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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로빈훗>에 규현, 양요섭만 있다?
언제나 준비된 배우 박성환도 있다!
엠뮤지컬아트가 <잭더리퍼>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 <조로>에 이어 <로빈훗>에서도 지목한 박성환 씨. 이번 작품에서는 규현, 양요섭 씨와 함께 왕세자 필립 역을 맡았는데요. 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만나보시죠.
2015년의 시작과 함께 뮤지컬시장에서는 몇몇 굵직한 작품들이 잇따라 화려한 무대를 올렸습니다. 인기 고전을 깔고 유명 배우를 등에 업었으나 반응은 제각각. 공연장마다 실망과 안도, 또는 기대 이상의 환호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연초 그 대열에 합류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뮤지컬 <로빈훗>입니다. 지난 1월 23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소설과 영화, 만화 등으로 익숙한 영국 의적 로빈훗의 이야기를 독일에서 뮤지컬로 빚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이 한국식으로 버무렸습니다. 제작사 엠뮤지컬아트가 작품과 배우를 고르는 기준 또는 취향에 대해 생각하며 객석에 앉았는데, 역시나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객석 반응이 좋네요. 그리고 오늘 무대 뒤에서 만나볼 배우는 엠뮤지컬아트가 <잭더리퍼>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 <조로>에 이어 <로빈훗>에서도 지목한 박성환 씨. 이번 작품에서는 규현, 양요섭 씨와 함께 왕세자 필립 역을 맡았는데요. 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만나보시죠.
“뮤지컬을 보는 관점도 다양하잖아요. 개인의 취향도 있고, 시청각적인 느낌도 다르고. 그런데 저희는 감성적인 부분에 많이 호소했다고 생각해요. 외국의 홍길동, 어떻게 보면 정말 뻔한 얘기인데 지금 세태와 잘 맞물려서 울컥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남자들의 눈물은 좀 다르잖아요. 연습할 때 저희는 많이 행복했고, 그래서 작품도 잘 나온 것 같아요.”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초연이라 걱정도 많았을 텐데, 현장에서 접한 객석 반응은 상당히 좋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섞이면서 뮤지컬 넘버도 신선하고요.
“난해한 부분이 있어서 연습을 특별히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적응이 안 되기도 했고요. 소울, 록, R&B적인 면도 있고, 거기에 이성준 음악감독님이 직접 편곡하고 작곡한 곡들도 있어서 색다른 곡들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20대 이후로 몸을 움직이면서 밝은 노래를 하는 건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필립의 등장이 상당히 늦습니다. 무대 뒤에서 30분 정도 기다리려면 무척 힘들 것 같아요.
“정말 힘들어요. 워낙에 콜 시간도 빠른 데다 공연장에 일찍 오는 편이거든요. 목을 풀어놓으면 잠기고, 다시 풀어도 또 잠기고(웃음). 공연이 시작되면 연습실은 사용을 못하거든요. 다른 배우들은 파이팅해서 무대에 올라가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는 거죠. 첫 곡이 고음이라서 더 힘든데,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적응되겠죠.”
필립에 함께 캐스팅된 규현 씨와 양요섭 씨 모두 아이돌 출신 가수들인데, 사실 음반(그룹 S.N.A)내고 뮤지컬 무대까지 섭렵하는 행보는 박성환 씨가 먼저 걸어온 셈이죠(웃음)?
“먼저 하긴 했지만, 지금은 뮤지컬 배웁니다(웃음).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일이거든요. 그렇잖아도 규현이가 ‘예전에 하셨더라고요?’ 물어오더라고요(웃음). 슈퍼주니어가 먼저 데뷔했지만, 규현이는 활동을 안 했을 때거든요. 지금은 뮤지컬이 좋고. 글쎄요, 드라마나 사극에서 애절한 노래가 나오면 저기에 내 목소리가 입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 해요(웃음).”
가수 선배, 뮤지컬 선배로서 보기에 두 필립은 어떤가요?
“규현이랑은 <삼총사> 때, 요섭이와는 <조로> 때 이미 함께 작품을 해봤는데, 워낙 바쁜 친구들이지만 각자 준비를 잘 해오는 스타일이에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이번에도 각자 색깔을 갖고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섭이는 작고 앙증맞고 귀엽잖아요. 그런 포인트를 잘 살리죠. 규현이는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필립이에요. 예전에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을 해서 그런지 왕세자의 면모를 잘 살리는 것 같고요.”
필립의 경우 최근에 했던 배역들과는 성격이 좀 다르죠?
“사실 어떤 역할이든 다 달라요. 캐릭터도 다르고, 나라, 시대, 연령도 다른데, 그래도 한 사람이 연기하다 보면 어느 역할에나 박성환은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재밌으면서도 어렵고요. 예전에는 필립처럼 선한 역할만 하고 남성적인 역할을 많이 못해봐서 아쉬웠어요. 그런데 <잭더리퍼>에서 왕용범 연출님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됐죠. 비리와 약에 절어 있는 앤더슨 형사를 연기하게 됐고, 그 뒤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재밌더라고요. ‘이 캐릭터는 박성환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주는 게 통쾌해요. 심지어 전에 제가 연기한 걸 못 보셨던 분들은 ‘어떻게 필립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느냐’고 하거든요(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 행복하죠.”
실제 성격은 필립에 가깝나요?
“트리플 A예요. 배우들이 A형이 무척 많은데, 일상에서 상처받은 걸 무대에서 다 쏟아내나 봐요(웃음). 저는 좀 다혈질인 것 같아요. 가슴 아픈 걸 보면 저희 엄마보다 더 울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작품에 따라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고요. <잭더리퍼>에서 앤더슨을 연기할 때는 누가 말 걸면 귀찮았고, <조로>에서 라몬일 때는 대꾸도 안 했는데, 지금은 필립 덕분에 ‘왜? 하하하!’ 이렇게 됐어요. 그런데 필립이 한량이고 조금 철이 없는 것이지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유분방한 사람인 거죠. 아무튼 작품에 빠져 생활하니까 때마다 말투나 표정, 행동이 따라가는 것 같아요.”
주요 인물이 모두 남자라서 연습실 분위기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엠뮤지컬아트 작품에 많이 참여하는 배우들이라서 다들 익숙할 것 같긴 한데요.
“같이 작업을 많이 해왔던 분들이라서 어려웠던 점은 전혀 없었어요. 장난도 잘 받아주시고, 무척 화기애애하게 연습했어요. 또 다들 베테랑 선배님들이시고, 저희를 잘 아시니까 조언도 많이 주시고요.”
남성미 물씬 나는 작품들을 많이 하셨는데, 아직 타이틀 롤은 없습니다. 욕심이 생길만 한데요.
“욕심은 나죠. 하지만 제가 책임질 수 있을 때, 이끌어갈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겠죠. 실력뿐만 아니라 그 외적인 것도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선배님들 보면서 많이 배워요. 배우는 관리를 잘하고, 내면적인 깊이나 인간적인 면을 단단하게 하면 나이 들어서도 무대 위에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겠구나. 급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먹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에요.”
제작사의 성격이 있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왠지 비슷한 작품에 참여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어떤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나요?
“캐릭터가 겹친 적은 없었어요. 선배님이나 동료 배우들이 같이 작업을 해 와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마음을 조금 열면 모두 다른 작품이에요. 물론 주인공이 겹치는 면은 있지만, 어쨌든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한 번 맛을 들이니까 재밌더라고요. <조로>의 라몬은 완전한 악역이라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나중에는 그냥 되더라고요. 시각을 자꾸 바꾸고 싶어요.”
배우로서 묵묵하고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어떤 배우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을까요?
“언제나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떻게 저한테 기회가 올지 모르거든요. <잭더리퍼> 때 뒤늦게 합류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성남 공연이 끝나고 서울 공연으로 넘어올 때 사정이 생겨서 제가 예정보다 한 달이나 일찍 무대에 서게 됐어요. 만약 그때 느슨하게 연습했다면 절대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겠죠. 직접 경험한 일이라서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번 공연도 일정이 길어서 많이들 걱정해 주시는데, 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무래도 필립 역에 대한 매체의 관심이 규현 씨나 양요섭 씨에게 쏠리는 만큼 씁쓸한 마음이 들만도 한데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박성환 씨.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항상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기회가 오면 언제든 자신 있게 나설 수 있기에 이런 여유도 생기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성환 씨를 비롯해 엠뮤지컬 사단 배우들이 총동원된 뮤지컬 <로빈훗>은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와 귀에 감기는 노래, 무엇보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의 맞춤 팀워크로 3월 29일까지 서울 공연을 성공리에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로빈훗과 필립 역의 주연배우들은 물론이고 존 역의 서영주 씨가 펼치는 감초연기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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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