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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길을 지켜 간 이들의 한마디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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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때로는 깊은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불안한 앞날,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사막의 길에서 마음은 크게 흔들린다. 어떻게 해야 이 힘든 세상을 조금은 덜 외롭게, 더 기운 내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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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때로는 깊은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불안한 앞날,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사막의 길에서 마음은 크게 흔들린다. 어떻게 해야 이 힘든 세상을 조금은 덜 외롭게, 더 기운 내며 살 수 있을까?


나는 고전을 전공하는 학자이다. 옛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탐구하다 보면 그들도 외롭고 힘들었으며,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내던져지기도 했음을 발견한다. 눈보라 속에서도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좌우명이 있었다. 그 문장을 끌어안고 그들은 삶의 질곡을 꿋꿋하게 견뎌 나갔다.


이 책은 옛 지식인의 삶을 이끈 한마디 문장과 그 문장을 오롯하게 드러내 주는 인생의 아름다운 국면을 이야기한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사람의 면면을 일일이 기억하고 그 삶 전체를 오롯하게 말하기란 정말 어렵다. 아니,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도리어 그 사람을 말해 주는 단 하나의 문장,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좌우명은 그 사람의 일생을 요약해서 말해 주는 인생 자체가 아니던가?


그리하여 나는 평소에 관심 갖던 고전 인물들의 행적을 살피고, 그 사람을 가장 적실하게 말해 주는 하나의 문장과 그 문장을 설명해 주는 빛나는 한 장면을 찾고자 했다. 그 사람이 무슨 벼슬을 했는지는 관심 두지 않았다. 성리학자든 실학자든, 노론이든 남인이든 상관없었다. 어떤 생각으로 삶을 대하고, 삶의 파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갔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주어진 자리는 운명일 뿐, 그 사람의 몫이 아니다. 허나 주어진 운명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놓인 환경에 적극적으로 맞서 나가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와 성품에 달린 일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인생을 압축해 주는 한마디 말과 이를 증명해 주는 하나의 장면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좌우명이 있어도 그 좌우명을 드러내는 자취를 찾기 어려운가 하면, 그 사람의 흔적을 보여 주는 한마디 말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고 관심 가졌던 김시습, 이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홍길주 등도 막상 삶을 이끈 한마디 말을 고르려니 난감했다.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어떤 한마디 말로 담아낼 수 있단 말인가. 김시습의 좌우명 하나를 고르기 위해 그의 평전을 일독했으며, 이옥의 한마디를 찾기 위해 그의 문집을 다 읽어 보아야 했다.


그렇게 그 사람만의 향기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되는 하나의 문장을 찾고, 그와 일치되는 삶의 흔적을 담으려 노력했다. 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짧으나 한 편 한 편 품은 많이 들었다. 이렇게 막상 책으로 엮고 보니 의도했던 목표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듯해 다행이다.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역사의 주류도 있고, 마이너리티도 있으며, 존재조차 희미한 인물도 있다. 요절한 이도 있고, 억울하게 죽은 이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고, 고난을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극복해 나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순수하게 우리 고전의 좌우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좋은 말, 명언들은 찾아보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대체로 중국의 경전과 역사서 등 외국의 명언이 대부분이다. 또 좌우명이 나오게 된 맥락과 좌우명을 쓴 이의 인간적 면모를 알 수 있는 말들이 별로 없다.


이 책이 우리 옛사람들의 삶을 이끈 문장을 알고, 그 인물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옛사람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좌우명을 붙들고 삶을 지켜 나갔듯이, 독자들도 그 한마디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책이 나오기까지 함께 고민해 주고 글이 더욱 산뜻해지도록 도와준 편집자 이미현 씨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영묵 강병인 선생님께서 좌우명마다 손수 글씨를 써서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셨다. 깊이 감사드린다.


이 책의 좌우명은 무엇보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격려이다. 삶을 생각하노라면 문득 서럽고 아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삶은 외롭고, 가련한 것. 생각해 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붙들고 자신의 길을 지켜 간 옛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들은 내게 삶이 비록 고단하고 외로울 지라도 기운을 잃지 말고 마음을 지키며 나아가라고 위로를 준다. 또 분수와 복은 아래와 견주고 자족하며 하루아침의 근심이 아닌 평생의 근심을 근심하며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


이익은 행하느냐 행하지 못하느냐는 능력이고 도달하느냐 도달하지 못하느냐는 운명이라고 했다. 하늘의 뜻을 내가 어찌하겠는가? 다만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힘써 노력해 갈 뿐이다.

 

염재실에서 박수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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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박수밀,강병인 저 | 샘터
 흔히 공부벌레란 공부밖에 모르고 세상물정에만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공부는 삶 그 자체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공부의 대상은 문자로 된 책이나 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눈과 귀로 접하는 해와 달, 바람과 구름, 새와 짐승의 변화하는 모습에서부터 손님과 하인이 주고받는 자질구레한 말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공부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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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박수밀>,<강병인> 저11,700원(10% + 5%)

옛 지식인들의 삶을 이끈 한마디와 그 문장을 오롯이 드러내 주는 인생의 한 국면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동명의 주제로 월간 [샘터]에 3년간 연재한 글을 묶었다. 흔히 공부벌레란 공부밖에 모르고 세상물정에만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공부는 삶 그 자체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공부의 대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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