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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기는 ‘생각상자’를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생각연습, 질문연습, 대화연습
일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숙제? 글쓰기 공부? 일기에 대해서 부담을 가지는 아이와 일기를 우습게 보는 아이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숙제? 글쓰기 공부? 일기에 대해서 부담을 가지는 아이와 일기를 우습게 보는 아이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기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가이드를 어떻게 줄 것인가는 사람마다 방법이 다를 것이다. 백지에 익숙하게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긴 한데, 일기를 쓰는 것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혹여 독자들 중 쓰기를 싫어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면, 일기의 분량을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몇 마디라도 생각나는 대로 편히 써 보라고 해보자. 대화 내용이 풍부하면 아이가 쓸 수 있는 소재 역시 풍부해진다. 이러한 습관이 몇 개월 쌓이면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아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 참 재미있었다. 끝.’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교 1학년의 일기 스타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일기를 어렵게 생각하고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기 쓰는 것을 귀찮게 여기거나 그저 숙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기에 익숙한 아이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일기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겪고 느낀 감정을 ‘일기’라는 틀에 어떻게 넣는지 개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 쉬워진다. 무슨 소재든 일기가 될 수 있다. 꼭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1~2개의 일기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매일 쓰게 하는 학교도 있다). 아이가 일기를 쓰려고 할 때, 대화를 먼저 나눠보자.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슬픈 일은 없었어?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때? 등등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글감을 찾아낼 수 있다. 뉴스도 일기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사고가 있었을 당시의 이야기다. 아이가 이 사건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뉴스를 보며 대화를 나눈 후 본인이 느끼는 대로 일기를 쓰게 했다. 사건 개요와 같이 아이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엄마가 아웃라인을 설명해 주었고, 그 사실들을 바탕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일기를 썼다. “오늘은 무엇을 했다. 신났다”와 같은 이벤트 위주의 일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세월호 침몰 사고 12일째 되던 날, 뉴스를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눈 후 아이가 쓴 일기.
일기와 관련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 한 가지는 아이에게 생각을 주입시키거나 일기 내용을 대신 써주거나 하는 행위다. 절대 금지다! 기억하자. 일기는 100% 아이가 쓰는 것이고, 엄마는 글감이 되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정도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일기 한두 줄 쓰기도 힘겨워하던 아이가 글 쓰는 아이로 변신하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학교에서 숙제로 나오는 일기나 독서록 숙제를 무척 어려워하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너무 답답한 나머지 “논술학원 보내야겠어요. 어디가 좋아요?” 하고 문의해 왔다. “저도 논술학원은 안 보내봐서 잘 몰라요.” 딱히 추천해줄 만한 학원도 없었지만, 아이의 상황을 볼 때 글쓰기 능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다른 식의 해결책으로 접근해보았다.
“○○이가 학원을 많이 다니죠? 학원을 좀 줄여 보는 게 어때요? 대신 잉여시간을 줘보세요. 질문하고 대화하는 학원 같지 않은 학원이 하나 있으니 거기에 한번 보내 보세요. 숙제도 없고 책가방도 필요 없으니 재미있어 할 거예요. 그저 실컷 얘기하다 오게 해주시면 돼요”라고 답해 주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평소 부담스러워 하던 학원들을 다 끊고, 그 솔루션대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이가 딱 한 달만에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보다 훨씬 논리적으로 말하고, 일기 쓰기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기, 글쓰기가 동시에 해결된 것이다. 왜였을까? 딱히 글쓰기를 가르친 것도 아닌데.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생각할 잉여시간’이 주어졌고, ‘실컷 말할 기회’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일주일에 2시간밖에 안 되지만 자기 안에 있는 생각들을 말하고, 그 말을 할 때 나머지 학생들이 경청해 주기 때문에 자기 안에 있던 잠재력을 밖으로 내보이게 된 것이다. 엄청난 솔루션이 아니라 사실은 단순한 원리였다. 학원과 숙제에 쫓겨서 자율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제약을 받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원래 글을 못쓰는 아이’가 아니었다.
이 사례만으로 증명이 되진 않겠지만 질문하고 대화하는 방식이 아이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밑져야 본전. 한번 시도해보시라.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단 끈기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연습. 질문연습. 대화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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