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4 신스 팝 레드 오션의 승자 라 루

라 루(La Roux) < Trouble In Paradise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김연아가 표현하던 「Bulletproof」때와 다르다

라 루(La Roux) < Trouble In Paradise >

내공의 깊이가 승부를 가른다. 신스 팝 대유행의 시대에서 치명적인 5년의 공백기를 겪었음에도 매혹적인 사운드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는 라 루다. 벤 랭메이드의 탈퇴로 홀로 남겨진 빨간 머리 프론트우먼 엘르 잭슨을 단순한 가수로 생각했던 이들은 크게 한 방 먹었다. 고수는 무기를 탓하지 않는 법이라는 사실을 몸소 일깨운다.

 

L.jpg

 

철저한 1980년대 신스 팝 고증으로 호평받았던 < La Roux >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넘실대는 기타 리듬, 인간적인 드럼 리듬, 신디사이저 음 속에 들려오는 청량한 건반 음이 레트로라는 큰 틀 안에 다양하게 쏟아진다. 디스코와 펑크(Funk), 알앤비의 따뜻한 체온을 전자음에 더해 인간의 심장을 새로이 장착한 신보는 단순한 '신스 팝'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우리는 작년 우리는 다프트 펑크의 마법을 통해 생명 없던 일렉트로닉 로봇이 따뜻한 심장을 갖게 되는 과정을 몸소 목격한 바 있다. 더욱 다채로운 사운드가 귀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인다.

 

명징한 신스음과 함께 펑키(Funky)한 기타 리듬으로 빚어낸 「Kiss and not tell」은 변신한 라 루의 가장 모범적인 트랙이다. 여전히 쏙쏙 박히는 멜로디라인으로 중독을 이끌어내고, 통통 튀는 리듬감은 더욱 여유로워지며 새로운 유형의 흥취를 만들어낸다. 베이스라인이 곡 전체를 주도하는 「Cruel sexuality」나 아예 기타리프를 중심으로 디스코 & 펑크적 조합 「Tropical chancer」 또한 전작의 느낌과는 180도 다른 특유의 그루브를 형성한다. 가장 < La Roux >와 가까이 맞닿았다는 평을 받는 싱글 「Uptight downtown」 또한 기반은 그 밑에 깔린 디스코 풍의 기타&베이스 리듬이다. 흔치 않은 '리얼 세션 신스 팝'이다.

 

엘르 잭슨의 목 건강 이상으로 인해 「In for the kill」이나 「I'm not your toy」에서의 찢어지는 앙칼진 고음은 더는 들을 수 없지만,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는 여전하다. 앞서 언급했던 「Kiss and not tell」, 크라프트베르크 풍의 「Silent partner」, 하임(Haim)의 뉴웨이브와 이어지는 「The feeling」 등등 전주만으로 귀를 사로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건조하고 정돈된 날카로운 촉이 전작이었다면, < Trouble In Paradise >의 미덕은 단단한 사운드 속에 감춰진 은근한 마력이다. 아홉 곡이 적어 보이지만 하나하나의 퀼리티는 상당한 수준이다.

 

이미 각종 매체의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는 당연하게도 라 루의 앨범이 자랑스럽게 전시되어있다. 좀 더 반짝이고 세련된 옷을 입은 1980년대가 지배하는 현 음악 시장에서 살짝 시간의 흐름을 10년 정도 돌려놓은 라 루의 선택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음악적 갈등과 분열 속에서도 가장 기본을 추구한 엘르 잭슨, 2014 신스 팝 레드 오션의 승자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그들만의 야한노래에서 어떻게 변화 했을까? - 가수 십센치
- 어느 아티스트보다도 완벽한 귀환, 에픽하이
‘처음부터 다시’ Toy 7집 < Da Capo >
- 가수에서 앨범 아티스트로의 진화. 김범수
- 연륜과 청춘이 공존하는 가수 양희은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La Roux - Trouble In Paradise

<La Roux>23,400원(19% + 1%)

2009 O2 Silver Clef Awards - Best Newcomer 수상, Studio8 International Music Awards - Best Female Newcomer 수상! 2011년 그래미 Best Electronic/Dance Album상을 수상하며 미국 시장에서도 그 음악성을 인정받고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