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 good kid, m.A.A.d city >의 큰 성공과 '컨트롤 대란'의 시발점으로 유명한 벌스, '나는 뉴욕의 왕이다'는 켄드릭 라마를 한순간에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모든 세간의 이목은 그에게 집중되었고, 선 공개된 싱글 「i」와 「The blacker than berry」는 그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발매일보다 일주일 먼저 깜짝 공개된 < To Pimp a Butterfly >는 이러한 기대를 보란 듯이 넘어섰다. 여러 평단의 찬사는 이미 전작의 것을 넘어섰다.
스펙트럼이 달라졌다. 앨범을 아우르는 사운드는 이전과 동떨어진 펑크(Funk), 재즈, 블루스, 알앤비의 것인 데다 「Swimming Pool」과 「m.A.A.d city」만큼의 강렬한 임팩트도 없다. 그럼에도,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당연히 곡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와 독보적인 그의 래핑, 그리고 이들을 재단한 수준 높은 프로듀싱이다. 전작부터 함께한 프로듀서진과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와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뮤지션과의 호흡은 각각의 곡들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에서 따온 앨범의 제목과 보리스 가디너의 「Every nigga is a star」를 샘플링한 첫 트랙의 도입부에서 주제는 명확히 제시된다. 앨범엔 흑인의 고된 삶에 대한 서술과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고발, 비난의 메타포로 가득하다. 또한, 우수로 가득 찬 자아의 성찰과 흑인 엠씨로서의 입장과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그의 사색은 비판적이고 계몽적인 메시지를 내포한다.
고민의 흔적이 여러 트랙에서 나타난다. 힘겹게 높은 지위와 부를 얻은 흑인들을 몰락시키는 사회제도를 고발하는 「Wesley's Theory」를 시작으로, 이들을 핍박하고 제도화하는 부의 속성을 비판하는 「Institutionalized」, 내러티브의 형식으로 빈민의 고난을 이야기하는 「How much a dollar cost」를 지나 「Complexion」은 피부색이 가져다주는 편견의 무의미함을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비판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u」에서는 그의 출신지 컴튼(Compton)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을 잊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고, 「The blacker than berry」에선 자신을 위선자라고 깎아내리며 흑인사회에서의 존중의 중요성을 강요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힘과 파급력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내비치며 곡이 주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배가한다.
텍스트를 펼쳐내는 래핑 또한 탁월하다. 다채로운 플로우와 라임을 유지하면서도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는 단어의 선택은 전작에 이은 작사가로서 뛰어난 재량을 보여주고, 톤을 자유분방하게 변경하며 여러 화자를 오가는 래핑은 마치 그가 곡 안에서 '연기'를 하는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가사를 곱씹어봐야 진가를 발휘하는, 결코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될 앨범이다. 시대를 성실히 성찰하고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흑인의, 흑인에 의한, 그러나 모두를 위한' 메시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근래 흑인 인권을 위해 이렇게 광대한 목소리를 낸 사람이 있었을까. 감히, 마틴 루터 킹의 환생이다.
2015/04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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