 했다. “오늘은 시간에 대해 엄마랑 얘기해볼 거야. 그 전에 우리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각자 질문을 만들어보자”고 했더니, 순순히 응했다.
훈계하지 않고 시간개념 가르치는 방법
-먼저 백지를 주고 질문을 만들 시간을 준다.
-엄마와 아이가 각자 질문을 쓴다.
-질문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일기로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해보게끔 한다.
아이가 직접 생각하고 백지에 써내려간 질문을 보자. 아이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질문을 잘한다.
아이와 시간에 대해 질문하고 대화를 나눠 본 후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일기로 써보라고 했더니, 등교시간 지키기에 대해 썼다. 그간 지각하는 일이 잦아서 ‘왜 그런지’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더니, 학교에 일찍 갈 때와 늦게 갈 때를 비교하여 나열하였다.
그로부터 20일 후, 시간개념이 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날 아이는 우연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어느새 학원 갈 시간을 놓쳤고, 결국 몸이 힘든 상태가 되어 다른 학원조차 가지 못한 채 숙제도 못하고 자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시 백지를 놓고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날 벌어진 일과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느낀 대로 쓰고 그려보라고 했다. 아이는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노는 습관을 들이기로 엄마와 약속했다. 그날 이후 이 종이를 책상에 붙여놓고, 우선순위에 대해 아이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기
이 방법에 따라 실제로 시간의 의미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던 초등학교 1학년 서린이에게 실험해보았다. 아이는 전에 한 번도백지에 질문을 써보는 자극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아이가 생각을 하고 몇 개의 질문을 써낼지, 흥미는 있어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과연 서린이에게 시간에 대한 개념은 어떤 것일까.
엄마와 아이가 백지에 각각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시간에 대해 질문을 써보자”라고 했더니 아무 거부감 없이 “좋아!”라고 말하며 백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엄마의 예상과는 달리,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즐겁게’ 고민했다. 놀라운 것은 아이의 질문지였다. 아이는 열 개의 질문을 무리 없이 즐겁게 썼던 것이다. 엄마는 다섯 개도 쓰기 어려웠는데 말이다.
질문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눠보았다. 아이는 자기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이야기했다. 전에 한 번도 얘기해 본적이 없는 내용에 대해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것을 감안해 인상 깊었던 질문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게끔 하였다.
서린이는 이 모든 과정을 즐기며 무리 없이 해냈다. 그림에서 아이의 마음도 보였다. 놀다가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놀자고 하면 아이는 당연히 더 놀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다. 계속 가는 시간이 야속했나 보다. 그런데 그냥 ‘더 놀고 싶다’로 끝나지 않고 시간이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 아이의 생각이 놀라웠다. 당시 시간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본 이후, 할 일이 끝날 때는 시계를 보고 시간을 체크하곤 한다. 서서히 시간에 대한 개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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