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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핑크 『실질객관동화』 - 새로운 세대의 ‘웹동화’
알 거 다 안다고 생각하는 애들과 짓궂은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동화 허탈한 실소부터 날카로운 풍자까지 녹여낸 수작
어릴 땐 동화가 마냥 재미있기만 하다. 엄마가 읽어주고 나서 “우리 아가는 이러면 안 되겠지요?” 하면 “네에!” 하고 대답하면서 웃으면 된다. 머리 굵어지고서 동화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특히 한창 삐딱할 학창 시절에, 행복한 왕자 동상은 왜 그렇게 호구처럼 굴었는지, 엄마는 늑대가 나온다는 걸 알면서 빨간 모자 쓴 딸을 굳이 할머니 집에 보내야 했는지에 대해 답답하게 생각한 적 없을지?
그림 형제가 엮은 동화집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원래 동화란 건 아이들에게 교훈, 이라기보다는 경고를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꽤나 잔혹하고 살벌한 묘사가 담긴 이야기가 많다. 그게 세월이 지나면서 풍화되듯 순화되어 지금의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 뒷사정은 어찌 되었든, 우리 모두 어린 시절 동화 한두 편은 읽어봤을 것이다. 한두 편만 읽었으랴? 필자처럼 사람 대신 책을 벗 삼아 자란 아이들은 물론이고, 책과 거리가 멀었던 말괄량이라도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기억 속에 쌓여있는 동화는, 우리들의 공통된 상식의 근간이자, ‘문화코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화뿐만이 아니다. 한두 번쯤 해 본 게임, 지나가다 본(또는 피아노 학원 빼먹어가며 본) 애니메이션, 적어도 대충 시놉시스는 알고 있는(아니면 엄마 몰래 방구석에 모았다가 끝내 무지개 다리 건너 고물상으로 향한) 만화책, 제목은 들어본(반대로 학창 시절 동아리 친구와 멱살 잡아가며 그 내용에 관해 깊이 있는 폭력적 논쟁을 나눈) 영화 등, 대다수 사람을 묶을 수 있는 공통된 문화 코드란 의외로 많다. 수백 가지 동화,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영화, 기타 등등.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 데 드는 인적 노력과 경제적 비용 외에, 그 인격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 또한 끝없이 많다.
무슨 콘텐츠든 내용의 이해에는 기본 중의 기본적인 상식이든 독소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를 원작으로 삼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를 모티브로 라이트노벨 『오오카미 씨와 7명의 동료들』처럼 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또는 애니메이션 『꾸러기 수비대』처럼 비틀기만 해도 어느 정도 먹힌다. 그런데… 무적핑크의 『실질적이며 객관적인 동화(실질객관동화, 실객동)』처럼, 원작이 되는 동화에서 당연하게 전제하는 부분에다가 데드볼이나 다름없는 돌직구, 아니, 쇠직구를 날린 이야기는 적어도 필자가 아는 중에는 이전에는 없었다.
어릴 땐 동화가 마냥 재미있기만 하다. 엄마가 읽어주고 나서 “우리 아가는 이러면 안 되겠지요?” 하면 “네에!” 하고 대답하면서 웃으면 된다. 머리 굵어지고서 동화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특히 한창 삐딱할 학창 시절에, 행복한 왕자 동상은 왜 그렇게 호구처럼 굴었는지, 엄마는 늑대가 나온다는 걸 알면서 빨간 모자 쓴 딸을 굳이 할머니 집에 보내야 했는지에 대해 답답하게 생각한 적 없을지?
90년대 서울 출신.
길지 않은 세월 속에 이야기를 모으고 즐기는데 낙을 두고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부지런히 설명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그렇기에 이 지면에 오게 되었다.
<무적핑크> 글,그림10,800원(10% + 5%)
작가의 필명인 ‘무적핑크’에서도 번쩍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범상치 않은 기운을 쏘아대며 동화나 다양한 스토리텔링 저작물에 대한 일반적 생각을 무장해제하는 만화 『실질객관동화』. 하지만 제목이랑은 달리 동화 내용만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작가가 책 속에서도 밝혔듯이 ‘정형적인 교훈담의 빈틈을 억지로 비집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