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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노랫말을 시의 경지로 - 밥 딜런(Bob Dylan) <Highway 61 Revisited> (1965)

드디어’ 오는군요. 69세가 되어서야, 기력이 쇠하고 인기도 덜할 시점에 오지만 ‘그래도’ 밥 딜런입니다. 오는 3월 31일에 밥 딜런이 데뷔 48년 만에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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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는군요. 69세가 되어서야, 기력이 쇠하고 인기도 덜할 시점에 오지만 ‘그래도’ 밥 딜런입니다. 오는 3월 31일에 밥 딜런이 데뷔 48년 만에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갖습니다. 예매를 ‘광클’하는 사람들, 기획 기사를 준비하는 음악 기자들, 청취자&관계자를 막론하고 음악계가 간만에 분주합니다. 딜런의 최고 명반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겠죠? ‘포크록’의 시작, <Highway 61 Revisited>입니다.

밥 딜런(Bob Dylan) <Highway 61 Revisited> (1965)

한 손에는 노랫말의 혁명, 다른 한 손에는 포크록.

밥 딜런 이전에 사람들은 대중가요의 가사의 수준을 그때의 쾌락과 슬픔을 담는 정도로만 여겼다. 심각하거나 어려운 것은 노래에 맞지 않는 줄 알았다. 밥 딜런은 이처럼 순간의 감각에 영합하는 가사 풍토에 종지부를 찍고 팝송의 노랫말을 ‘하루살이’로부터 ‘성경’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록 평론가 데이브 마시(Dave Marsh)는 이 앨범을 밥 딜런의 앨범 가운데 최고라고 평하면서 “이 무렵 그의 영향력은 너무도 확산되어 정말 수천의 사람들이 그의 언어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65년 8월 딜런의 전성기 때 발표된 이 작품이 가지는 의의는 바로 데이브 마시가 지적한 언어 즉 가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딜런은 이 음반을 통해 ‘운율을 지닌 게티즈버그 연설’처럼 대중음악 분야에서 곡 만드는 사람의 두뇌를 자각시켰다. 작사자들은 보다 신중히 그리고 철학적으로 가사를 써야 했다.

딜런의 언어는 그야말로 철학이요, 사상이었다. 감상자의 가슴을 찌르는 통렬함을 지녔고 초현실적이었으며 이전의 대중가요에서는 목격할 수 없는 사고의 깊이를 간직했다. 정확한 해독이 어려울 만큼 의미가 다중적이고 복잡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가 인터뷰 때마다 가사를 쓴 배경을 모호하게 설명하여 판독의 어려움은 더 증폭되었다.

일례로 여기 수록된 「여왕 제인」(Queen Jane approximately)에서의 제인이 혹시 당시 연인 관계로 소문난 존 바에즈가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고 한 뉴욕 시민은 「폐허의 거리」(Desolation row)를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면 포상하겠다는 광고를 지하신문에 내기도 했다.

이 앨범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인 「깡마른 자의 노래」(Ballad of a thin man)의 유명한 한 구절 ‘여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요, 존슨 씨?’(Something is happening here. But you don't know what it is, do you Mr. Jones?)도 그렇다. 기성세대의 낡은 사고에 대한 비아냥으로 시위대 피켓의 슬로건이 된 이 대목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미스터 존스를 당시의 존슨 대통령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정작 딜런은 “당신은 그를 알고 있지만 그 이름으로는 아니다.”라고 언급, 특정인을 밝히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곡은 물론 65년 7월에 싱글로 발표되어 미국 차트 2위, 영국 차트 4위에 오른 그의 생애 최대 히트곡 「구르는 돌처럼」이다. 이 곡이 대중음악사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명곡으로 기록되는 이유는 포크가 아닌 록의 편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크의 영웅인 그가 통기타를 놔두고 일렉트릭 기타를 쥐었다는 것은 포크 팬들에게는 충격이자 일종의 배신이었다.

이 곡이 뜨기 직전인 5월 딜런은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했다가 분노한 관객들로부터 계란과 야유 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그는 일렉트릭 기타가 지배하는 록이야말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젊음의 영원한 청각 문법’임을 확신했다. 그것은 바로 밴드의 힘찬 사운드로 미국 땅을 공습해온 영국의 비트 그룹, 바로 비틀스와 애니멀스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했다.

밥 딜런은 71년에 이 무렵의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모든 사람이 그들이 어린 10대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래서 곧 시들해질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들이 지속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그들은 음악이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틀스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가 비틀스처럼 일렉트릭 기타를 치고 드럼을 울려 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 결과물이 「구르는 돌처럼」이었다. 딜런은 록의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 녹음 작업 시 의도적으로 작렬하는 드럼 사운드 곁에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버즈(Byrds)에게 그가 써준 기념비 작 「미스터 탬버린 맨」(Mr. tambourine man)과 함께 나중 이 곡은 모든 게 역사와 전설이 되었다. 평론가들은 포크와 록을 뒤섞은 이 ‘뉴 뮤직’을 ‘포크록’이라고 명명했다. 「구르는 돌처럼」은 이를테면 이후 70년대에 주요 음악 어법이 된 포크록의 개막 축포였다.

문제는 그가 통기타만 처분한 것이 아니라 초기의 저항성, 정치적 행동성을 폐기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실제로 「나의 뒷 페이지」(My back pages)라는 곡에서 ‘그땐 난 너무 늙어 있었지. 난 그때보다 지금 더 젊어 있지.’ 하며 스스로 자신의 행동성을 부정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의 스트레이트한 표현이 아닌 ‘내적 성찰에 의한 의식 혁명’을 주장하는 쪽을 택했다고 생각된다. 실은 일반 대중의 속단처럼 저항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구르는 돌처럼」과 「깡마른 자의 노래」는 느낌에 따라 초기 프로테스트 송보다 오히려 더욱 저항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연주는 나중 전설이 된 마이크 블룸필드(Mike Bloomfield)가 기타를 맡았으며 바비 그레그가 드럼을, 폴 그리핀이 피아노를, 러스 사바커스가 베이스를 맡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알 쿠퍼(Al Cooper)가 하몬드 오르간을 연주한 것도 이 곡이 남긴 유명 에피소드다.

타이틀에 사용된 하이웨이 61은 그의 고향인 미네소타 유리치의 북쪽에서 미네아폴리스, 세인트루이스, 멤피스를 거쳐 뉴올리언스까지 달리는 고속도로를 가리킨다. 어린 시절 꿈을 안겨준 이 도로를 내걸어 그는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를 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 과거는 무엇이었던가. 지금 하고 있는 포크 음악이 아니라 한때 그를 열광하게 했던 50년대의 로큰롤이었다. 그는 빌 헤일리의 「하루 종일 록을」(Rock around the clock)을 듣고 ‘바로 저거야!’라고 무릎을 쳤으며 음악 활동을 시작하면서 ‘엘비스보다 더 큰’(Bigger than Elvis) 가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록으로 가야 했다. 비틀스가 그 감추어진 욕구를 자극했다. 마침내 제대로 출발선을 잡은 밥 딜런의 ‘록 드라이브’는 숨 가쁘게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미네소타의 하이웨이 61만이 아닌 세계 곳곳의 도로를 달리며 록의 새로운 씨앗을 뿌렸다. 이제 딜런의 지구촌은 저항이 아닌 ‘록의 지구촌’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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