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엄마만 느끼는 육아 감정
완벽하게 육아하려는 마음 때문에 항상 긴장돼요
육아는 마라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경우엔 엄마가 되고 나서 스스로 많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아무리 꼼꼼하지 않고 털털한 성격이어도 엄마가 되고 나면 좋은 부모가 되어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열정과 엄마 특유의 기본적인 불안감 때문에 보다 꼼꼼해지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완벽하게 육아하려는 엄마
아이가 걱정된다며 나를 찾아온 경희 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3개월이 갓 지난 초보 엄마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본인이 상담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남편이 의뢰를 하여 함께 내원하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은 아내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예민해졌다고 호소하였고, 아내는 남편이 아이를 돌보지도 않을 뿐더러 평소의 안일한 성격 때문에 아이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불만이 가득했다. 부부가 함께 내원한 경우에 보통 그렇듯 남편은 잠시 대기실에 있게 하고 경희 씨가 살아온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았다. 경희 씨는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늘 성실하게 자라왔고 꼼꼼한 성격 때문에 직장에서도 실수 없이 주어진 일을 확실하게 처리해 늘 인정받고 자란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성향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고, 자신과는 반대 성향을 가진 남편과 결혼한 후에는 남편의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인 부분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는데, 결국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그 문제가 더욱 증폭된 것이었다.
완벽주의는 육아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언젠가 가수 박진영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철저한 자기관리 삶의 바탕인 ‘완벽주의’ 성향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어 화제가 되었다. 아침마다 7가지 종류의 비타민과 영양제를 먹고, 아침식사는 정확히 15분 동안 동일한 음식을 먹으며, 아침마다 30분 동안 운동을 하는 등 하루의 시작부터 철저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생활 패턴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것도 대단한데, 그 규칙을 17년간 철저하게 지키며 매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하니, 스스로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만하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철저한 자기관리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엔터테인먼트인 JYP 대표, 지금의 박진영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완벽주의가 성공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마로서 성공하는 것은 조금은 다른 문제다.
갓난아이처럼 엄마도 처음엔 갓난엄마
엄마로 살다보면 자신의 생일은 잊어도 아이의 생일은 결코 잊을 수 없게 된다. 아빠는 종종 아이의 생일을 잊는 경우가 있지만 해산의 고통과 출산의 기쁨을 동시에 느낀 엄마들은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그날은 결코 아이의 생일만이 아니다. 나 스스로도 엄마로서 태어난 날이다. 아이가 돌이 되면 나도 엄마로서 돌이 된 것이고, 아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도 엄마로서 나이 먹어가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엄마로서 처음 태어난 순간도 사실 엄마로서 미흡한 점이 많고 엄마 역시 연약한 존재이다. 문제는 갓난아이처럼 ‘갓난’ 엄마임을 인정하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면 한순간에 완벽한 엄마의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고 착각한다는 데에 있다.
엄마가 되면 자연스럽게 완벽주의적 인간이 되어 간다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 성향을 구성하는 것 중에는 타고난 기질도 있고 살면서 형성된 부분도 있다. 그중 특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경우엔 엄마가 되고 나서 스스로 많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아무리 꼼꼼하지 않고 털털한 성격이어도 엄마가 되고 나면 좋은 부모가 되어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열정과 엄마 특유의 기본적인 불안감 때문에 보다 꼼꼼해지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다. 완벽주의적인 것과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별개의 문제인데도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평소 꼼꼼하게 계획하기를 좋아하고 그대로 하나하나 실천하며 달성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그렇게 살아온 삶의 패턴 때문에, 특히 계획대로 잘 수행해온 경우엔 자신의 성향에 대한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완벽주의 엄마들이 모르는 함정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계획대로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하려고 할수록 육아는 더 엉성해진다
나탈리 포트만이 열연한 영화 <블랙스완>은 완벽주의의 양면을 보여준다. 백조와 흑조의 상반된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프리마돈나의 고충을 다루는 이 영화는 마지막에 완벽주의의 함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인공이 공연을 멋지게 끝내며 피가 흘러내리는 배를 움켜쥔 채 내뱉는 한마디는 바로 “나는 완벽해”이다. 완벽은 이루었지만 자기는 완벽하게 파멸된 완벽주의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영화는 완벽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완벽주의 성향은 그 목표와 수행이 잘 맞아떨어지면 좋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목표가 되는 것이 변화무쌍하여 계획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종류의 것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방학 생활계획표를 짜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선생님의 요구가 있었는지 고전처럼 내려오던 이상적인 시간표 때문인지 대부분은 기상시간부터 무리해서 계획을 짠다. 제아무리 성실한 학생도 그대로 다 지키기는 쉽지 않고, 오히려 며칠을 시행해보다 이미 무너져버린 계획 때문에 계획표대로 살기를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무계획적으로 살게 되기도 한다.
육아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적인 모습을 꿈꾸면 꿈꿀수록 현실은 그것과 멀어질 소지가 있다. 육아에서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무리해서 고수하다보면 결국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일이 많다. 손을 놓지는 않더라도 매일 반복되는 계획의 실패와 그로 인한 패배감은 엄마의 마음을 위축시키고, 그러한 엄마의 마음은 아이를 키우는 행동에 그대로 영향을 줘 아이 또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아이로 자랄 소지가 많다.
육아는 마라톤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첫 3년만 눈 딱 감고 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생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3년 안에 해결되지 않는 20년 이상의 장기전이고 마라톤이다. 처음에 전력 질주하는 것보다 길게 보고 자기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면 희한하게도 사고의 폭이 좁아진다. 아이의 인생을 길게 보고 조력자인 엄마의 인생도 그에 맞춰 길게 봐야 하는데, 처음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불안의 피난처로 삼는다. 사람은 어떠한 감정을 경험하더라도 그것 자체로 자연스러운 것이고 타당한 것이다. 억지로 억누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감정을 인식하지 않고 회피하는 방법을 사용하다보면 그것이 하나의 패턴이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감정을 느끼지도 못한다. 때문에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엄마일수록 비록 힘들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완벽하게 육아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건 나의 부족함을 제대로 아는 것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과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 중에 어떤 말이 맞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자신의 심리적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약이고 힘이다. 엄마로서 완벽해지고 싶은 스스로의 마음을 탓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엄마가 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트가 말한 정상적인 사람의 기준도 히스테리 성향 약간, 편집적인 성향 약간, 강박적인 성향이 약간 있는 사람이다. 완벽함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 연약한 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좋다. 실제로 완벽주의 이면에는 자신의 결함을 감추고자 하는 무의식적 동기도 많다.
분석심리의 창시자 융은 전체 인격 발달을 목표로 하는 과정 중 개성화 과정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개성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서 대립하는 것의 결합이라고 했다. 융은 개인 성격의 어두운 부정적인 부분을 ‘그림자’라고 말하는데, 그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림자에 짓눌리지 않고 그림자와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몸서리치게 두려운 것은 자기 자신을 완전하게 다 받아들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림자를 보고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용기를 내어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만큼 완벽주의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부족하고 연약할 수밖에 없는 엄마라면, 아는 게 힘이다.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아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 이 글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 감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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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 한양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고,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베이비뉴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및 육아지원센터 강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한국강사협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주 양육자가 되어 엄마로서의 삶을 살면서, 엄마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로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난 뒤,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동안 엄마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감정, 억압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육아하는 엄마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육아를 부탁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 KBS <아침마당>, KBS <엄마의 탄생>, KBS
<정우열> 저12,150원(10% + 5%)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35개월, 17개월 두 아이의 주양육자이면서 ‘육아빠’로 유명한 파워블로거인 정우열 원장은 힘들고 외롭기까지 한 엄마의 삶을 직접 경험하며 엄마로 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특히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불편한 감정에 집중한다. 정 원장은 심리 상담을 통해 만난 많은 엄마들,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