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다비치 < Davichi Hug >
기대와 실적만큼 한계도 뚜렷한 팀이 다비치다. 단 두 장의 정규 앨범과 수많은 미니 앨범, 디지털 싱글의 커리어는 놀랍도록 뻔한 발라드 노선을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여성 듀오라는 특수성과 호소력 짙은 보컬에 보내는 상당한 지지 탓에 개선의 여지도 사실상 필요가 없다. 새 미니 앨범 < Davichi Hug >에 녹여져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과다한 홍보와 수식이 문제를 덮어보려 애쓰나 다비치 음악의 현실은 '슬픈 발라드', '슬프지만 애절한 발라드' 두 문장으로 다한다. '미워도 사랑하니까'를 족보로 둔 「또 운다 또」, 「8282」와 「시간아 멈춰라」를 부모님으로 둔 「행복해서 미안해」의 더블 타이틀엔 일말의 새로움도 없다. 「두 여자의 방」같은 경우 세련된 어쿠스틱 기타 진행이 돋보이지만, 카라의 「둘 중에 하나」와 흡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말 제목대로 '또 운다.'
이해리와 강민경 두 멤버가 어느 정도 검증된 보컬임에도 틀에 갇혀있는 사실이 답답하다. 멤버들의 자작곡 「너에게」와 「봄」은 분명 새로운 활로를 뚫어보려는 시도였겠지만 앞선 기성 발라드와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이며 충분히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실은 애절한 선율은 다비치의 음악에 고급의 이미지를 선사하지만 실상 견고한 족쇄와 다를 바가 없다. 매력 있고 실력이 있어도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으니 잠재력의 반도 못 끄집어내는 셈이다.
같은 내용, 같은 노래로 8년을 보냈다. 차트 성적도 좋으니 아무도 이를 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결과물이 단 하나 변화가 없다 해도 다비치는 어렵지 않게 차트 1위에 오를 것이다. 지금과 똑같다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고, 「녹는 중」과 같은 뻔한 피쳐링이나 「사랑과 전쟁」, 「My man」 등 미디엄 템포 댄스곡을 변신이라 부를 수도 없다. 다비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녀들의 음악 패턴은 '강약약강약중강약'만큼이나 훤히 보인다는 것을.
2015/02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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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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