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연재] 밤이란 대지 자체가 하늘을 향해 드리우는 그림자였다.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한 발 앞서 목상이 적어놓았다던 그 문장을 찾아냈다. 읽어주는 건 아니겠지, 설마. 다행히도 목상은 그 문장이 적힌 쪽을 펴서 내밀었다. 묘은 언니가 먼저 읽더니 그래, 바로 그거야, 말했다.
등록일: 2010.11.12
[장편연재] 햇살이 거기만 더 강한 것처럼, 반짝였다.
태현이도 규성이도 강강이에게는 꼼짝 못한다. 잔뜩 화난 얼굴을 하던 강강이는 급기야 입술을 삐죽거리기 시작했다. 저러다 울겠다.
연재소설 등록일: 2010.11.08
[장편연재] “고통을 모르는 인간이 어딨어? 사는 게 고통인데.”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것과 얼마나 다른가. 그런 것을 가지고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점점 짙어지는 초록도 예전과는 달랐다. 비 오는 날 젖은 보도블록의 잿빛도 달랐다. 더위조차도 다르게 느껴졌다.
등록일: 2010.11.01
[장편연재] “사람들이 가장 쉽게 거짓말을 하고 속이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일 테니까.”
거실로는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나는 엎드려 만화책을 읽고 있고, 건우 오빠는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그리고 있다. 물을 반쯤 담은 종이컵, 얇은 붓 하나, 종이 위로 알록달록하게 번져가는 수채색연필 자국들.
연재소설 등록일: 2010.10.22
[장편연재] “그따위로 하려면 밥 로스 비디오나 봐.”
연필, 펜, 잉크, 색연필, 팔레트와 붓, 물통까지 챙겨놓고, 본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손 놓고 앉아 있었더니 견지 형이 걸어왔다.
연재소설 등록일: 2010.10.14
[장편연재] “누드크로키는 매주 넘어야 할 고비였다.”
“자, 누드크로키 다음 주에 다시 시작합니다. 유월 말까지 삼 개월이에요. 미리미리 등록해주세요.”계림 언니가 말했다. 누드크로키라면, 옷을 벗은 모델을 그린다고?
등록일: 2010.10.07
[장편연재] “견지 형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알고 싶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학생부 아이들 속에 섞였다. 계림 언니는 일부러 그러는 건지 나를 봐주다가도 견지, 초우 좀 봐줘, 말하면서 큰방으로 가버리곤 했다. 그럴 때면 견지 형은 인상을 썼지만, 나를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연재소설 등록일: 2010.09.29
작업실을 생각하면 창으로 들어오던 햇빛과 바닥에 드리워진 플라타너스의 그림자가 먼저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그린 그림자들 중 하나였다.
연재소설 등록일: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