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가사> 아가사 크리스티가 사라졌다!
배우 김수로의 연극 프로젝트 8탄 추리 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 실종실화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그 과정 자체. 어쩌면 아가사는 자신의 겉모습만을 보고 칭송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그녀의 내면을 알아봐 달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11일 동안의 비밀스런 사건
뮤지컬 <아가사>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자 죽음의 공작부인이라 불리는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제 실종사건을 다룬 창작뮤지컬이다. 1926년, 저녁 식사 후 “드라이브를 하러가겠다” 던 아가사 크리스티가 사라졌고 이틀 후 호숫가에서 그녀의 소지품이 담긴 자동차가 발견되었다. 이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수십 명의 경찰이 총 동원되어 그녀의 행방을 찾고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연일 실종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자 했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다. 수많은 가설이 난무하던 가운데, 실종 된 지 열 하루 만에 그녀는 어느 호텔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그녀는 11일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이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쏟아졌지만 그녀는 죽을 때 까지 단 한 번도 실종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실종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했다. 대체 그녀가 실종되고 발견되기까지 11일의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뮤지컬 <아가사> 역시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오로지 상상력에 의존해 11일 동안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했다. 어지러이 흩어진 퍼즐의 조각을 아가사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맞춰나간다.
표절시비로 괴로워하던 젊은 작가 레이몬드는 아가사와 관련된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악몽 속에서 그는 아가사의 미완성 소설 ‘미궁속의 티타임’을 떠올리게 되고, 의문을 가진 채 R이라는 가명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60번째 소설 출간을 기념하는 파티자리에서 레이몬드의 편지를 받게 된 아가사는 과거 회상에 잠기고, 무대는 27년 전 아가사가 실종되던 그때로 돌아간다.
무대 위에 한 여자가 등장한다. 대중과 평단에게 인정받은 유명 작가,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어린 딸,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대 저택.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성공하고 부와 명예를 다 가진 한 여자. 누구라도 부러워 할 인생을 살고 있는 아가사 크리스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그리 높지 않던 1920년대 영국 유명 여류 작가로서 명성을 드높이던 그녀의 삶은 탄탄대로 위를 달리고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 아치볼드, 믿고 의지하는 하녀 베스, 출판사 편집장 뉴먼, 잡지 기자 폴이 모인 티타임 시간은 그녀의 삶을 상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행복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며 웃는 그녀에게 질투 아닌 질투를 보내려 하는 순간, 웃음 뒤에 감추어진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띈다. 불안과 공포,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깊은 슬픔을 감춘 상처받은 한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티타임을 가진 직후, 아가사는 사라진다. 아가사가 사라지면서 마지막으로 그녀와 함께 있던 아치볼드, 베스, 폴, 뉴먼의 눈빛과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해관계 역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들 모두 아가사를 찾고 있지만 사라진 아가사의 행방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언가를 감춘 재 그 사실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는 불안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비밀의 열쇠를 들고 사라진 아가사를 찾아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기적이고 냉정한 본성을 드러낸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던 모습 뒤로 보이던 아가사의 슬픔 가득한 얼굴이 떠오른다.
당신들은 살인이 재밌습니까?
뮤지컬 <아가사>의 연출을 맡은 김지호 연출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초연 <아가사>의 주제가 슬픔과 사랑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분노와 고통,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연출의 의도대로 뮤지컬 <아가사>는 아가사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파헤치면서 그 안에서 그녀가 받은 아픔과 고통 그리고 분노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평화로운(듯 보였던) 삶 속에 감춰진 그녀의 상처받은 영혼, 끊임없이 그녀를 압박하고 고통을 주는 주변 사람들. 극이 진행될수록 주변 사람들의 가식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그녀가 겪어야 했을 고통의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극 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60번째 소설 출간회에 참석한 사람들, 그녀 주변에서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당신들은 살인이 재밌습니까?” 라고. 자극적이고 잔인한 살인사건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아가사는 환멸을 느끼고 그들에게 부탁한다. 살인 자체가 아니라 살인을 하게 된 동기, 평범한 사람이 왜 살인자가 되었는지 그 동기가 중요한 것이라고. 살인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은 곧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있는 상처와 고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그 과정 자체. 어쩌면 아가사는 자신의 겉모습만을 보고 가식적으로 대해 온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그녀의 내면을 알아봐 달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내던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파헤치게 되고, 자신이 잊고 있던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뮤지컬 <아가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극의 중요 사항이라 정확한 내용은 생락하려 한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그만큼의 고통과 아픔을 안고 살아야 했던 천재 추리 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아가사>에서 마주했던 그녀의 슬픈 눈빛은 두고두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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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소설을 집필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재능은 단연 독보적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력적이며, 소설의 줄거리는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