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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누가 읽어도 괜찮은 작품

한 화에 한 번씩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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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좋은'이라는 형용사부터가 엿가락 마냥 제멋대로인 기준이라 그렇긴 하지만, 각자가 꼽는 좋은 작품의 조건은 각각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이라고 꼽힌 작품이라면 어지간하면 누가 읽어도 괜찮다는 말 정도는 나온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좋은 작품의 조건 중 하나는 누가 읽어도 동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좋은'이라는 형용사부터가 엿가락 마냥 제멋대로인 기준이라 그렇긴 하지만, 각자가 꼽는 좋은 작품의 조건은 각각 다를 것이다. 『달이 내린 산기슭』처럼 언제 읽어도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실질객관동화』처럼 날카로운 풍자로 무장한 작품이나 『헌티드 스쿨』 시리즈처럼 힘을 주는 작품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이라고 꼽힌 작품이라면 어지간하면 누가 읽어도 괜찮다는 말 정도는 나온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좋은 작품의 조건 중 하나는 누가 읽어도 동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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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의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그런 기준에 어느 정도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현민은 과거 '몰락인생'이라는 자학적인 필명을 사용했었는데, 지금도 (본인의 블로그에서는 삭제되었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편 웹툰인 『아저씨가 인형 사줄께』나 『사랑하는 그대에게』가 그의 작품이다. 그의 만화는 얼핏 보기로는 『이말년 씨리즈』를 위시한 ‘병맛’ 코드를 차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열혈 개그 만화로 유명한 시마모토 카즈히코(1961~)의 만화 『호에로 펜』에 큰 영향을 받았다. 아니, 이현민은 그의 블로그에서 『호에로 펜』을 인생의 지침서로 삼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인생의 지침서'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라서, 굵은 펜선 등 그림에서도, 진지한 듯 바보 같은 분위기도 『호에로 펜』의 강한 영향이 느껴지는 작풍을 보여준다. 내용에서도 열혈과 개그, 그리고 진지함이 뒤섞여 있다. 대부분 열혈을 베이스로 개그가 주가 되고 진지함이 부차적인 요소인데, 그의 프로 데뷔작인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이 좋은 예이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반대로 열혈을 베이스로, 진지한 분위기가 주가 되는 만화이다. 무엇보다도, ‘면접’이라는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이리라.


사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원작이 있다. 그가 프로 데뷔 이전에 그렸던 동명의 3부작 단편 웹툰인데, 위에 언급한 단편들처럼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또한 특유의 두드러지는 센스로 인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어 지금도 인터넷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편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원형도 찾아볼 수 있고, 분위기 또한 극 중 캐릭터들이 장편 버전에 비하면 조금 과장된, 연극 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제외하면 엇비슷하다. 그렇지만 장편으로 리메이크된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이전의 그의 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그건 아마도, ‘절박함’이 아닐까.


면접이라는 소재 자체가 무거운 소재이다. 인생의 한 관문, 사회인이라는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소재가 이현민의 열혈 개그 만화에 적당한 무게추를 달아준다.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는 그야말로 (지난 회에도 쓴 말이지만) 비일상적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면,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에서는 비현실이라는 요소는 모두 이미지상의 연출로 넘기고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서커스단을 연상시키는 면접관들이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는 진선미 과장 등은 역시 비현실적인 요소가 맞긴 하지만, 그런 장식을 걷어내고 나면 드러나는 면접이라는 부분에서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유명 취업 컨설턴트인 조민혁이 감수를 맡아서, 말도 안 되는 듯한 개그스러운 연출 사이마다 면접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섞여 있다. 작중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면접, 즉, 다대다 면접은 물론이고 회의 및 PT 면접이나 역활극 면접 등 실제 면접 자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면접 상황들을 다루고 있고, 그 상황에서 무엇이 꼬투리가 되어서 탈락할 수 있는지까지 나올 정도이다. 실제 이 만화에서 얻은 비법으로 면접을 통과했다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그렇지만 모두가 면접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진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사람이 걷는 길에 면접이라는 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면접이라는 걸 생각해야 할 만큼 길을 걷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 수많은 독자층에게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것은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가 소재에만 기대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출이야말로 이 만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에는 각 화마다 핀 포인트라고 할 만한 장면이 있고,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이러한 핀 포인트야말로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의 주축이다. 과장이 아니다. 이 만화의 적지 않은 부분이 이런 핀 포인트가 되는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쌓아 올리는 과정이며, 그렇게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클라이맥스에 와서 열정이 담긴 일갈, 조용하고 차가운 일침, 말 없는 옆모습 등으로, 다양한 형태를 띠고 터져 나와 한 화에 한 번씩 독자의 심장을 움켜쥐고 뒤흔든다. 그 독자가 취업 준비생이건 직장인이건 가리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만화인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또한, 좋은 작품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아니, 물론 십인십색의 세상 속엔 이 만화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 또한 물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런 사람의 가슴 속에까지 남기는 것이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분노? 절망? 아니면… 그런 것 또한 남기는 것이 이 작품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런 형태로만 가슴 속에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이 작품이 가라앉아 있기만 할 지도 의문이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그런 이야기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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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제훈

90년대 서울 출신.
길지 않은 세월 속에 이야기를 모으고 즐기는데 낙을 두고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부지런히 설명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그렇기에 이 지면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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