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고려진의 웹툰으로 들여다본 세상
웹툰에서 만나는 소리 없는 전쟁터 ‘직장’
『미생(未生)』 『쌉니다 천리마 마트』 를 통해서 본 직장인들의 모습
얼마 전 발표된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26분이라고 한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시간(평균8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반절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인생의 꽤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채우고 있는, 우리 주변의 직장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얼마 전 발표된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26분이라고 한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시간(평균8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반절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인생의 꽤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채우고 있는, 우리 주변의 직장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기 두 편의 웹툰을 통해 평범한 듯 보이지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의 마음을 살펴보자.
<미생(未生)-아직 살아있지 못한자>
-작가 : 윤태호
-내용 :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하고 회사에 입사하여 적응해 과는 과정을 그렸다.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는 평범한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가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사 및 동료들과 함께 일과 인생을 배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상 TIP : ‘바둑과 직장생활’이라는 언뜻 생각하면 공통점이 없을 듯한 두 조합 사이의교차점이 신선하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디테일한 직장풍경과 심리묘사가 이 웹툰의 공감지수를 높여준다.
<쌉니다 천리마 마트>
-작가 : 김규삼
-내용 : 대기업 대마그룹의 공식 유배지인 ‘천리마 마트’로 본부에서 좌천된 정복동 이사가 사장으로 부임하여 상식을 뒤집는 경영을 시작한다. 천리마 마트의 점장 문석구를 비롯해 동네 백수에서부터 아마존 빠야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원들이 마트 속에서 펼치는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다.
-감상 TIP : 정복동 이사가 내놓은 엽기적인 마트 해체계획으로 오히려 마트 장사가 잘 되는 상황들이 재미있다. 언뜻 보면 황당하기만 하지만, 낮은 눈높이에서 사람과 인생을 이해하는 모습이 훈훈하다.
직장은 들어가기 힘든 전쟁터이다. 스펙, 경험 등 철저하게 무장을 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겨우 직장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막상 그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정하게 서류폴더 정리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주로 쓰는 전문용어를 활용하여 기획서로 소통하는 법도 알아야 하며, 함께 일하는 상사 또는 동료와의 밀고 당기는 관계를 익히는 등 종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그것도 이미 견고하게 구축된 세계에 들어간 신입사원은 이 모든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내야 한다.
(28수) 깃털처럼 많은 나날. 매일매일 똑같은 것 같은 업무. 그저 쉽게 주어진 일 하고 하루 때우면 된다 싶겠지만, 차고 넘치는 불만들. 마르지 않는 고민들. 그것이 샐러리맨의 일상이라 부른다면, 그 일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47수) 이 회사에 들어와서 둔 대국들입니다. 저 혼자서, 하루를 한판의 바둑으로 보고 둔 일기대국이죠. 바둑에 다면기라고 있어요. (중략) 사회에도 다면기(바둑의 고수가 나와 여러명의 대국자와 두는 것)가 있더군요. 사회의 다면기는 좀 다른 것이… 하수도 다면기를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대리님과의 한 판이있고, 과장님과의 한 판이 있고, 타부서와의 한판에, 경쟁상대와도 판을 벌여야 하죠. … 그런데 사회에선, 고수를 상대로 신입사원이 접바둑을 둡니다. 고수가 이미 4점, 8점, 아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백돌을 깐 곳에 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 넥타이를 매고, 하이힐을 신고, 정장의 옷차림이 주는 긴장감이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서게 만든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이 긴장감이 익숙해지고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늘 피곤하고, 의욕은 바닥을 치고, 접어두었던 나의 꿈을 들먹이며 이 직장이 나의 성향과 맞는지 새삼 돌아보기도 한다.
(124수) 직장인의 일상이란 것이 내 손안에 쥐어진 성취라고 마땅히 느껴지던 어느 날. 홀연히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니… 직장인 사춘기. 보통 입사 후 3년 즈음 찾아오는 사춘기. 야근의 빈틈도 적절하게 즐기며 소소한 즐거움이 생활에 끼어든다. 선임의 의례적 힐책에 적절한 표정도 제법 갖췄다. 밀고, 당기고, 스스로가 대견해지다, 급 허무에 빠진 거다. “다들 이렇게라도 살려고 그 경쟁을 치러 회사에 들어오나… 쓸쓸…하다.”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를 하루, 잘 보내셨습니까? (미생, 40수 中)
열심히,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치여, 집에서는 잠만 자고 직장생활에 매진하다보면 어느새 직장인 사춘기시절 던졌던 질문들은 머릿속에서는 사라진다.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어느새 승진을 위해 달려가는 직장인만 있을 뿐. 하지만 직장에서 선배들을 바라보며 ‘저 모습이 나의 미래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어쩐지 씁쓸해한다. 동시에, 이제는 쉽게 끊을 수 없는 월급의 단맛에 빠져버려 통장은 자주 확인 하지만, 정작 나의 소중한 꿈은 들여다보기가 무서워진다.
(117수, 118수) 좋은 팀 가서 빨리 승진하고… 차장 달고, 부장 달고, 임원 되는 게 우리 목표인가… 퇴직한 임원들 어떻게 사는지 아니? 저 모습이 내 최종적인 꿈인가 싶고… 저 모습조차 기적에 가까운 운이 아니라면 내 몫이 안된다는 거고.
(26회) 이젠 집에 가도 가족끼리 말도 없고 잠만 자고 나오는 곳이 되어버렸는데. 나에게 집이란 house 인가 home 인가.
이렇게 생계수단으로서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한 곳이지만,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천국 혹은 지옥이 되기도 한다.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본인의 잠재역량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오히려 능력이 퇴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직장이 다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직장인이 되느냐 하는 것은 ‘사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127수) ‘회사간다’ 라는건 내 ‘상사’를 만나러 가는 거죠. 상사가 곧 회사죠. 상사가 좋으면 회사가 천국! … ‘우리 회사는 절차를 너무 따져,’우리 상사들은 절차를 너무 따져. … 매뉴얼보다 중요한건 사람이죠. 상사로 누굴 만나느냐.
(7회) - 정복동 사장 : 뛰어난 인물이 꼭 조직을 키우는 건 아냐. 조직에 기여하는 인물을 알아보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리더의 역량이 더 중요하지.
- 문석구 점장 : 저 사람… 아니 저 부족(아마존 빠야족)은 인재도 아니고 적재적소도 없습니다.
- 정복동 사장 : 자네가 있잖나. 자네의 유능함으로 커버 될걸세.
‘나무는 숲을 떠나 홀로 있으면 바람을 더 탄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있는 직장이라는 숲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 때문에 괴롭다면, 직장 안에 다른 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같이 성장하며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오늘과 별로 다르지 않을 내일, 끊임없이 비슷한 날들의 반복이겠지만 그런 매일을 ‘우연’이 아닌 ‘준비’로 맞이 한다면 곳곳에 인생의 작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89수) 바둑을 수담(手談) 이라고도 한다. 내가 놓은 한 수 한수는 곧 내 뜻이고 말이 된다. 한 판의 바둑엔 수많은 대화가 있고, 갈등이 있다. 시비가 생기고 화해와 양보가 있다. 이기기 위해서… 승리하기 위해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말만 해서는 바둑을 이길 수 없다.
(29수) 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또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해. 그걸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 라고 해…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 같은 거니까. 우리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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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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