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여행, 닭갈비 막국수 빠지면 서운하죠
서울 맛과 다른 전통 닭갈비와 막국수 레일바이크, 전통시장도 즐겨 보자
춘천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 단연 닭갈비가 아닐까?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도 배가 따뜻해야 더욱 듣기 좋은 법이다.
*1편 ‘김유정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동백, 봄봄을 만나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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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다녀온 ‘책 속 그곳’ 세 번째 장소는 강원도 춘천. 서울에서도 가깝게 다녀올 수 있는 춘천은 지난 2009년, 춘천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하철까지 연결되면서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 춘천 여행을 갔다 오면 너도 나도 질문한다. “어디 닭갈비집 갔어?” “서울이랑 확실히 다르디?” 과연, 서울의 맛과 달랐을까?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로 불렸던 닭갈비
올해 ‘춘천 닭갈비 막국수축제’는 오는 9월 23일부터 6일간 춘천역 앞 행사장에서 열린다. 5월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김유정문학제와 함께 세월호 참사의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9월로 연기됐다. ‘2014 춘천 닭갈비 막국수 축제’에서는 막국수 빨리 먹기, 100인분의 닭갈비, 막국수 무료 시식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닭갈비와 막국수는 어떻게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을까? 닭갈비의 역사는 1960년대 말, 선술집 막걸리 판에서 숯불로 굽는 술안주 대용으로 개발됐다. 이후 값이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어 휴가 나온 군인들이나 학생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춘천에서 닭갈비가 발달한 배경은 춘천지역이 양축업이 성했고 도계장이 많았기 때문. 닭갈비는 현재 1인분에 1만 원 정도지만, 1970년대 초 닭갈비 1대 값은 100원이었고,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로 불리기도 했다.
춘천, 가평 여행을 떠나면 반드시 먹고 온다는 닭갈비. 서울에도 많은 지점이 있지만, 춘천에서 먹는 맛과는 비견할 바가 아니다. 닭갈비를 먹고 난 후 양념에 비벼 먹는 볶음밥이 필수가 아니라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숯불 닭갈비를 먹어 보는 걸 추천한다. 소양댐 근처에 자리한 ‘농가 숯불 닭갈비’는 철판 닭갈비에 비해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1960년대 닭갈비 맛을 내는 곳으로 소문이 나 주말에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춘천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철판 닭갈비집으로 학곡리 닭갈비, 후평동 우성닭갈비 등이 있다.
춘천에서 즐기는 전통 막국수의 맛
닭갈비를 먹고 후식으로도 먹지만, 푸짐한 막국수 한 그릇은 끼니를 때우기도 좋은 음식. 막국수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복잡한 조리 과정 없이 만들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막국수는 메밀의 겉껍질만 벗겨낸 거친 메밀가루를 굵게 뽑아 거무스름한 빛깔을 낸다. 뽑아낸 면에 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거나, 야채와 양념을 버무려 먹는다.
서울에서 먹는 막국수는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지만, 춘천 토박이들이 손에 꼽는 전통 막국수는 단 맛이 강하지 않다. 춘천시 근화동에 위치한 ‘남촌 막국수’는 40년째 한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기와 김치가 고명으로 올라가고 육수를 직접 부어서 먹는다. 달콤한 맛을 위해 식초와 설탕, 겨자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먹는 손님들도 많다. 곁들어 먹을 수 있는 감자전, 빈대떡도 인기가 좋다. 춘천 토박이들이 즐겨 가는 또 다른 막국수집은 ‘유포리 막국수’. 춘천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신북읍 유포리에 자리했지만,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많다. 춘천 3대 막국수 맛집으로 손꼽히는 ‘유포리 막국수’는 면수와 동치미 육수를 따로 제공한다. 막국수에 동치미를 하나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동치미 맛 때문에 찾아오는 단골들이 상당하다.
레일바이크, 풍물시장도 색다른 재미
춘천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북한강변의 옛 경춘선 철로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를 타보는 것도 좋은 방법. 커플, 가족 단위로 함께 탈 수 있는 레일바이크는 김유정역, 강촌역, 경강역 등 총 3코스가 있다. 2인승은 25,000원, 4인승은 35,000원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발역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춘천 레일바이크는 오는 9월까지, 가평까지 700m를 연장할 예정이다.
레일바이크와 춘천 풍물시장
강원도의 5일장이 궁금하다면, 춘천 풍물시장을 찾아보자. 풍물시장은 남춘천역 부근 온의동에서 2일과 7일이 들어간 날에 열린다. 장을 보다 출출하다면 다양한 군것질을 즐길 수 있다. 살짝 기름칠만 해서 담백한 옛날호떡, 금방 튀겨낸 도너츠, 메밀부침, 즉석에서 만드는 각종 떡이 일품이다. 맛집으로는 족발구이로 유명한 ‘풍물생고기’, 감자옹심이 메밀칼국수가 이색적인 ‘만두맛집’ 등이 인기다. 풍물시장이 열리지 않는 날에는 ‘춘천 중앙시장’에서 새 옷을 입은 ‘춘천 낭만시장’을 들리는 것도 좋은 방법. 춘천 낭만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춘천 도심에 들어선 이 지역 최초의 시장이다. 춘천시 죽림동에 위치해 있으며, 춘천의 명물 ‘명동 닭갈비 골목’이 근방에 있어 식도락을 즐기기에도 좋다.
커피 마니아라면 춘천에서 꼭 들리는 카페가 하나 있다. 1968년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 ‘이디오피아집(벳)’. 한국에 원두커피라는 것이 생소할 무렵, 대학생들의 입소문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갖게 됐다.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이디오피아 커피만 1,260잔이 팔린 전설이 있다. 근화동 이디오피아길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춘천 이디오피아길 세계커피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춘천고등학교 정문에 자리한 다방을 개조해 카페로 만든 ‘조선커피’도 춘천 토박이들의 아지트. 과거 시인, 작가 등 문인들이 즐겨 찾던 카페다. 오래된 풍금을 비롯해 고서, 낡은 쇼파들이 지나간 세월을 짐작하게 만든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전통찻집에서 휴식을 취하자. 유포리에 위치한 전통카페 ‘차 마실 산’은 도예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주인의 솜씨가 오롯이 담겨 있다. 카페는 오전 10시에 열고 해 질 무렵 문을 닫는다. 발효차, 국화차, 감잎차를 비롯해 각종 유기농 음료와 연잎밥, 수제로 만든 양갱은 단골들의 발길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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