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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이 말하는 육아의 본질

『우리 아이 괜찮아요』 서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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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할 때 빛을 발한다. 『우리아이 괜찮아요』는 부모와 아이의 교감을 가로막는 140가지 문제들에 대한 사려 깊은 답변이다.

지난 12월 17일 카톨릭 문화회관에서는 『우리아이 괜찮아요』 출간기념 서천석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저자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로 느낌 점들을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로 펴내며 육아로 고민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저자의 신간 『우리아이 괜찮아요』는 아이를 키우면서 수시로 부딪히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담았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 속에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졸라요’, ‘아들이 아빠를 만만하게 봅니다’ 등 140가지의 육아고민과 전문가의 해법이 들어있다. 이날 저자와의 만남은 ‘불안한 시대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우리는 왜 불안해할까’에 대한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현대인은 늘 불안하고 다양한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약간의 안정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어 늘 불안하다. 불안의 원인에는 상당부분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발버둥 친다. 육아에서는 그 불안이 더욱더 가중된다. 저자는 불행이 도처에 널려있는 시대에는 “자기 자신을 채우는 건 대충 포기하고, 아이를 대리물로 생각하게 된다. 육아의 본질은 교감인데 시대가 불안할수록 아이 키우는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찬다.”고 이야기한다. 불안한 시대에 부모가 아이와 교감하며 육아의 본질에 집중하려면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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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의 차이를 존중해주자

 

저자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솝우화로 기질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거북이가 왜 토끼와 경쟁해야 할까?’라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엄연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토끼는 달리는데 능한 반면 거북이는 바다를 헤엄치는데 능숙하다. 그러므로 토끼의 승리는 당연히 이겨야하는 게임에서 이긴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토끼의 심리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토끼는 자기보다 약한 거북이와 경쟁하면서 삶의 위안을 삼게 된다. 현재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현대인의 모습이다”라고 지적한다.

 

“우화의 핵심은 서로 경쟁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우리는 동등해야한다는 신념에 지나치게 빠져있다. 개개인은 타고난 환경, 경험이 상당히 다르다. 우리는 이대로 살면 된다. 각각 나름의 방법에서 행복을 찾을 수도 있고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오히려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고생만 하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단계별로 접근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한꺼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얻으려고 하다가는 자기 열등감만 확인하게 된다.”

 

저자는 기질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성격은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을 바탕 위에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유사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어도 성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취약한 기질에서 출발했어도 성격은 긍정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특정 영역에 취약한 기질을 타고났어도 긍정적인 부분은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선은 기질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있다. 타고나는 것이다. 천성적으로 온순한 아이(easy baby)들은 크게 예민하지 않고 잘 적응하는 반면 10%는 어려운 아이(difficult child)는 누가 키워도 힘든 기질을 타고났다. 자신의 아이가 어려운 아이에 가깝다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본인의 기질이 예민하다고 느끼면 우선적으로 인정해야한다. 편안한 사람들을 보면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 순간 불행이 싹튼다.”

 

“모든 아이들의 기질을 인정해주자. 부모의 역할은 원래 가진 기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왜 소극적이냐고 다그치게 되면, 아이는 ‘왜 나는 이거밖에 안될까? 난 엄마를 만족 시킬 수 없는 존재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가 어그러지면 엉뚱한 곳으로 관심을 돌린다. 소극적인 아이는 차분히 관찰하면서 섬세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볼 때 불안한 기질이 있다면 한 번에 극복하려고 하지말자.”
 
불행의 씨앗은 아이에 대한 높은 기대치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 볼 때 쉽게 불안해진다.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을 깊숙이 파고들면 그 속에는 높은 기대치가 들어있다. 기대가 높으면 자연스레 실망도 커진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지르는 과오는 무엇일까?

 

“부모가 아이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으면 채워야한다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높은 기대를 갖는다는 건 불안의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불안에 시달리면 내 눈 앞에 아이를 못보고, 이상화된 아이의 미래만을 보게 된다. 아이를 위해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보수집에 혈안 된 분들도 많다. 우리 아이에게 뭔가를 시켜야한다는 것도 판타지이다. 잠깐은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판타지이다.”

 

인생도 육아도 정답은 없다

 

저자는 ‘좋은 부모’의 강박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한다. 그는 저마다의 환경을 무시한 채 동일한 육아법을 적용하느라 오히려 고유한 에너지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모들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애착육아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편이다. 애착육아 이론에서는 아이를 성공 시키는 게 엄마의 가장 중요한 일로 묘사된다. 어떻게 영재로 키우는지에 대해서 관련 있다. 성공한 상류층의 육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모성이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먼저인데, 애착육아에 대한 강박은 좌절감을 가져다주기 쉽다. 육아는 각자의 조건과 환경에 맞는 방법이 있다. 각자 놓인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게 다 다르다. 간혹 육아에서 정답을 찾아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불안한 분들이 많다.”

 

“큰 아이를 낳은 뒤 육아 트라우마에 시달리시는 분들이 꽤 많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게 되면 무력감이 커진다. 아이가 울면 계속 당황하게 된다. 부모는 ‘나라는 존재는 내 아이 조차 못 키우는가’ 라는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더욱 질책하게 된다. 깊은 우울감에 빠진다. 아이와의 첫 경험이 외상성 경험으로 남은 것이다.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사랑을 만들어낼 수 없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계속해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트라우마가 지속되면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저자의 강연이 끝난 후 강연장은 아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온 독자들의 뜨거운 질문 세례로 가득찼다.

 

7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느 순간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까맣다고 이야기 할 때 마다 난감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쉽다. 아이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주면 된다. 아이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는 아이의 마음이 하양색이었던 순간을 주기적으로 기억으로 떠올려 주어야 한다. 아이가 무언가 잘한 순간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있었던 사건들을 적어두면 도움이 된다.

 

현재 일하며 두 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아이가 아직 엄마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늘 걱정이다. 출퇴근할 때 섭섭해 하지 않는데다가 누구 아들이냐고 물어보면 외할머니 아들이라고 대답한다.

 

아이가 1차 애착 대상을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초기 애착이 형성될 때 아이는 할머니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재미난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 가면 된다. 아이는 기본적으로 엄마를 좋아한다. 여기서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주 양육자는 할머니로 설정하되, 엄마는 아이와 적당한 거리에서 좋은 어른으로서의 관계를 가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가 굉장히 순하고 여리게 태어났다. 여섯 살이 되면서 아이 간의 서열이 생기면서, 순한 아이가 늘 부당한 대우 받는걸 목격하게 된다. 이를테면 경찰과 도둑 같은 게임에서도 늘 약한 역할을 맡는다. 아이에게는 아직까지 특별한 개념이 없어 보인다.

 

엄마는 위계구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역할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단순하게 하나의 역할로 생각한다. 아이는 자신을 함부로 한다고 생각하면 속상해한다. 아이가 울고 힘들어할 때 개입하면 된다. 아이가 무시 받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알려주면 된다. 서열이 아이들의 사회에서는 모든 걸 지배하지 않는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자주 질책하곤 한다. 큰 아이는 새로운 걸 하자고 제안하면, 늘 하기 싫다고 불평한다. 어느 순간 아이가 게임 생각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아예 금지시켜야 하는지 고민이다.

 

게임을 통제하는 건 각자의 철학에 따라 다르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방향이든지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게임을 허용하면 게임 말고는 흥미를 못 느낄 확률을 감수해야한다. 반면 아이가 게임하게 되면 부모에게는 자유가 생긴다. 대신에 다른 취미나 즐거움은 얻기 힘들다. 우리 아이들은 핸드폰도 없고 게임도 안한다. 부모가 나서서 놀이를 충분히 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안방을 놀이방으로 꾸몄다. 놀이방에 오는 그룹을 만들어줬다. 집에서 놀이 문화를 형성시켰더니 게임으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돈, 시간, 노력이 든다.

 

이날 모인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저자는 삶과 육아의 현실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불안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늘 할 행동이다. 그밖에 많은 것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이 역시 자기 생각이 있는 주체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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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괜찮아요서천석 저 | 예담friend
당대 최고의 육아 멘토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지금까지 그가 쓴 글은 대한민국 수십만 부모들의 마음 깊숙이 다가갔다. 때로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부모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촌철살인으로 부모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이 책은 아이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부모들의 ‘진짜 사연’ 아래 서천석 특유의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해법을 함께 담았다. 이를 통해 아이가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찡하게 와 닿는, 명쾌하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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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지민

세상 속의 작은 샛별로 빛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고로 어떤 멜로디,서사, 리듬을 지니고 어느 하늘에 떠야할지 만들어가는 여정 중.

우리 아이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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