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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 그 절반의 게임

영화 <헝거게임 : 모킹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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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으로 점화된 시리즈는 2013년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로 이어졌다.

2012년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으로 점화된 시리즈는 2013년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로 이어졌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수잔 콜린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시리즈의 종결판 <헝거게임 : 모킹제이>는 2개의 파트로 제작되어 각각 2014년, 2015년 연이어 개봉할 예정이다. 사실 2012년 시작된 프랜차이즈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북미에서의 엄청난 성공에 비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3번째로 개봉되는 <헝거게임 : 모킹제이>는 전작들과 달리 꽤 주목받으면서 개봉되었다.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의 입지가 달라졌고, 케이블 TV를 통해 <헝거게임>을 본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무협 사극 같은 포스터 이미지와 달리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색다른 블록버스터라는 것도 알려졌다.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평가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헝거게임 : 모킹제이>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에 있다. 서바이벌은 끝났다. 이제 영웅의 탄생과 그 성장이라는 판타지만 오롯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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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구성으로만 보자면 게리 로스 감독의 <판엠의 불꽃>은 일종의 전초전이었다. 가족들을 위해 헝거게임에 나선 소녀 캣니스가 기지를 펼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일본영화 <배틀로얄>의 표절시비가 있었고, 감독이 원작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것 같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블록버스터의 틀 속에 미디어의 광폭함과 서바이벌 게임의 잔혹함을 잘 그려낸 오락영화였다. 프랜시스 로렌스로 감독이 바뀐 2편 <켓칭 파이어>는 전작에 비해 감독이 원작의 무게를 덜어내고, 자유로워 보이는 작품이었다. 1편에서 무리 없이 이어지고,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종의 브리지 역할로 충실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영웅이 된 캣니스와 다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역대 우승자들의 대결을 그렸다.

 

세 번째 이야기이자, 최종회의 첫 번째 파트인 <헝거게임 : 모킹제이>는 죽음의 헝거게임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상의 게임에서 벗어난 영화 속 현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새로운 판을 벌어야 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를 위해 줄리앤 무어를 불러들인다. 줄리앤 무어는 13구역의 대통령 알마 코인이 되어 캐피톨의 지배를 받는 12개 구역의 민중을 결집시킬 수 있는 ‘모킹제이’로 캣니스를 지목한다. 줄리앤 무어라는 존재감은 영화에서 꽤 묵직하다. 가족을 위해 죽음의 게임에 나섰던 캣니스는 이제 캐피톨에 남겨진 연인 피타와 억압에 괴로워하는 민중들을 위해 혁명의 불을 지필 모킹제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가상의 게임에서 벗어나 디스토피아의 현실로 돌아온 캣니스가 맞서야 할 대상과의 전쟁은 파트 2로 양보했지만, 소녀에서 영웅으로, 혁명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캣니스의 성장은 무리 없이 극 속에 녹아들어 있다. 게임의 룰을 통해 사회의 지배구조와 그 속에서 짓밟힌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던 영화의 메시지는 이번에도 강하게 담겨있다. 영웅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 영웅으로 거듭나는 여전사의 이야기는 고루한 듯 하면서도 꽤 매력적인 힘을 가진다. 최초 동생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된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에서 반군을 대표하는 모킹제이가 되면서, 캣니스의 역할이 가족이 아닌 인류를 향하게 되었다. 캣니스는 거침없이 영웅의 자리를 꿰차지는 않는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너무 큰 책임을 진 캣니스가 가질 수밖에 없는 심리적 불안감과 갈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풍성해졌지만,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은 조금 아쉬움을 가질 것 같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여전히 캣니스로 등장하는 제니퍼 로렌스는 그렇게 내면의 성장을 겪는 캣니스를 그려낸다.

 

앞서 말한 것처럼 <헝거게임 : 모킹제이>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선 두 편의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작 혁명의 이야기는 2015년 개봉할 파트 2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킹제이>는 사실 뭉텅 반 토막이 잘려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속편이 기획된 영화라 할지라도, 파트 원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조금 세밀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캣니스를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렘과 더 이상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겠지만 말이다.

 

굿바이, 필립

 

<헝거게임 : 모킹제이>가 특별한 의미는 또 있다. 지난 2월 갑자기 사망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공식적인 유작으로 남았다. 파트 2까지 그의 출연분량은 거의 다 완성했다고 한다. 몇 씬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제작진은 그를 위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하니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팬들은 <헝거게임>을 통해 그가 떠난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1997년 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츠> 이후 1998년 조엘 코엔의 <위대한 레보스키>, 1999년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등 역사적인 작품 속에서 줄리앤 무어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건 그가 살이 쪘다거나 창백한 금발의 배우라서가 아니다. 늘 졸리고 게을러 보이지만, 어떤 영화 속에서건 그는 제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게을리 하진 않았다. 그의 존재감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베넷 밀러 감독의 <카포티>에서 였다. 깡마르고 신경병적이었던 실존인물 트루먼 카포티 역할을 맡았다고 할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거절한다면 영화 제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베넷 밀러 감독의 선택은 훌륭했다. 필립의 인생에서 가장 마른 상태(88kg)로 출연한 <카포티>는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25년 동안 50편이 넘는 영화(목소리 출연 포함)에 출연한 부지런함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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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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