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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난쟁이 축구 요정, 산티 카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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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동료들마저 어느 발이 주발인지 모르는 완벽한 양발잡이, 양쪽 측면과 중앙 플레이메이커, 딥라잉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 환상적인 킥력과 빠르고 정확한 패스, 힘과 스피드는 부족하지만 테크닉과 순발력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테크니션. 좀더 설명이 필요한가? 한 마디로, 스페인 라 리가 인간계 최고의 미드필더.

“세상에서 너가 제일 예뻐.”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뻔한 거짓말을 하고, 여자는 남자친구의 거짓말을 기분좋게 들어준다. 한 마디의 거짓말로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시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이 말이 거짓말이라면, 그럼 대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누구일까? 예쁜 사람들의 이름은 끊임없이 댈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중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잘 모르겠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누가 정한 것인가? 역시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너가 제일 예뻐”는 거짓말이지만, 동시에 거짓말이 아니기도 하다. 수십억의 낯선 사람들 중에 ‘연애’라는 이름으로 나와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는 단 한 사람, 어떤 모습이든 나의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같은 맥락으로, 내 눈에는 아스날이 제일 예쁘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축구 선수의 완성은 아스날 유니폼 아니었던가. 물론 그 안에서도 정말 예쁜 사람은 늘 따로 있다. 맨 처음, 나를 아스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티에리 앙리. 2007년에 그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후, 내 마음의 빈 자리를 차지한 이는 ‘소년 가장’ 세스크 파브레가스. 2011년, 공교롭게도 세스크 역시 앙리처럼 바르셀로나로 가기 위해 아스날을 떠났다. 많은 애정을 쏟은 선수가 아스날을 떠나 다른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그 자체 만으로 참 고통스럽다. 다들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결국 내 가슴에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선수들을 좋아하되 정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1년 뒤,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이는 선수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산티 카솔라.

[출처: Arsenal Season Review 2012-13] 

2012년 여름, 아스날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팀의 주장인 로빈 반 페르시의 재계약 여부였다. 그의 계약 기간은 1년이 남아 있었고, 재계약을 하고 아스날에 더 오래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당장 혹은 1년 후에 팀을 떠날 것인가. 연일 누가 떠난다 안떠난다 하는 짜증나는 소식들만 들려오던 중, 답답함을 풀어줄 반가운 영입설이 불거졌다.

말라가의 구단주 셰익 압둘라 벤 나세르 알 타니는 클럽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팀의 핵심 선수들을 파는 것을 고려중. 론돈, 몬레알, 산티 카솔라가 그 명단에서 올라있음. 특히, 카솔라는 계속되는 임금 체불에 지쳤고 즉시 떠나고 싶어함. 토튼햄이 루카 모드리치의 대체자로 그를 원하며 논의가 잘 진행중. 카솔라는 아스날로부터도 이적 제의를 받음. (엘 컨피덴셜, 12.07.20)

산티 카솔라의 에이전트는 아스날과 이적을 놓고 대화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제의는 없었지만 이적료 €20m의 계약이 될 것. (아스, 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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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로 트래핑, 왼발로 볼 컨트롤, 오른발로 패스, 오른발로 트래핑, 왼발로 패스)
[출처: 스카이스포츠] 

산티아고 카솔라 곤잘레스(Santiago Cazorla Gonzalez). 1984년생 미드필더, 키 168cm, 국적 스페인. 여기까지 들으면 그저 ‘키 작은 선수구나’ 정도로 상상할 지 모른다. 좀더 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팀 동료들마저 어느 발이 주발인지 모르는 완벽한 양발잡이, 양쪽 측면과 중앙 플레이메이커, 딥라잉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 환상적인 킥력과 빠르고 정확한 패스, 힘과 스피드는 부족하지만 테크닉과 순발력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테크니션. 좀더 설명이 필요한가? 한 마디로, 스페인 라 리가 인간계 최고의 미드필더. (우스갯소리로 스페인 라 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두고 ‘신계’라고 부르고 나머지 팀들을 ‘인간계’라고 부른다.)

산티 카솔라는 지금까지 비야레알, 레크레아티보, 말라가를 거치면서 유명한 팀에 속해있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 전례없이 월드컵과 유로를 동시에 석권했던 역대급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주전 선수였다. 말 그대로 정말로 축구 잘하는 선수. 이런 그가 아스날로 온다니,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7월 23일, 기자회견이 열렸고 기자들은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카솔라 루머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벵거는 능글맞게도 “난 그를 모른다!(I don't know this guy!)” 며 웃어보였다. 이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벵거의 뻔뻔함을 이야기할때 자주 인용된다. 나도 아는 카솔라를 벵거가 모를 리가 있나. 이런 어설픈 부정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더욱 키우기만 했다.

[출처: 가디언] 

산티 카솔라는 이번 여름 말라가를 떠나 아스날로 이적하기 위한 개인 협상에 합의함. 아르센 벵거는 카솔라와 사인하고 싶어하고 €20m의 이적료에 계약이 성사되길 바라고 있음. 말라가의 첫 반응은 카솔라의 바이아웃 금액인 €45m을 요구했으나 재정적인 상황 때문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 말라가가 7월 31일까지 채무를 청산하지 않으면,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고 UEFA 라이센스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잃음. (가디언, 12.07.24)

말라가 입장에서는 참 쓰디쓴 상황이었다. 빚을 청산하기 위해 팀의 핵심 선수를 팔아야한다니. 중동 구단주를 뒀으면서 왜 빚을 지고 갚지 못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에게 중요한 것은 카솔라가 아스날로 올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 그리고 가디언지의 내용에 따르면 아스날과 개인 협상도 완료되었다는 점. 말라가로서는 기한 내에 갚아야 할 돈이 있었으므로 일반적인 상황과 반대로 구매자인 아스날이 갑, 판매자인 말라가가 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루하루, 시시각각 말라가와 카솔라의 거취를 둘러싼 인터뷰와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7월 24일, 말라가 관계자 “카솔라는 판매 불가이다. 우리는 기자 회견에서 루머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그의 이적 논의 자체가 우리의 계획에 없다.” (스카이스포츠)

7월 25일, 아르센 벵거 “우리는 카솔라와 사인하는데 가깝지 않다. 여전히 이 건을 진행중이다.” (AFP)

7월 26일, 마누엘 페예그리니(말라가 감독) “카솔라를 €20m에 파는 것은 거저 주는 것이다. 클럽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거나 그를 팔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스)

7월 27일, 산티 카솔라의 에이전트는 아스날 행을 마무리 짓기 위하여 어제 말라가 측과 대화를 나눔. (타임즈)

7월 28일, 아스날은 말라가의 산티 카솔라 영입을 위한 16m 파운드 비드를 함. 아르센 벵거는 작년 여름부터 카솔라를 지켜봐왔지만, 비싼 가격표에 좌절했었음. 벵거는 측면과 중앙에서 전천후로 뛸 수 있는 그의 가치를 알고 있음. 카솔라는 아스날과 개인 협상에서 합의한 상태이며, 말라가의 채무 상황으로 인해 이적이 가까워짐. (가디언)

7월 29일, 말라가가 매각되든 매각되지 않든 카솔라의 이적으로 얻게되는 돈으로 클럽은 당장 갚아야할 빚을 해결할 수 있음. 아스날과의 신속한 합의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말라가는 강등을 면할 수 있음. 카솔라에 비드한 것은 아스날이 유일하며 그가 특별히 아스날을 선호하지는 않음. 오히려 친구인 실바가 있는 맨시티를 선호함. 몇 시간 내로 미래가 결정될 것. (말라가호이)

7월 30일, 산티 카솔라는 아스날로 이적할 것으로 보임. €20m의 딜이 오늘 안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됨. 말라가의 매각 여부에 관계없이 카솔라를 파는 것은 거의 확실함. (말라가호이)

7월 31일, 아스날과 말라가 사이의 논의는 몇 시간동안 진척이 있었으나 결론은 나지 않음. 말라가는 이적료에 추가 옵션을 붙이고 싶어하고, 아스날이 제의한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함. 논의는 계속될 것이고 합의에 매우 가까움. 분명한 점은 카솔라는 확실히 떠남. (diariosur)

8월 1일, 카솔라의 이적은 결정되었고 그의 아스날 행은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임. 두 클럽간의 논의는 이미 어느정도 합의 되었고 언제든 말라가가 계약을 승낙할 수 있음. 아스날은 선수와 에이전트 양쪽을 설득한 상태임. 이틀동안 클럽간의 두 번의 미팅은 카솔라의 이적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음. 말라가는 다른 팀으로부터 더 좋은 오퍼를 기다리기 어렵고, 카솔라도 아스날 이외에 다른 곳으로의 이적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 (diariosur)

8월 2일, 산티 카솔라는 이번 주에 아스날에서 메디컬을 받을 예정. (BBC)

[출처: 트위터 @UnJequeEnSuVida] 

점점 달아오르는 마음에 기름을 붓는 공항 사진까지 떴다. 온다, 온다, 카솔라가 온다. 일반적으로 어느 선수든 이적설이 불거지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공항 사진’이다. 누가 어느 공항에 나타났다며 이적설에 미끼를 던지지만 대부분 한참 과거의 사진이거나 흐릿하게 찍혀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거짓 사진으로 사람들을 낚는다. 하지만, 카솔라의 공항 사진은 이미 ‘진리의 BBC’에서 카솔라의 아스날 메디컬 테스트를 보도한 이후라 사실로 보였다.

또한, 이번 카솔라의 이적 건에서 관심을 모은 부분은 이적료였다. 실제로 체결된 이적료는 처음에 보도되었던 €20m이 아니라 €15m(12m 파운드)이라는 것이었다. 말라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했고 이적료를 일시불로 받길 원했다. 이에 따라, 선수의 성과에 따라 이적료가 추가로 붙을 수는 있지만, 예상보다 낮은 이적료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 가격이 얼마나 싼 가격이냐면, 카솔라 4명을 사고도 첼시가 페르난도 토레스를 산 가격(50m 파운드)보다 싸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스페인 대표팀 출신. 물론, 나는 토레스 4명을 줘도 카솔라 1명과 바꾸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출처: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그리하여, 산티 카솔라는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었다. 말라가의 돈이 말라가고 있던(?) 덕택에 최종적으로 헐값에 합의할 수 있었지만, 나름대로 쉽지만은 않았던 17일간의 줄다리기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의문은 그가 얼마나 잉글랜드에서 그리고 아스날에서 잘 적응하고 잘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페인에서 뛰던 선수가 잉글랜드로 넘어오면 훨씬 빠른 템포와 피지컬적인 도전 때문에 으레 적응 기간을 필요로 했다. 당장 활약이 절실한 아스날로서는 카솔라의 적응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카솔라는 단숨에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주고 때로는 마무리지으며 세스크 이적 이후 팀에서 사라졌던 '플레이메이커'로 만점 활약을 해줬다. 그동안 카솔라 없이 어떻게 아스날이 돌아갔었는지 잘 상상이 안될 정도. 이후, 윌셔와 로시츠키가 중앙에 배치되면서 카솔라는 자연스럽게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바뀐 포지션에 관계없이 중앙과 측면을 모두 오가며 미드필드를 조율했다. 그것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졌고, 오른쪽 측면에서 월콧이 침투한다면, 왼쪽 측면에서는 카솔라가 중앙을 오가며 균형을 잡아줬다.

잭 윌셔 : “그(카솔라)는 다른 수준의 선수로 함께 뛰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그는 절대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 한 번은 3명의 선수들이 볼을 뺏기 위해 그를 에워싼 적이 있는데 그는 드리블로 가볍게 빠져나왔다. 그의 기술을 좀 배우기 위해 그 장면을 다시 봐야할 것 같다. 세스크와는 다른 타입의 선수이다. 세스크는 좀더 패서이고, 산티는 볼을 잡고 상대를 제칠 수 있다. 또한, 좋은 슈팅도 지니고 있다.”

[출처: 아스날 플레이어] 

그러나 나에게 카솔라가 특별했던 것은 단지 축구 실력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른 선수들과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조금 오글거리게 표현하자면,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라고 해야할까. 동네 아저씨같은 순박한(?) 얼굴에 늘 장난끼있는 웃음을 머금은 카솔라 특유의 표정이 참 좋았다. 그동안 아스날에는 여러 종류의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이런 순수한 느낌의 아저씨는 처음인 것 같다. 정말 축구가 좋아서 하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랄까.

산티 카솔라 : “나는 웃는 것이 좋다. 경기장 안팎으로 나는 행복을 가져오려고 한다. 어떻게 즐거움 없이 축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비야레알의 호나우딩요였다는데? 그만큼 못 생기고, 웃기고, 축구를 잘해서)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 웃긴 것은 맞다. 나는 많이 웃는데 아마도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하지만, 그(호나우딩요)처럼 축구를 잘하지는 못한다.”

“(영어 실력이 늘었나?) 조금씩 늘고있다. 수업을 듣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말할 때 실수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보다는 낫다.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면 그저 ‘yes’라고만 대답하고 웃곤 했다. 가끔 모르는 것이 있어도 그냥 ‘yes’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클럽 사람들이 내게 ‘산티, 나와 커피 마시기로 해놓고 어제 안나왔잖아. 어디 있었어?’ 라고 묻곤 했다. 덕분에 ‘sorry’라는 말을 배웠다!” “(페페 레이나가 당신을 Paquirrin(비만) 이라 부른다는데) 그건 예전 일이다. 이제는 Enano(난쟁이)라고 불린다. Paquirrin은 비야레알 시절이었다. 내가 잘할 때 관중들이 ‘Paquirrin!’이라고 외치곤 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은 좀더 몸이 좋아졌다!”


[출처: 아스날 플레이어] 

축구계의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떠올려보자. 온몸이 근육질이고 항상 운동으로 단련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런 이미지가 나에게는 이상적인 축구 선수였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선수들이 좀더 강인해지고 상대와 싸워서 이길 준비가 되길 바랬는데, 카솔라의 등장은 나에게 일종의 문화 충격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약간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있을법한 성격 좋은 친구 같기도 하고. 그런데 피치 위에만 올라가면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반전의 매력. 이런 친근감 넘치는 축구 스타라니. 꽤 괜찮다.

호안 카프데빌라 : “그와 함께 뛰어봤던 사람이라면 잉글랜드의 모든 사람들이 그와 사랑에 빠질 것을 알고 있었다.”

카를로스 마르체나 : “그는 정말 훌륭한 팀 동료다. 드레싱 룸에서 그는 그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다. 대신에 항상 웃고있고, 누군가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 “자신이 모든 능력들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부진하기 마련인데, 산티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솔직하고, 순수하며, 매우 성숙하고, 겸손했다. 그에게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뭔가를 말하면 그는 전부 듣고 받아들인다. 그가 지닌 최고의 덕목은 축구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경기를 본다. 그는 스스로를 낮추고, 남들에게 귀 기울이는 동시에 승리하고 싶어한다.”

이번 <아스날과 연애중>을 쓰기 위해 카솔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으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그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의 하는 말은 한결같이 카솔라를 향한 칭찬 릴레이였다는 것이다. 그의 축구선수로서의 능력에 대해,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성품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아스날의 센터백 페어 메르테사커는 카솔라에 대한 평가를 한 줄로 정리했다. ‘완벽한 축구 선수’라고 말이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선수로 만드는 것일까? 내가 발견한 차이점은 축구에 대한 사랑이었다. 카솔라는 축구 그 자체를 정말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그 즐거움을 주변 사람들까지 물들게해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카솔라는 경기에서 골을 넣고 팀 동료들과 얼싸안으며 즐거워할 뿐만이 아니라, 또 한 명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 기쁨을 함께 나눈다.

[출처: 스카이스포츠] 

산티 카솔라 : “(팔목에 키스) 나는 항상 그 세레머니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 골을 아들에게 바치기 때문이다. 내 팔을 보면 타투가 있는데 그를 위한 것이다. 내가 세레머니를 하지 않으면 아들은 내게 화를 낸다.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언제나 골을 그에게 바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므로, 내가 하는 모든 것에서 일부를 그에게 바친다.”

이런 카솔라를 보면서 나는 반성한다. 언젠가부터 승리와 패배로 나눠지는 승부에만 집착해서, 가장 근본적인 축구 자체가 전해주는 즐거움을 잊고 지내지는 않았나. 스스로 아스날과 ‘연애중’이라고 말하면서 어느새 사랑은 제쳐두고 사실상 당장의 성적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나. 요즘, 아스날의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하다. 연이은 대패와 무승부로 우승권에서 멀어진지는 오래고, 어느새 4위 경쟁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에버튼에 또다시 대패를 당하면서 자력 4위는 불가능해졌고,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지 못할 상황에 처했으며, 아르센 벵거 감독과의 재계약에 반대하며 그가 감독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팀이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수년째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나도 새 감독이 나타나야 할 시기라고 느낀다. 잘 나가던 과거를 언제까지 오늘의 변명으로 삼을 것인가.

축구에서 성적은 당연히 중요하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로 얻게 되는 실리도 중요하고, 자존심도 중요하고,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순간의 상실감도 공감한다. 이런 날은 즐거울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경기 결과에 거친 말을 뱉고, 감정을 토해내며, 아스날로 상한 감정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해 타인의 의견을 비방하고 비웃으면서 풀어내는 일들이 주변에 눈에 띄고 있다. 혹시 우리의 팬질이 결국 아스날을 향한 사랑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잊고 있지는 않았나. 아스날을 비판하는 것도 옳고, 아스날을 옹호하는 것도 옳다. 그러나 자신의 옳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타인의 감정을 경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신이 옳으면 얼마나 옳은가? 남들보다 축구를 조금 오래봤다고, 조금 더 안다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과시하며 우월감을 표출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부끄러움을 깨닫길 바란다.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사랑에는 위, 아래가 없다.

다시, 아스날이다. 벵거가 있든 없든,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든 못하든, 사랑하는 아스날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므로 나도, 당신도, 우리가 처음 아스날에 빠져들던 따끈따끈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패배는 쓰라리다. 답답함에 화가 나고, 비판도 하고, 실망도 한다. 그러나 가장 밑에 깔려있는 사랑까지 놓치지는 말자.

[출처: 아스날 플레이어] 

아무리 달달한 연애도 항상 달콤하지만은 않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세상에서 제일 예뻐보였던 그녀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갈등과 다툼을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주변에 흔한 평범한 여자로 보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이 연애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기도 하고,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한다. 물론, 정답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랑이 있다면 분명히 그곳 어딘가에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웃을 수 있다. 나에게 이것을 알려준 사람이 산티 카솔라다.

그러므로 나도 그를 따라 조금 더 웃어보려고 한다. 지금의 안타까운 날들을 모두 뒤덮을 즐거운 날들이 곧 찾아올 것을 믿으면서. 혹시 모르는 일이다. 언젠가 찾아올 영광의 순간에 카솔라가 직접 골로써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

산티 카솔라 : “(왜 그렇게 많이 웃나요?) 왜냐하면 나는 늘 행복하니까요.”
교정 : @yesd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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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hungarida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주변에 흔한 보통의 서울 남자. 아스날과 12년째 연애중. 트위터 아스날 가십(@AFC_Gossip)에서 아스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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