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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루더도어>의 사랑스러운 바람녀 오소연

이 문 너머에 또 다른 사랑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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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디 프리드가 극을 쓰고,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렌스 마크 와이트가 곡을 만들어 뮤지컬 <쓰루더도어(Through the Door)>로 빚어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런던 쇼케이스와 뉴욕 리딩 공연을 거쳐 지난 3월 13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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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집안 구석의 다용도실 문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라면 어떨까요? 더군다나 그 환상의 세계에 멋진 왕자가 있고, 그가 나를 사랑한다면? 꽤 유치한 발상인데 상상만으로도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이 유치한 발상을 실제로 무대에 옮긴 제작진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디 프리드가 극을 쓰고,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렌스 마크 와이트가 곡을 만들어 뮤지컬 <쓰루더도어(Through the Door)>로 빚어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런던 쇼케이스와 뉴욕 리딩 공연을 거쳐 지난 3월 13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됐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조금은 가벼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처럼 갑작스레 햇살이 따사로워져서 좀처럼 마음을 잡기 힘들 때 관람하기에는 제격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샬롯이 등장하는데, 샬롯을 연기한 뮤지컬배우 오소연 씨가 어찌나 앙증맞은지 그녀의 일탈마저 따사롭게 바라보게 된다니까요. 

 

“극작가와 작곡가가 내 캐릭터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나(웃음)? ‘이 여자 어쩌나, 지금 바람났네!’ 그래서 계속 자기최면을 걸고 있어요. 이건 환상 속이고, 현실에서는 그저 샬롯의 상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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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날, 공연장 옆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오소연 씨를 만났습니다. 샬롯을 연기하는 배우가 이렇게 귀엽고 예쁘니 주인공의 부도덕한 행동마저 재밌게 넘어가게 되는 게 아닐까요? 사실은 심각한 상황인데 말이죠.

 

“저도 사실 그 부분이 와 닿지 않았어요. 샬롯이 나빴어요(웃음)! 그런데 샬롯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부도덕한 선택을 했지만, 이 여자 혼자만의 실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어요. 제일 많이 기대는 부분은 소설 속이라는 설정과 판타지적인 느낌 안에서 발칙한 상상 정도로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슨 얘기인가 하니, 샬롯에게는 일상을 살아가느라 아주 바쁜 건축가, 자연스레 그녀에게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남편 레니가 있습니다. 7년 전에 주목받았으나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한 소설가 샬롯은 어느 날 다용도실 문을 열고 환상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자신이 쓴 역사 소설 속의 주인공 카일 왕자와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오소연 씨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저라면 안 걸렸을 것 같아요. 샬롯은 현실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이잖아요. 저라면 치밀하게, 철두철미하게 속였을 것 같아요(웃음).”

 

샬롯을 무척 사랑스럽게 표현했는데, 실제 성격은 샬롯과 얼마나 닮았나요?


“처음에 노래만 들어도 어떤 캐릭터인지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 성격은 그때그때 다른데, 발랄할 때는 한없이 발랄하고 외향적이에요. 애교는 많은 편이고, 샬롯과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보니 앤 클라이드>나 <레베카> 등 전작들에서 봐왔던 오소연 씨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체구는 아담하지만 강단 있는 이미지였다고 할까요?


“다들 저를 강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제가 떨린다고 하면 ‘니가? 엄살 피우지 마’라고 하세요. 멘탈이 세 보이나 봐요. 하지만 오히려 약해서 다잡는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연기적으로도 대부분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많이 연기했는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캐릭터보다는 능동적인 캐릭터가 이해하기 편한 것 같아요. 샬롯의 경우는 내면의 고민이 많은 역할이죠.”

 

샬롯은 소설가인데, 뮤지컬배우도 일반적인 직업은 아니잖아요. 이런 환상 세계에 좀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상황이 무척 비슷해요. 제 남자친구도 건축, 인테리어 쪽에서 일을 하거든요. 게다가 사는 지역이 달라서 떨어져 있는데, 저희 내용이 극에 자꾸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커플이 가장 먼저 공감을 했고, 우스갯소리로 저한테 잘하라고, 아니면 바람날 수 있다고 했어요(웃음).”

 

라이선스 작품인데 초연입니다. ‘한국화’에 ‘안정화’까지 작품을 거의 새로 만들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거의 창작 수준이었어요.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으니까 가이드라인도 없고. 국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 결국 각색을 많이 했어요. 주인공들의 직업도 바뀌고, 카일도 원작에서는 카사노바 느낌이 강했거든요. 사실 대본에서는 샬롯과 카일이 만나서 바로 잠자리를 갖는데, 외국의 정서가 너무 달라서 놀랐죠. 모든 장면과 노래, 캐릭터에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녹아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모든 배우들이 스토리텔링부터 매달리다 보니 더 돈독해지고 서로 아끼게 된 것 같아요. 또 배우들이 하나같이 코미디언이라서 정말 재밌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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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입장에서는 좀 가벼운 작품이라는 생각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다양한 성격의 공연이 필요하지만요.


“사실 앞서 했던 <레베카>는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너무 어둡고 힘들었어요. 작품 끝나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쓰루더도어>는 밝고 행복해서 즐기면서 할 수 있겠더라고요. 어렵고, 관객들로 하여금 많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도 있지만, 극에 몸을 맡기고 시간이 흘러갈 수 있게 만드는 작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도 필요한 작품이었고, 배우가 이런 걸 원했다면 관객들도 원하고 계시지 않을까...”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인터뷰가 끝나면 극장 문을 열고 지하 공연장으로 들어가야 하잖아요(웃음). 배우에게는 공연장 문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환상의 통로가 아닐까 싶어요. 현실과 환상 세계의 괴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나요?


“공연장 문뿐이겠어요? 연습실 문부터(웃음). 물론 힘들 때도 있죠. 어느 순간부터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극장 문을 열든지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굉장히 소중했고 색달랐는데... 노련해졌다고 할 수도 있는데, 예전처럼 신선한 맛은 많이 떨어졌다고 스스로 느꼈어요. 매너리즘에 빠져있구나. 그런데 이 작품이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집에서 공연장까지 오는 차 안에서도 고래고래 <쓰루더도어> 노래만 불러요(웃음).”

 

남자배우들에게는 대부분 지킬이나 돈키호테라는 꿈의 배역이 있잖아요. 오소연 씨에게도 꿈의 캐릭터가 있나요?

 

“예전에는 있었던 것 같아요. <미스사이공>이나 <위키드> 같은. 뮤지컬 전공자들에게는 공부할 때 롤 모델로 삼았던 꿈의 작품이 있거든요. 그런데 많이 부딪히고 깨지다 보니까 내 작품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의 오디션에서 안 되면 너무 속상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하는 작품이 내가 할 작품이고 내 작품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미녀와 야수>의 벨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캐릭터예요. 그 애니메이션은 어렸을 때 꼭 틀어놓고 잠자리에 들어서 저한테는 베갯잇 같은 작품이거든요.”

 

무대가 환상에 그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주연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나요?


“어려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내한공연 때 아역으로 참여했다 어쩌면 뮤지컬에 발이 묶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에서도 뮤지컬을 전공했고 지금껏 무대에 서겠다는 열정으로 달려왔는데, 이제 욕심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만족하고 있고, 서른 넘고 배우생활도 10년 넘다 보니까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런 말 좋더라고요. ‘네가 꼭 필요하다, 와주라!’ 이런 말 들으면 뿌듯하죠. 제 자리가 있는 배우, 그게 배우의 생명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표정이 달라지듯이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배우들의 얼굴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다용도실 문을 열고 환상세계를 넘나드는 뮤지컬 <쓰루더도어>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무척 즐거워 보이네요. 오소연 씨 말처럼 배우들에게 이런 작품이 필요하다는 건 관객들에게도 이렇게 유쾌한 작품이 필요하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오소연 씨의 매력은 이번 무대를 계기로 다른 뮤지컬에서도 확산될 것 같고요. 조금은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발칙하지만 달콤한 일탈을 선사하는 뮤지컬 <쓰루더도어>는 6월 7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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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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