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발생한 지진 중 네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 일본 동북 지역을 강타했습니다. 2만여 명의 실종자와 사망자, 33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의 피난 주민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았던 자연재해. 원자력 발전소의 파괴로 방사능이 유출되고 당시의 공포와 피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날의 공포와 긴박함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마이시 아이들이 살아남은 힘
“죽을지도 몰라…..”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지금은 위로, 위로 달려야 해!’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그 날 가마이시 아이들이 서로를 향해 목청이 터져라 외친 소리 입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가마이시 시는 ‘지진과 쓰나미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2004년부터 혹시나 모를 상황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비해 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방재 훈련을 통해 지진과 쓰나미에 대해 공부했고, 여러 가지 활동을 다방면으로 펼쳐왔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초등학교는 근처의 중학교와 함께 대피 훈련을 해왔으며, 쓰나미가 덮칠 당시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도우며 피난한 덕분에 해안에서 불과 400~50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두 학교 아이들 대부분이 큰 피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 중학생의 아이디어로 지진 직후 바닷가에서 일하던 어른들이 올라와 가족들을 찾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모두가 대피한 집의 대문에는 서로가 안부 쪽지를 붙여주었던 방법은 수많은 주민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가마이시 시는 아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목숨을 지키는 방법을 수없이 훈련했습니다.
‘상상에 그치지 말 것!’, ‘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첫 번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될 것!’ 이 세가지 입니다. 자연의 힘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으로 자연의 힘을 제한하지 말고, 자연을 두려워하고 어떤 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첫 번째로 도망치라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도망치는 일은 곧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이 책의 작가는 아이들이 대피했던 언덕을 수없이 오르내리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발로 마음으로 이 책을 쓰고 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거친 채색에서 당시의 긴박함과 울렁임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바다가 무섭지 않아요?” 라는 아이의 물음에 바다를 대하는 마음을 알려주는 할아버지의 대답은 간단명료하지만 묘하게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줍니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두운 절망 속에서도 힘껏 살아남은 아이들의 강한 의지와, 재해에 대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도 전쟁터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갈 힘과 의지를 불끈 솟아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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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실로 무력하게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절망과 분노였을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이들이 살아 있음에 안도하고 기뻐할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절망, 기적이나 희망이라는 말을 섣불리 입에 담기 어려운 극한의 좌절……. 어른들조차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이 상황이 아이들에게 어떨까요? 말 그대로 대재앙을 겪은, 혹은 곁에서 지켜본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까요? 이 책은 그런 물음에 조심스럽게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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