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최민석의 영사기(映思記)
당연한 메시지가 이토록 반가운 세상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하는 인간에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죽음에 관한 영화다. 물론, 영화 속에선 누구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기본전제가 바로 ‘인간은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고 여긴다.
언젠가는 가장 뻔한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30년이 됐건, 100년이 됐건, 우린 모두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삶의 하루치 경험이 쌓였다는 건, 달리말해 죽음에 하루치만큼 다가섰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나도 1분 어치 죽었다. 즉, 내 삶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유통기한이 있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고, 가장 싱싱하게 유통될 수 있는 유한성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고, 그 청춘은 누구에게나 지나간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육체적으로 청춘이 지났다. 심리적으로는 이제 청춘의 끝자락에 다다라 있다. 그렇기에 예전에 비해 시간에 대해 더욱 가치를 두고, 소중히 아껴 쓰려 한다. 삶에서 가장 귀한 자원은 ‘통장 잔고’도, ‘필력’도, ‘음란증을 겪는 여성독자에게 받은 립스틱 자국의 냅킨’도 아니라는 걸 이젠 알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소중한 자원은 바로 시간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자기계발서를 서둘러 펼쳐 ‘자, 이제라도 뭔가를 해봐야지!’ 라고 작정하는 건 아니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늦잠을 자더라도, 오후 햇살을 받으며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도로에 갇혀 차 속에서 음악만 듣더라도,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자 한다. 즉, 이율배반적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성실하게 게을러지자’ 라는 나름의 모토를 지니고 있다. 나는 설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므로 이정도만 해두겠다. 어디선가 소수의 독자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교조적인 작가 양반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게 들릴 것 같아서다.
관련태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벤 스틸러, 월터 미티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
<제임스 써버> 저/<김지연> 역9,000원(10% + 5%)
"제2의 마크 트웨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단편작가 제임스 써버의 대표작이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다. 『제임스 써버의 고단한 생활』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순간을 포착해낸 자전적 소설이며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그의 중년 이후의 상황을 반영한 자전 소설이다. 현실과 공상 세계를 오가는 주인공 월티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