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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사>의 주종혁
라이언? 주종혁?? 그냥 무대에서 확인하세요!
뮤지컬 <아가사>가 올해 더 큰 무대에서, 더욱 섬세한 모습으로 공연될 예정입니다. 작품의 규모와 함께 극중 비중도 확대된 레이몬드 역의 주종혁 씨를 대학로 연습실 근처에서 만나 봤습니다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로, 모리스 르블랑이 괴도 루팡을 앞세워 각각 영어권과 프랑스어권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을 때 영국의 한 마을에서는 그들의 뒤를 이을 여류작가가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가사 크리스티. 재밌는 것은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이 홈즈와 루팡이라는 소설 속 인물보다 인지도가 낮은 반면, 아가사 크리스티는 스스로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죠. 추리소설만 84편을 출간하며 1967년 여성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 회장까지 맡았던 아가사. 그래서일까요? 아가사의 삶에는 그녀가 써내려간 수많은 작품보다 미스터리하게 증발된 11일이 있습니다. 30대 중반, 아가사는 돌연히 실종됐고 열하루 만에 발견됐는데요. 하지만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그녀는 이 사건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토해내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는 이 사건을 지난해 한국의 창작팀이 풀어보았죠? 바로 김수로 프로젝트 8탄 뮤지컬 <아가사>인데요. 뮤지컬 <아가사>가 올해 더 큰 무대에서, 더욱 섬세한 모습으로 공연될 예정입니다. 작품의 규모와 함께 극중 비중도 확대된 레이몬드 역의 주종혁 씨를 대학로 연습실 근처에서 만나 봤습니다.
“작품이 초연 때와 많이 바뀌었어요. 골격만 같지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넘어 오면서 그에 맞게 스케일도 커지고 이야기도 많이 추가됐거든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시고 아가사한테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믿게 될까봐 걱정이에요(웃음).”
뮤지컬 <아가사>는 2월 11일부터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됩니다. 공연을 2주 정도 앞둔 배우에게서 이런 걱정이 나오는 걸 보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겠죠(웃음)? 연습실 분위기도 미루어 짐작이 되는데요.
“그렇게 말하라고 교육받고 왔어요(웃음). 연습실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 저는 형들이랑 지내는 게 좋아요. 포기했나 봐요. 제대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군대에서도 2년 동안 남자들하고만 있었으니까 이제 제발 향수 냄새 좀 맡자 싶은데, 제대 후에 맡은 작품이 <빈센트 반 고흐> <비스티보이즈> 모두 남자들만 나오는 작품이었어요. <아가사>에서도 멋진 두 여성과 앙상블 친구들이 있지만 대부분 남자배우들이거든요. 그래서 연습 못지않게 열심히 족구 기술을 연마하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어요(웃음).”
김수로 씨의 영향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정말 자주 오세요. 정확하게 짚고 가시죠. ‘너희에게 돈을 주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웃음). 하지만 연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좋은 아이디어도 주시고, 연습실 분위기를 항상 업 시키고 가세요. 이제 곧 피자들고 오실 거예요(웃음).”
레이몬드는 아가사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녀 같은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소년탐정입니다. 레이몬드에 주종혁 씨는 물론 박한근, 정원영, 슈퍼주니어의 려욱 씨까지 캐스팅됐는데요. 그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쿼드러플은 처음이에요. 골프에서나 듣던 말인데(웃음). 그런데 4명 모두 색깔이 달라서 관객 입장에서는 무대마다 새로운 작품을 보시는 기분일 것 같아요. 레이몬드는 이 작품이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오면서 가장 비중이 커지고 진정성이 부각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트러블 메이커로서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죠. 그래서 저희들끼리 어떻게 하면 좀 더 쫄깃쫄깃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다들 동안인데 더 어려 보이려고 경쟁하고요(웃음).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 같아요.”
아직도 뮤지컬배우 주종혁보다는 그룹 파란의 라이언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 스스로는 뮤지컬 무대, 주종혁이라는 이름이 훨씬 편안해 보이네요.
“원래도 본명을 좋아해요. 가수활동 때문에 라이언으로 지냈지만, 주위에서도 제 외모나 분위기가 주종혁에 가깝다고 하고요. 지금은 뮤지컬 무대가 더 익숙하죠.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 새로운 영역에서 신인이라 생각하며 배웠고, 지금도 한창 배우고 있고요. 참 감사한 게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 무대인데, 저는 그 무대를 선물 받았잖아요. <빈센트 반 고흐>를 할 때까지만 해도 무조건 열심히, 성실함으로 밀고 갔는데, 이제는 조금 더 알고 하는 느낌이라 재밌는 것 같아요.”
그 재미라는 게 뭘까요? 가수로서 활동할 때와는 많이 다른 건가요?
“보통 가수들은 3~4분 사이 한 노래에 기승전결을 모두 표현해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적인 제약이 있거든요. 뮤지컬은 스토리가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매력인 것 같아요. 노래가 연기의 연장이라는 게 정말 재밌어요. 가수로서 노래를 부를 때는 그 상황을 상상하며 부를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뮤지컬 무대에서는 실제 그 상황 속에서 노래하는 거라서 완전히 다르죠.”
음반작업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을 텐데요. 앨범 계획은 없나요?
“네, 개인적인 앨범보다는 이번 작품 OST가 기대돼요. 그리고 저는 사실 배우로서 욕심이 많거든요. 가수활동 할 때도 드라마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20대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면 30대에는 인정받고 잘 할 수 있는 길을 완성해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로서, 배우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안이지만 데뷔한 지 10년이나 됐잖아요
제대 이후 분명히 뮤지컬 무대에서는 좀 더 존재감이 짙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후 공연이나 드라마 계획이 있나요?
“일일드라마 ‘달려야 장미’에 참여하게 됐고요. 지금 촬영에 들어가서 <아가사>가 공연될 때는 TV에서도 얼굴을 비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도 준비하고 있고, 뮤지컬도 얘기되고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아마 올해는 배우로서 계속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들쭉날쭉 활동하고, 그래서 ‘대체 뭐하는 친구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냥 공연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30대에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배우를 인터뷰하기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문득 <아가사> 연습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니, 주종혁 씨 인생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인생은 참 알 수 없죠? 연출을 공부하던 학생이 가수가 됐고, 노래를 부르던 청년이 이제는 배우로 무대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의 말처럼 20대에 많은 도전을 하면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깨닫고, 30대에는 가장 잘 맞는 길을 찾아 좀 더 멋지게 걸어가면 되는 것이겠죠. 그 많은 도전과 시행착오, 현장에서 배운 10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주종혁 씨는 이렇게 밝고 자신감 넘치나 봅니다. 그와 또 다른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게 만들어낼 뮤지컬 <아가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2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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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