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종현의 빛 : 사랑으로 재어보면 어때요?

떠난 이가 남기고 간 사랑을 우리의 삶 속에서 살려내어 이어가는 것에 대하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019년 4월 8일, 한국의 소셜미디어는 살아 있었다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었을 종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로 다시 한번 넘실거린다. (2019. 04. 08)

종현_빛이나.jpg

 


뮤지컬 <렌트>를 대표하는 곡 ‘Seasons of Love’는, 듣는 이를 향해 1년을 어떤 단위로 재면 좋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겐 ‘날짜’나 ‘개월’처럼 시간을 재는 분명한 단위가 있지만, 그때그때 느낀 환희와 절망은 그런 단위로 가늠할 수 없다는 걸 조나단 라슨은 잘 알고 있었다. 어떤 기쁨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반면, 어떤 슬픔은 영원처럼 느껴지지 않던가. “그녀가 배운 진실로 잴까요, 아니면 그가 울었던 시간으로 잴까요. 그가 불사르고 돌아온 미련으로, 혹은 그녀가 죽은 방식으로 재면 좋을까요 (In truth that she learns, or in times that he cried. In bridges he burned, or the way that she dies)?”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상실과 고통을 노래하던 솔로이스트들은 입을 모아 합창한다. “사랑으로 재어보면 어때요(How about love? Measure in love)?” 떠나간 이들을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방법은, 그들이 이제 곁에 없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비탄에 잠기는 대신, 그들과 나누었던 사랑을 오래 추억하는 것이다.
 
종현을 잃은 이들이 몇몇 언론들이 우려했던 ‘베르테르 효과’ 따위에 휘말리는 대신 그가 남기고 간 사랑을 오래 이어가려 노력하는 것 또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종현의 팬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성소수자 이슈에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표했던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 기부금을 보냈다. 이틀 동안 전 세계 173명의 팬들이 종현의 이름으로 4,000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보낸 것이다. 4개월 뒤 종현의 생일이 돌아오자, 다시 전 세계에서 150명이 넘는 팬들이 8,000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띵동’에 보냈다. 종현의 유작앨범 <POET/ARTIST>의 수익금은 예술계 종사자들의 심리상담 및 치유, 긴급 생계비 지원과 활동 지원을 목표로 설립된 재단 ‘빛이나’의 씨앗이 되었다. 남아있는 이들은 슬픔에 잠겨 무력해지는 게 아니라, 종현이 남긴 빛을 삶 속에서 이어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복잡다단했던 감정들을, 슬픔 대신 “사랑으로 재어” 온 나날들이었다.
 
2019년 4월 8일, 한국의 소셜미디어는 살아 있었다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었을 종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로 다시 한번 넘실거린다. 물론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아픔이 저절로 사라지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해시태그로 ‘서른 번째 봄’이라 말한다 해도, 그가 서른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웃으며 종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건, 그가 남기고 간 사랑과 뜻만큼은 우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생생하게 살려내어 이어갈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그렇게 남은 이들이 그의 뜻을 이어갈 때, 그가 유작앨범의 타이틀 곡 ‘빛이나’에서 건넨 약속 “Always be with you” 또한 진실이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조심스레 말해본다. 생일 축하해요, 종현씨.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