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뒤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고? - 뮤지컬 <쓰루 더 도어>
문을 통해 펼쳐지는 환상의 로맨스 나를 찾는 여행
그래도 피하지 말아요. 그 현실 속에서 내가 함께 할테니.
현실 vs 환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해리포터는 모두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상의 세계로 이동하는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소설들이다. 앨리스는 구덩이에 빠지면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되고, 해리포터는 기차역 안에 숨겨진 비밀의 승강장을 통해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향한다. 이처럼 현실에서 환상의 세계로 향하는 스토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누구나 한 번 쯤 각박한 현실에서 도망쳐 자신이 소망한 것이 이루어지는 환상의 세계를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쓰루 더 도어> 역시 이러한 환상의 세계라는 소재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쓰루 더 도어>의 주인공인 샬롯은 소설가다. 7년 전 단편 소설을 통해 문단에 데뷔하면서 대중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그 이후 제대로 된 소설을 발표하지 못한 중고신인 작가. 샬롯의 남편 레니는 건축가이자 성공에 대한 야망이 가득한 워커홀릭이다. 착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은 예전과 변함이 없지만 워낙 바쁜 탓에 샬롯에게 전과 같은 애정을 쏟지 못한다. 모든 게 샬롯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 말하지만 레니에게 중요한 건 샬롯이 아닌 일이 되어 버린지 오래. 대화가 사라진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커져간다.
샬롯은 재기를 꿈꾸며 역사소설을 쓰지만 편집장에게 퇴짜를 맞고, 소설은 안 써지고, 사랑하는 남편 레니와의 사이는 끝이 보이지 않고 멀어지기만 한다. 이래저래 각박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 샬롯. 행복했던 지난 추억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의 집 다용도실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이끌려 다용도실 문을 연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자신이 쓰던 소설 속 환상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것! 소설의 주인공 카일 왕자를 만나게 되면서 샬롯의 하루하루는 새롭고 신기한 일들로 가득차게 되고, 샬롯은 점점 각박한 현실보다 환상의 세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두렵다고 피하지 말아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기만 한 건지, 왜 이렇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는 건지 답답한 현실에 좌절하고 절망할 때, 거짓말처럼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의 모습은 매력적이고 유혹적이다. 게다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 꿈꿨을 법한 왕자와의 로맨스까지 이루어지는 세계라니! 그래서 샬롯이 답답한 현실을 피해 계속 환상의 세계로 향하는 모습은 어느 정도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때론 우리도 도피처를 찾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니까. 현실과 달리 환상 속 세계에서의 샬롯과 레니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활력적이다. 우울하고 지쳐있던 현실과 다른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각박한 현실에 머물러 있는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사실 <쓰루 더 도어>의 결말은 다소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환상 속 세계에서 다시 만난 샬롯과 레니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식상하지만 어떻게 보면 최고의 결말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다. 각자 치열하게 삶을 살면서 정작 가장 소중하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소홀했던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이 환상이라는 달콤하고 유혹적인 세계에 머물지 않고, 기꺼이 언제 또 시련을 겪게 될지 모르는 현실로 돌아오는 결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게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고, 또 살아가야 되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쓰루 더 도어>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던 환상의 세계를 보여 주고 그를 통해 현실의 의미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두렵다는 이유로 비바람을 피하면 더 큰 시련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하던 카일 왕자의 대사는 힘들고 지친다고 무조건 도망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다소 교훈적이긴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특별한 뮤지컬 <쓰루 더 도어>는 6월9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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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