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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공짜 콘텐츠를 고집할 것인가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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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분명히, 공짜 웹툰은 사라질 것이다. 더욱 고품질의 유료 웹툰에 밀려 사라지는 게 좋겠지만, 그보다는 포털 측이 얻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이 크다고 판단하여 서비스를 종료하는 편이 더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국 만화계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그 전에, 현재의 공짜 웹툰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콘텐츠를 향한 사회적 시선에 명백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실과는 정반대로, 콘텐츠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인데, 흔히 사람들은 한국 만화계가 고사 상태라고들 말한다. 경무대 똥통에서 이어지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만화 탄압으로 한국 만화계는 옆 나라 일본의 만화계가 탄탄대로를 걷는 동안 밑바닥으로 꺼져 들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인터넷의 활성화로 스캔본 문제, 대여점의 활성화와 일본 번역 만화의 공세 등 수많은 시대적 악재가 겹쳐 한국 만화계는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렇게들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다. 정말로 그런가? 2013년, 웹툰은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폭넓은 소비자가 즐기는 한국의 주요 콘텐츠가 되었다. 이제 웹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키득거리는 모습이 흔하다.


한국 만화계는 시대의 그림자에 짓눌려 있기만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것이다. 만화계는 일종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고, 그 결과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출판 만화 시장을 일본 번역 만화에 내주는 대신 포털 사이트라는 거대한 무대를 손에 넣었다. 적어도 내수 시장에 있어서는 체질 개선이 성공하였다. 그래, 아직은 말이다.


새삼스럽지만 프롤로그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매주 꼬박꼬박 2,000원씩 돈 내고 사는 만화잡지 대신에, 클릭 몇 번이면 공짜로 만화를 볼 수 있다". 「네모 이야기」의 마지막이니, 이 문장에 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필자가 주목하려는 키워드는 “공짜”이다. 「네모 이야기」를 시작할 즈음 트위터에서 잡담을 나누다가 이런 말이 나왔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 살아나려면 웹툰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꽤 과격하지만, 의미가 있는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주호민의 네이버 웹툰 연재작 『신과함께』가 완결되고 몇 달 후에, 네이버 북스를 통해 결제를 거친 후 볼 수 있도록 유료화되었다. 완결작을 통해 작가와 사측 양쪽 모두가 지속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하려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네이버의 시도였지만, 반대가 엄청났다. 어이없는 것은, 그 대부분을 이루는 목소리가 “왜 만화를 돈 내고 봐야 하느냐!”는 것이었다는 점.


많은 이들이 언젠가부터 공짜에 너무 익숙해지고 말았다. TV 방송도 광고로 채워져 있지만 공짜이고, 온라인 게임도 온갖 유료 아이템이 난무하지만 공짜다. 생각 없이 “만화는 공짜인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작가는 땅 파먹고 사느냐”는 반론에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물론 일부 작가가 웹툰의 인기를 바탕으로 수많은 캐릭터 상품을 통해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말 그대로 부수입 수준이고, 소위 말하는 월급쟁이와 대등한 수준까지 수입이 올라갈 수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러면 누가 만화가가 되려고 할까? 그저 열정과 만족감만으로 먹고 살기에는 한국은 너무도 각박하고 무서운 사회다.


우리는 좀 더 콘텐츠에 돈을 직접 쓰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한두 명의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추세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콘텐츠 시장을 살리는 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시장인 웹툰이 그러한 추세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태생부터 공짜였던 채로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공짜 이외의 형태를 생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웹툰으로 돈을 받아야 하나?


그래서 콘텐츠 공급자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주로 어떻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먹으면서 거부감을 없앨 수 있는가. 네이버나 다음 같은 경우는 완결작을 통째로 유료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네이버는 아직 시험 단계이지만, 다음은 독자층이 조금 더 성숙한 것도 있고 해서 그러한 방식이 비교적 잘 정착된 상태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형태는 출판 만화 시장에서 잡지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인지도를 얻어 그것을 기반으로 단행본을 판매하는 방식과 유사한 면이 있다.


웹툰만을 다루는 전문 서비스인 ‘레진코믹스’의 경우는, 구매력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삼아 좀 더 매니악하거나 성인 지향적인 작품을 연재하며, 유료와 무료 결제가 섞여 있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레진코믹스는 스마트폰으로만 서비스되는데, 스마트폰의 경우 신용카드 연결만 시켜 놓으면 결제가 매우 쉽게 이루어진 관계로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사업자가 아니라 소비자 앞이니, 당연히 독자 여러분도 불편할 것이다. 콘텐츠 공급자들이 머리를 굴려 지갑을 털어야 하는 것은 여러분의 주머니니까. 돈 털어먹는 궁리에 관한 이야기인데, 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할 법도 하다. 왜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자, 진짜 본론이다.


언젠가 분명히, 공짜 웹툰은 사라질 것이다. 더욱 고품질의 유료 웹툰에 밀려 사라지는 게 좋겠지만, 그보다는 포털 측이 얻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이 크다고 판단하여 서비스를 종료하는 편이 더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국 만화계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그 전에, 현재의 공짜 웹툰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콘텐츠를 향한 사회적 시선에 명백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실과는 정반대로, 콘텐츠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작가는 땅을 파먹고 살 수 없다. 밥을 먹고 산다. 밥 먹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은 어디서 나오나? 원고료? 원고료는 연재할 때만 받을 수 있는 데다 수준도 정해져 있다. 추가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취재? 여행? 자료 수집? 무리다. 웹툰 작가로 활동하려면 그저 종일 모니터 앞에 매달려 그림을 그려야 한다. 웹툰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작가에게 그만큼 돌아가는 것이 있는가? 작가에게 그만큼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는가?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바른 생활 교과서에서 배우는 말이다. 그렇게나 당연한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콘텐츠에 돈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하고, 거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것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더 나은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제 이야기를 끝마칠 시간이다. 이 「네모 이야기」는 필자에게 첫 연재이기 때문에 깊은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을 꿈꾸었고, 약간의 운과 여러 아량 넓은 분들, 그리고 우연함과 주위 사람들의 성원으로 나는 첫발을 디디었다. 오랫동안 글을 읽었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꾸었으며, 그 시작의 한 걸음.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글이 평생 기억에 남는 훌륭한 만화를 소개받은 자리로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수많은 멋진 작품들, 여러분이 그것들을 소개받아, 평생 안고 갈 수 있는 명작을 접한 자리로서 기억될 수 있다면, 내게 있어 더없이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 졸필을 읽어준 여러분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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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제훈

90년대 서울 출신.
길지 않은 세월 속에 이야기를 모으고 즐기는데 낙을 두고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부지런히 설명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그렇기에 이 지면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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