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고려진의 웹툰으로 들여다본 세상
같은 자리 다른 생각(同床異夢), 결혼
<어쿠스틱 라이프> <마조 앤 새디> 를 통해서 본 결혼 이야기
“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유명한 철학자조차 해도, 안 해도 후회인 결혼이라면,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어떨까.
“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유명한 철학자조차 해도, 안 해도 후회인 결혼이라면,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어떨까. 실제 결혼을 통해 쌓여가는 작은 일상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재미있게 혹은 진지하게 그려본 두 웹툰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쿠스틱 라이프>
-작가 : 난다
-내용 : 게임 개발자인 남편과 프리랜서 만화가인 아내의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그렸다.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결혼 후 겪는 일들을 잔잔하면서도 재미나게 구성했다.
-감상 TIP : 오랜 연애에서부터, 결혼, 그리고 육아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읽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진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늘어날 소재들이 더욱 기대된다.
<MAJO & SADY(마조 앤 새디)>
-작가 : 정철연
-내용 : 집안일 하는 주부이자 만화가인 남편(마조)과 바깥일 하는 사장님이자 아내(새디)의 생활툰이다. 남자의 시각과 주부의 감성이 조합을 이뤄 공감지수와 살림지식을 한껏 높여준다.
-감상 TIP : 허를 찌르는 패러디와 재치 있는 개그 센스가 돋보인다. 비록 남자지만, 뼈 속까지 주부인 남편 마조의 에피소드들은 주부의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연애와 결혼, 단순히 단어만 다른 것이 아니다. 두 사람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시작한다는 점은 같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두 사람’만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었던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실내에 들어올 땐 자연스레 신발을 벗듯이, 결혼을 하면 서로에게 ‘가면’을 벗는다. 본래 자신과 가까운 천연 그대로의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주게 된다. 미처 보지 못했던 상대의 다른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보며, 그 낯선 모습마저 포용할 수 있는 시간. 결혼을 하면 ‘신혼’이라는 일종의 적응기를 거친다. 그렇게 두 남녀는 더 가까워진다.
결혼 전 6년이나 연애를 하며 거의 매일 만났었지만 내가 알던 한군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같이 살게 된 첫날부터 시작된 대규모 업데이트들이란. 나와 다른 한사람의 디테일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경악스럽고 재밌는 일인지. 인간은 정말 재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은 더.
새디 : “저기, 마조는 나랑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야?”
마조 : “음... 닭 먹을 때? 난 쫄깃살을 좋아하고 새디는 퍽퍽살을 좋아하잖아. 닭다리 두 개를 나 혼자서 다 먹을 때마다 항상 생각해. 이 여자랑 결혼하길 정말 잘했구나.”
결혼은 두 사람을 결속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같이 있어서 더 외로울 때도 있고, 때로는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생각을 꿈꾸는 그들이다. 함께 하기 위해 서로 맞춰가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본래 가지고 있었던 각자 고유의 캐릭터를 지키고 싶을 때도 분명히 있다.
마조 : “이건 정말 아니야.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없잖아.”
새디 :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도 같이 있으면서.”
마조 : “바로 그거야. 집에 함께 있는데도 난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넌 책을 읽고 있다구. 요즘 우린. 늘 그래.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곳만 보고 있지. 이런 걸 부부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한 결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그렇듯이 부부사이에도 리듬이 존재한다. 어떤 날은 우리가 두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게 어색할 만큼 밀착감을 느끼지만, 어떤 날은 완벽한 타인처럼 생소하게 느껴져서 어리둥절하다. 이런 미묘한 감각은 우리 둘만 알 수 있는 것이라 하소연을 할 수도 없고 징징거리고 떼를 쓸수록 나 혼자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패배감만 든다.
결혼은 또한 생활이다. 오랜 시간 각기 다른 생활방식을 가지고 살아온 두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다툼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굳어져 버린 생활습관을 일정하게 맞추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 속 사소한 의견충돌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고, 그 작은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툼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들만의 타협점을 만들어 간다.
새디 : .“남편! 또 변기에 오줌이 튀어 있잖아. 더 이상은 못 참아. 앞으론 남편도 앉아서 싸.”
마조 : “시, 싫어! 내가 여자도 아니고.”
새디 : “좋아. 나도 앞으로 서서 쌀 거야. 조준 따위 필요 없어. 화장실이 오줌바다가 되도 상관없다 이거지?”
음악이나 영화취향부터, 식습관, 생활태도까지. 우린 정말 너무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군은 돈까스를 미리 다 썰어 놓은 뒤 먹는 걸 좋아하고, 난 하나씩 썰어먹는 걸 좋아한다. 한군은 허세를 비웃는 걸 좋아하고 난 허세 떠는 걸 좋아한다. 그런 우리가 무조건 서로에게 친절하던 초기 연애시절을 거쳐 혹독한 멘토링이 난무하던 중기를 버텨낸 후 자연스러운 포기의 과정을 거쳐, 같은 방에서 서로 다른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까.
결혼은 두 남녀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기도 하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만 집중했던 연애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가족 내에서 새로 생기는 역할(며느리, 사위 등)까지 슬기롭게 해내야 한다.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그만큼의 끈끈함을 요구하고,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따뜻함을 추구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추가되는 것이다.
새디 : “난 어머님이랑 땀 흘리면서 일하는데 어떻게 낮잠을 잘수 가 있어! 21세기에 어찌 이런 일이.”
마조 : “아, 미안하다니까 깜빡 졸았어.”
새디 : “최악이야!”
새디 : “음식부터 준비해야지.”
마조 : “찾는 메뉴가 어떤 건데?”
새디 : “그 왜 뭔가 토속적이면서도 이국적이고, 정성 가득해보이면서도 만들기는 쉽고 간편한... 한입 먹으면 마치 며느리가 친딸처럼 느껴지는...”
고유의 성격과 취향, 각각의 생활습관, 낯선 가족문화 등 두 남녀가 시작하는 결혼은 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이 많다. ‘결혼’ 이라는 의식이 서로 다른 그들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단번에 정리해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차이를 점점 이해하고, 그들만 소통하는 방법이 생겨가며 서로 닮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족끼리만 통하는 용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달달이?(믹스커피) 아님 쌉쌀이(아메리카노) 씁쓸이 곱빼기(에스프레소 더블) 가족끼리만 통하는 줄임말도 생겼지요.
마조 : “내일 쉬는데 일만하다 잘 거야?
새디 : “왜? 맥섭해?” (맥주한잔하고싶은데 그냥자려니까 섭섭해?)
새디 : “아니.비도 오고 하니까 좀 쏘섭~하네 (쏘주한잔 하고 싶은데 그냥 자려니까 섭섭하네)
“가끔 그런 생각 안들어요? 결혼해서 참 좋긴 한데, 안했어도 나름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요.”
“한번도요, 전 결혼하고 더 행복해졌어요.”
“하하, 그건 아마.. 남편분이 희생해서 그런 걸 거예요.”
결혼 생활이라는 여정이 쉽지 않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 자체가 주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후회스러울 것이다. 평탄치만은 않은 그 과정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단어를 꼽는다면 ‘희생’이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면 상대의 보이지 않는 희생에 감사하고, 내가 불행하다면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랑하는 이를 위한 희생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을 테니까. 때로는 달달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그렇게 맞춰가는 출발점이 바로 결혼이 아닐까.
[관련 기사]
-프로포즈를 앞둔 커플에게 - 『토끼의 결혼식』
-“상처 주지 못해서 사랑하지 못하는 거야” - 연극 <이제는 애처가>
-결혼, 꼭 해야 하냐고요? -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웹툰 덕분에 정말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 『기춘씨에게도 봄은 오는가』
-결혼하고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대에게 -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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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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