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윤하정의 공연 세상
가을바람 타고 내한하는 클래식 스타들
현란한 테크닉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화살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자칫 멋진 공연을 놓칠 수 있으니 미리 관람 계획을 세워보자. 지갑을 조금 더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것은 각오하고 말이다.
잘 만든 자동차를 타면 속도감이나 소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공연계에도 묵직하게 강한 것이 있으니 바로 클래식 부문이 아닐까 한다.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어느덧 객석을 꿰차고 있는 수많은 관객들. 때로는 기자보다 빠르게 자리를 예매한 관객들을 보면 감탄스러울 정도다. 해마다 팝스타보다 더 반짝이는 유명 뮤지션들이 내한하는 무대 역시 클래식인데, 이번 가을에도 쟁쟁한 연주가들과 거장 지휘자들이 국내 무대를 장악할 예정이다. 화살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자칫 멋진 공연을 놓칠 수 있으니 미리 관람 계획을 세워보자. 지갑을 조금 더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것은 각오하고 말이다.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가 음악 감독 겸 지휘를 맡고 있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와 함께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9월 23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24일에는 서울 노원 문화예술회관, 25일에는 경남 문화예술회관, 26일에는 김해 문화의전당, 그리고 2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과 교향곡 4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준비돼 있다.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럽문화상 신인 연주자상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협연한다.
이름부터 독특한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는 스위스 국경지대에 위치해 스위스 속의 작은 이탈리아로 불리는 호반의 도시 루가노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1935년 창단 이후 루가노와 로카르노, 아스코나 등의 지역 축제를 시작으로 주요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활약하고 있는데, 아시아 지역 투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상임 지휘를 맡은 블라미디므 아쉬케나지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로, 지휘자로도 다채로운 활동을 해왔다. 특히 19세기와 20세기 레퍼토리에 친밀감을 표하고 있다.
테츨라프 콰르텟 내한공연
4인조 실내악단 테츨라프 콰르텟(Tetzlaff Quartet)이 10월 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내한연주회를 마련한다. 테츨라프 콰르텟은 지난 2010년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로 화려한 첫 내한무대를 선사했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이끌고 있는 실내악단. 이번 공연에서는 하이든에게 헌정한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제15번,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가 담긴 베토벤의 위대한 후기 현악4중주 제15번, 독일 출신 외르그 비트만이 슈만의 피아노곡 ‘나비’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현악4중주 제3번(사냥4중주) 등 신구(新舊)를 조합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1994년 결성된 테츨라프 콰르텟은 개성 있고 독특한 해석의 현악 4중주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바이올린)와 그의 여동생 타냐(첼로), 엘리자베스 쿠퍼라스(바이올린), 한나 바인마이스터(비올라)가 구성원이며, 각자 솔로 커리어를 유지하다 비정기적으로 모여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예술 감독이면서 상임 지휘자인 유리 테미르카노프(Yuri Temirkanov)와 함께 내한한다. 이번 공연은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75세 생일과 함께 예술 감독 취임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 10월 9일과 1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에프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으로만 꾸며질 예정이다. 러시아 뮤지션들이 쏟아내는 그들의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또 9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10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에 나서는데, 각각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러시안 레퍼토리 연주에 있어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전문 관현악단으로, 188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왕립음악협회가 창립되면서 부설기관으로 발족됐다. 지난 2008년에는 음악 잡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월드 베스트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16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리스 얀손스 &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
라트비아 출신 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가 2003년부터 상임 지휘를 맡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우리나라를 찾는다. 오는 11월 18일과 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통속적 의미의 명곡이라고 할까? 18일에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로 포문을 열어, 후반부에는 라벨 관현악 편곡 버전으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준비하고 있다. 19일에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주앙’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얀손스의 감각적인 해석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현란한 테크닉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독일 뮌헨에 본거지를 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1949년 창단됐다. 창단 때부터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유능한 연주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단기간에 급성장했고, 특히 방송교향악단이라는 이점을 살려 대부분의 연주회를 실황으로 중계해 많은 애호가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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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