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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시스, 완전한 팝스타로 돌아오다
폭시스(Foxes) <The Kick>
본연의 내향적인 면모를 잠시 감춰둔 채 완전한 '팝스타'의 자세로 담대하게 나선 모습이다. (2022.05.04)
그래미 수상까지 성공한 제드와의 히트곡 'Clarity'의 복사본만을 요구하던 소속사에 염증을 느낀 뮤지션은 2016년을 기점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자취를 감췄다. 대중의 관심 너머에서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고, 작년 말 따스한 피아노 팝을 담은 EP <Friends In The Corner>로 얼어붙은 커리어의 해빙을 알렸다. 예열에 마침표를 찍으며 6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작 <The Kick>은 제목처럼 다시 음악계로 들어오려는 폭시스의 날카로운 '킥'이다.
음반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반짝거리는 클럽의 조명 속에 열기를 한껏 발산하는 첫 트랙 'Sister Ray', 천천히 화음을 쌓다 일순간에 1980년대 록 공연장으로 낙하하는 'Growing on me'가 강렬한 충격을 날린다.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본연의 내향적인 면모를 잠시 감춰둔 채 완전한 '팝스타'의 자세로 담대하게 나선 모습이다.
영리한 구성 덕분에 40분의 러닝타임은 더욱 팽팽해진다. A 사이드가 단번에 각인될 훅을 제시한다면 'Absolute'를 필두로 한 B 사이드는 부드럽게 멜로디를 펼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찰나의 휘발성에만 의존하는 인스턴트 상품이 아니라는 표시다. 동시에 자칫 늘어질 여지가 보이는 순간에는 성대한 코러스를 품은 'Forgive yourself'로 꾸준한 집중을 유도하는 설계가 돋보인다.
작업 기간 동안 들은 고전 명반으로 뷰욕의 <Debut>을 언급하며 균형 잡힌 구조를 주 매력으로 지목한 아티스트는 기성세대의 문법에 맞춰 두 곡의 느린 발라드를 수록했다. 감속에 주저하는 현 세대 뮤지션들 사이 차별성을 갖추지만 음반의 전개 면에서는 급격한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의 전략이다. 작품 단위 완결성과 개성의 중간지대를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데뷔 초나 지금이나 여전히 폭시스에게는 선례가 많다. 코로나19의 답답함을 복고풍 댄스로 해소한다는 기획은 이미 하나의 공식이 되었으며 사운드의 질감에서는 칼리 래 젭슨, 인디로의 전향이라는 행보까지 보면 로빈이 강하게 겹쳐 보인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변신을 감행하면서 음악의 완성도까지 잡아낸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다. 트렌드의 흐름을 뒤쫓으려는 후발주자들에게 <The Kick>은 분명 참고해야 할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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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