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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음악 지성 - 밥 딜런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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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은 언제나 팝 음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음악인 1위’로 꼽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든, 이글스든, 징징거리는 소리의 헤비메탈 그룹이든 모두들 ‘딜런의 후예들’이다. 근래 2005년의 앨범 <모던 타임스>와 지난해 68세 나이에 발표한 통산 서른세 번째 앨범 <투게더 스루 라이프>가 그랬듯이 그가 앨범만 냈다 하면 모든 음악 전문지는 마치 의무처럼 그해 앨범 중 으뜸으로 선정한다. 그의 경쟁력은 인기가 아니라 음악의 심도 혹은 역사적 중력이 요체인 것이다.

밥 딜런은 유명하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그의 이름은 안다. 높은 지명도를 고려하면 그가 히트시킨 곡이 많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활동 50년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는 단 한 곡도 없으며 10위 안에 든 곡도 겨우 4곡에 불과하다. 애청되는 노래도 별로 없다. 국내 라디오 전파를 타는 곡이라곤 「원 모어 컵 오브 커피(One more cup of coffee)」「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정도다. 이 점이 히트곡이나 밀리언셀러가 부지기수인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스와는 다르다.


하지만 차트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어도 밥 딜런은 언제나 팝 음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음악인 1위’로 꼽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든, 이글스든, 징징거리는 소리의 헤비메탈 그룹이든 모두들 ‘딜런의 후예들’이다. 근래 2005년의 앨범 <모던 타임스>와 지난해 68세 나이에 발표한 통산 서른세 번째 앨범 <투게더 스루 라이프>가 그랬듯이 그가 앨범만 냈다 하면 모든 음악 전문지는 마치 의무처럼 그해 앨범 중 으뜸으로 선정한다. 그의 경쟁력은 인기가 아니라 음악의 심도 혹은 역사적 중력이 요체인 것이다.

무엇보다 가사가 그를 ‘우리 시대의 음악 지성’으로 견인했다. 그는 낱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고 자유롭게 써내려 가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쾌척했다. 대중가요에 부재했던 철학이 있었고 그런 만큼 난해했다. 그의 정확한 의중에 대한 굴착의 어려움은 더욱 그를 레전드로 만들었다. 대중음악가들은 그의 경이로운 언어 세계를 접하면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 못지않게 가사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깨달았다. 애들 사랑 얘기밖에 몰랐던 비틀스의 존 레넌(John Lennon)도 그의 음악을 듣고 나서 인생, 사회, 종교에 대한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다.


밥 딜런은 1960년대 초반, 차별과 전쟁에 얽매인 기성 가치를 공격하면서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그가 1962년에 쓴 포크송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은 즉각적으로 반전 세대의 슬로건이 되면서 전 세계 청년들을 저항의 띠로 엮었다. 당시 미국의 대학생과 지식인들은 케네디 대통령의 정견과 킹 목사의 연설만큼이나 그의 노래를 믿고 추종했다.

그가 통기타 포크의 영웅인 동시에 록 음악의 구세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1965년 그는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통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다가 야유를 당했지만 역사는 그를 포크와 록 사운드를 결합한 ‘포크록’의 창조자로서 길이길이 환대했다. 록으로부터 젊음의 폭발하는 사운드를 끌어 온 대신 록한테는 가사를 가르쳐 주는 공적을 남긴 것이다. 노랫말과 록 사운드를 공유한 포크록은 청년의 음악 문법으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풍미했다. 국내에서도 한대수, 송창식, 이장희 등이 포크록 노선을 따랐다.

비평가 그레일 마커스는 “그의 음악은 음악으로만 보면 안 된다. 그것은 대중음악의 정신 혁명과 관계한다. 그의 음악은 20세기 모더니즘의 가장 강렬한 분출이다. 이 점을 간과하면 왜 그의 음악과 앨범이 명작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기술했다. 그는 히트곡이 대중 가수의 전부가 아님을 말하는 산증인이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현재 맹위를 떨치는 상업 가요에 집착하는 것이 왜 부질없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의 음악은 하나의 현대 사상 저서나 같다. 마이클 잭슨이 음악을 영상처럼 보게 했다면, 밥 딜런은 음악을 책처럼 읽게 했다고 할까. 어쩌면 1960년대 이후 서구 대중음악은 밥 딜런에 대한 경배를 통해 힘과 품격을 늘렸는지도 모른다. 그가 내한 공연을 갖는다. 그것은 단지 한 명의 유명한 서구 아티스트를 보는 자리가 아니라 그가 등장하기 전에는 없었던 대중음악의 현실 파괴력과 정신사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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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진모(대중문화평론가)

학력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수상
2011년 제5회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
2006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

경력
2011.06~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공연심의위원
내외경제신문 기자

음악웹진 이즘(www.izm.co.kr)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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