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밥 딜런의 새로운 리메이크 앨범

밥 딜런(Bob Dylan) < Shadows In The Night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앨범은 여타 팝 스탠더드 컴필레이션들에 충분히 앞설 작품이다.

밥 딜런(Bob Dylan) < Shadows In The Night >

 

「I'm a fool to want you」로 시작해 「Some enchanted evening」을 거쳐 「That lucky old sun」으로 끝나는 트랙 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 앨범에 실린 노래들의 초점은 한 곳으로 모인다. 1950,6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로큰롤 시대 이전의 곡들, 그 중에서도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팝 스탠다드들로 노장 포크 아티스트는 자신의 서른여섯 번째 작품을 채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잘 만든 음반이다. 밥 딜런이라는 이름을 앞에 두고 온당한 평가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마는, 긴 이력에 따르는 온갖 명성과 감상 같은 부산물을 제하더라도 < Shadows In The Night >은 분명 수작이다.

 

L (4).jpg

 

이번 리메이크의 관건은 편곡에 존재한다. 프랭크 시나트라 음악의 사운드를 맡았던 고든 젠킨슨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닮아있는 가운데, 밥 딜런은 미니멀한 모양새를 구축해 전반의 구조를 뽑아냈다. 세기를 한껏 줄인 혼 섹션과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섹션을 대체하는 페달 스틸 기타, 스코어의 멜로디를 이끄는 기타가 차별을 구성하는 연출의 주요소들에 해당된다. 프랑크 시나트라의 「Some enchanted evening」에서 등장했던 활기찬 관악 파트와 「Autumn leaves」를 장식했던 거대한 현악 파트도 새로운 터치 아래에서 축소의 멋을 내는 모양새로 바뀐다. 이렇듯 최소 지향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밥 딜런은 음반 전체에 풍성함을 불어넣길 잊지 않는다. 아득하게 공간을 확보해나가는 사운드는 관현악이 선사하는 부피감의 공백을 조금씩 메워낸다. 꾸린 사운드 한도 내에서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표현해낸 「That lucky old sun」가 이 맥락에 적확하게 쓰일 예시다.

 

앞서 언급한 편곡에서뿐만 아니라 보컬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다. < Shadows In The Night >에서의 재해석은 원곡들의 컬러를 일체 손상시키지 않는다. 목소리를 깊게 내리까는 크루너 창법을 구사하면서도, 튀지 않는 방향으로 음을 이끄는 밥 딜런의 보컬 연기에는 틴 팬 앨리 시절과 꽤나 잘 어울리는 중후함과 묵직함이 머물러있다. 동시에, 이러한 퍼포먼스의 배경에 자리한 거대한 멋과 아우라를 퍼뜨리는 아티스트 특유의 목소리는 이번 작품에서의 변용과 잘 섞이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출해낸다. 덕분에 음반은 오래된 악보의 멜로디가 전하는 익숙함에 앞서 생경한 조합이 주는 신비로움이라는 큰 수확을 챙기게 됐다.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데에 이렇다 할 이견이 생기지 않는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그리고 다수의 팝 가수들)의 전유물로만 남을 것 같았던 틴 팬 앨리의 클래식 발라드들은 밥 딜런의 이름을 끼고 또 다른 모습을 얻게 됐다. 물론 기존에 여러 버전을 통해 등장했던 곡들이기에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엄밀히 따졌을 때 다름은 작은 부분에서 발생할 뿐, 대개의 지점에서는 얼추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 Shadows In The Night >을 양질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인상은 그 작은 부분에서의 역점에서 비롯된다. 사운드 메이킹에서의 다른 접근만으로도 거장의 창작력은 미(美)에서의 극명한 차이를 발생시킨다. 리터치만으로도 결과물을 발군으로 만드는 일흔 넘은 노인의 역량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앨범은 여타 팝 스탠더드 컴필레이션들에 충분히 앞설 작품이다.

 

 

 

2015/02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 그들만의 야한노래에서 어떻게 변화 했을까? - 가수 십센치
- 2014 신스 팝 레드 오션의 승자 라 루
최고은의 과거, 현재, 미래. 고혹적인 개인사가 담겨있는 앨범
- 가수에서 앨범 아티스트로의 진화. 김범수
- 연륜과 청춘이 공존하는 가수 양희은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Bob Dylan (밥 딜런) - Shadows In The Night

<Bob Dylan>17,900원(19% + 1%)

3년만에 발표하는 밥 딜런의 36번째 스튜디오 앨범 [Shadows In The Night]! 프랑크 시나트라의 명곡들을 재해석하여, 밥 딜런 디스코그래피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트랙으로 구성! 관습적이고 진부한 리메이크 방식을 거부하는 천재적인 해석을 통해 오리지널 작품의 본질을 파헤치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